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갖고 와, 다 쏴 죽여"... 우익단체, 조계사 난동

동지법회 후 경내 진입 폭언...조계사 국가보훈처 개입 의혹 제기

등록 2010.12.23 11:45수정 2010.12.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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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코리아,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조계사 앞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문제로 정부ㆍ여당 인사와의 개별 접촉 금지 및 사찰 출입 거부를 결의한 것은 도의에 어긋난다며 조계종의 정치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한때 경내에 까지 진입해 신도들과 충돌을 빚은 후 조계사 건너편 템플스테이 통합정보센터 앞으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계속했다. ⓒ 연합뉴스



[ 기사 보강 : 23일 오후 3시]

22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동지기도회향법회 직후 우익단체 회원들이 조계사에 난입해 폭언을 퍼붓고 소란을 피워 신도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철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23일 조계사에 따르면 22일 오후 1시 37분께 우익단체 회원 7~8명이 동지법회 뒤 조계사 경내로 들어왔다. 당시 경내에는 법회에 참석한 뒤 동지팥죽 공양을 하려던 수백여 명의 신도들이 있었다.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은 우익단체 회원들은 신도들을 향해 "야, 씨XX아", "빨갱이 X들아"라고 욕설을 퍼붓고 탁자를 발로 걷어차며 행패를 부렸다. 또 "총 갖고 와라", "이것들 다 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조계사 종무원들이 급히 나가 "일주문 밖으로 나가라"고 경고하자, 우익단체 회원들은 불과 5분여 만에 경내에서 나갔다.

하지만 오후 1시 55분께 라이트코리아, 고엽제전우회, 녹색전국연합 등 우익단체 회원 30여 명은 조계사 건너편 템플스테이정보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정부 법회'를 연 불교계를 맹비난했다.

우익단체는 기자회견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을 이유로 정부·여당에 대한 산문폐쇄를 하는 것은 불심(佛心)에도 맞지 않는다", "조계사는 정치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집결하기 시작하자, 우익단체는 10분 만에 기자회견을 멈추고 철수했다고 조계사측은 전했다.


조계사 국가보훈처 개입 의혹 제기...보훈처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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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민족문화 보호정책을 외면하고 종교편향을 자행하는 이명박 정부 규탄 법회'에서 불자들이 4대강 사업 중단과 새해 예산안 철회 등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를 요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우익단체 회원들의 난동으로 조계종의 분위기는 또 한번 격앙되고 있다. 특히 우익단체 회원들을 국가보훈처가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반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우익단체 회원 중 한명이 밖으로 나가면서 '왜 이런 곳에 동원됐는지 나도 모르겠다, 국가보훈처에서 동원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조계사의 주장대로 국가보훈처가 개입됐다면, 불교계의 반한나라당 정서는 더욱 확산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조계사의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22일 우익단체의 기자회견은 자체 판단에 따른 행사였다는 게 국가보훈처의 설명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부 기관이 관변단체를 동원하겠느냐"며 "우익단체의 기자회견은 국가보훈처와 전혀 무관하다, 조계사의 주장은 말 그대로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고엽제전우회측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스님과 불교 신도들이 과민하게 반응해서 생긴 일"이라고 도리어 책임을 조계사에 돌리기도 했다.

한편 조계사는 이날 오후 2시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우익단체의 소란 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했다.

조계사 행정실장 성진스님은 성명서 통해 "지난 1980년 10·27 법난의 아픔이 치유되기 전인데 백주대낮에 군복에 군화를 신고 경내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는 행위를 보며 불자들의 가슴은 침통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친정부 관변단체까지 동원해 불교계를 폄훼하고 또 하나의 국론 분열을 잉태시키는 이명박 정부의 진정성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진정 참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계사 #우익단체 #국가보훈처 #동지법회 #새해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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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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