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 "돈도 잘 버는 '착한 기업' 되겠다"

'앙숙' 네이버와 손잡고 CEO가 직접 마케팅 챙기는 까닭

등록 2011.01.06 22:03수정 2011.01.0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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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가 6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2011년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가 6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2011년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안철수연구소 제공


"우리가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착한 기업' 1위로 꼽혔는데 착한 기업이라고 제품이 더 많이 팔리지는 않는 것 같다."

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 식당에서 열린 안철수연구소(대표 김홍선, 아래 안연구소)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한 간부가 던진 뼈있는 한마디다. 최근 <아시아경제>에서 발표한 '착한 기업' 조사 결과 20-30대들 사이에 1위로 꼽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안연구소의 새해 화두는 '성장 극대화'였다.

'연구소' 이미지 벗고 마케팅 중심 기업 선언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V3'로 유명한 안연구소지만 실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팔아 얻는 매출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한 B2B에서 나오는데 지난 2008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2일 낸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4분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2010년 매출 704억 원, 영업이익 8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이익이 13% 정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강 연구원은 그 원인으로 스마트폰용 백신 개발 등 인력 충원에 따른 개발비 증가와 예상보다 느린 보안 관련 수요를 꼽았다.

이를 의식했는지 김홍선 안연구소 대표는 이날 올해 매출을 30% 정도 올려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마케팅 업무뿐 아니라 신규 사업과 해외 사업까지 모두 마케팅실에 통합하는 한편 김 대표가 직접 마케팅실장을 맡기로 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연구소가 강했지만 마케팅을 강화해 마케팅 중심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포인트는 성장"이라면서 "매출과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3월 24일 안드로이드폰용 보안 솔루션을 처음 공개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3월 24일 안드로이드폰용 보안 솔루션을 처음 공개했다. ⓒ 김시연


'과거' 잊고 NHN와 손잡고 사업 다각화

이와 관련 지난해 안연구소가 보여준 3가지 행보가 눈에 띈다. 안연구소는 지난해 9월 대기업 공채와 비슷한 시기에 신입 사원을 뽑고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 등 대기업에 '맞불'을 놨다. 그렇다고 더 많은 연봉을 줄 순 없어도 우수 인재 확보에 '안철수'와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또 지난달엔 한때 앙숙이었던 NHN과 손잡고 네이버 백신에 V3를 탑재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7년 네이버에서 무료 백신 서비스를 시작하려했을 때 수익 감소를 우려한 안연구소 등 백신 업체가 반발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듬해 안연구소는 NHN과 화해하고 네이버에 V3를 제공하려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지만 3개월 만에 무산돼 관계가 다시 냉랭해졌다. 김 대표는 "NHN과 제휴는 과거와 패턴을 바꾼 것"이라면서 "앞으로 네이버 백신은 기본이고 다각적인 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안연구소는 지난해 공격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를 다짐했지만 한글과컴퓨터 인수에 실패하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2개 이상 M&A(기업인수합병)하기로 하고 3명이 풀타임으로 노력했다"면서 "한컴을 생각했지만 안됐고 인수 작업 과정에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기반이 약하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소셜 커머스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기업과 클라우드 관련 기업의 거품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다운로드 프로그램 몇 개나 데이터센터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포장하기도 하는 등 개념도 모호하다"면서 "조직이 클라우드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데 경영혁신 없이 제대로 정착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소프트웨어 대표 기업 모범 보여줄까

이날 김 대표는 "중소기업의 힘은 창의력과 혁신"이라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게 안타깝지만 그만큼 중소기업, 소프트웨어기업, 보안기업으로서 안연구소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는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얼마나 사업화해서 성과를 내느냐가 과제"라면서 "IT 생태계를 이끌어 가고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일조하는 회사, 글로벌하게 존경받는 일류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오는 10월 안연구소는 성남시 판교에 짓고 있는 10층짜리 새 사옥에 입주한다.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모범이 되겠다는 김홍선 대표의 다짐처럼 새 사무실 모습이 구글이나 네이버 그린팩토리와 어떻게 차별화될지 자못 기대된다.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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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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