▲오세훈 서울시장.
유성호
-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도, 내년 예산 중 토목건설 예산을 좀 줄이면 700억 원은 만들 수 있지 않겠나."토목건설 안 하면 무상급식 할 수 있다? 이건 정치적 거짓말이다. 토목건설 예산 깎아서 올해 무상급식 예산이 통과되면, 내년에는 무슨 예산을 깎을 거냐. 무상급식은 매년 해야 한다. 10년이고 20년이고.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텐가. 한강르네상스, 비판 많이 받았다. 하지만 서울은 공원 면적이 충분한 도시가 아니다. 택지가 부족해 산 중턱까지 파고 올라간 몇 안 되는 도시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공원을 할 수 있는 땅은 한강변과 지천변이다. 그 공간에 자전거길, 산책길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 한강 이용하시는 분들이 5~6배 늘었다. 거기에 무슨 입장료가 있나, 소득계층의 차이가 있나. 저는 그게 보편적 복지의 전형이라고 본다. 그게 왜 토목건설 예산으로 매도당해야 하나. '오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에 5000억을 썼는데, 무상급식에는 700억 원을 아낀다, 인색하다'고 하는데, 무상급식이 왜 700억 원인가. 10년 하면 7000억 원이다. 교육청에서 쓰는 2500억 원, 10년 하면 2조5000억 원이다."
- 현재 서울시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줄일 '토목건설 예산'이 없다?"허심탄회하게 말해서, 무상급식 주장하려면 '증세'도 같이 얘기해야 한다. 재원조달 문제를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바람직한 정치인이다. 스웨덴, 핀란드의 무상급식을 얘기하는데, 그 나라는 조세부담률이 31%, 35%이고, GDP가 국가재정지출에 미치는 비율이 50~55% 되는 나라다. 거의 사회주의적인 나라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1%, GDP가 국가재정지출에 미치는 율은 30%밖에 안 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지정책을 들고 나와 뜬금없이 하자는 거다. 그러려면 부유층은 물론 중산·서민층의 세금도 다 올려야 한다. 내가 낸 세금으로 먹는 급식이 무상급식인가? 세금급식이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 부자들까지 급식 시켜주면서 보편적 복지로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 오 시장 논리대로라면, 의무교육도 '세금교육' 아닌가."다르다. 의무교육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누릴 기본권이다. 얼마 전 곽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헌법상 권리라고 하더라. 그러나 헌법에는 명목상 권리도 많다. 나라 재정형편과 경제발전 단계에 맞춰 혜택을 드려야 한다. 의무교육 한다고 초중고 학교에 들어가는 돈 다 지원해 드리면 얼마나 좋나. 그러나 더 다급한 곳과 가난한 계층이 있기 때문에, 밥 먹이는 것보다 학습준비물을 도와주는 게 훨씬 더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다. 저는 무상급식 반대하지 않는다.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거지. 지금 단계에서는 학교 안전, 방과후학교, 학습준비물, 차이가 나는 학교시설과 급식시설을 순차적으로 해결한 다음에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 밥 굶는 애가 없으니까."
- TV 토론 불참이 논란이 됐다. 배옥병 대표를 토론자로 거부했다는데, 시정에 시민단체 목소리도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당연하다. TV 토론이야말로 민주당이 거두절미하고 정치적으로 덮어씌우고 있다. 이 문제는 시장과 교육감, 시의회의 관계다. 내년에 꼭 전면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 아니면 오 시장의 주장대로 저소득층부터 점진적으로 해야 되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최소한 교육감과 토론이 선행돼야 하지 않나. 저는 교육감만 나오면 당장 내일 저녁이라도 토론에 응한다. 배옥병씨나 다른 시민단체가 나오셔도 좋다. 교육감만 나오면 1대 다수의 토론도 할 의향이 있다."
- 20일 서울시 행사에서 곽 교육감을 만났는데, 토론 제안을 안 했나."만날 때마다 한다. 그런데 못 나온다고 그런다."
"정치력 부재 비판은 감수할 것... 대권행보설은 진정성 훼손하려는 시도"- 경기도는 서울과 달리 무상급식 예산안이 일부나마 통과됐다. 어떻게 생각하나."김문수 지사의 입장을 이해한다.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 현실적인 고민에서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상 무상급식 예산 편성에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저는 동의할 수 없다. 현실과 자꾸 타협하게 되면 원칙이 무너진다. 저는 무상급식을 명백한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정의했다. 제 주장이 옳다고 확신한다. 그게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 일부에서는 김 지사에 비해 오 시장의 정치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제 가치나 비전을 지키려면 그런 평가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큰 틀에서 원칙이 깨지면, 나라의 장래가 어렵다."
- 이번 시정 파행이 오 시장의 대선 출마 명분 쌓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정치공세다. 지금은 제 가치를 놓고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이 제 진정성을 훼손시키려고, 다른 사심이 있다고 폄하하려고 대권행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제가 적극적으로 대선에 나간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지 않나. 무상급식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의가 헛돈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주자론이 반갑지만은 않다. 전면 무상급식론자들이 논리적으로 허구에 차 있다. 그 점을 호도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공유하기
"세금 급식 반대하는 내가 정의롭다 김문수 이해하지만, 원칙 무너뜨린 것"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