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유성호
- 2012년 총선에서 서울 관악 을에서 출마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지난 26일 신림동 신림현대아파트로 이사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엔 대선급 사무실 개소식도 했다. 그 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태어났다. 계속 그 동네에 살았고, 대학을 다녔으며, 신혼살림도 시작했고, 큰 아이도 낳았다. 일단 익숙한 곳이다. 관악을을 택한 것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민주노동당이 10%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장 진보적인 유권자가 많으시고 민노당은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어려운 분들과 함께 지내면서 복지문제, 주거문제를 갖고 활동했다. 복지 문제와 정책 문제에서 그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더 깊이 천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또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녹두거리 고시촌 젊은이들의 심경을, 누구보다 잘 안다.(웃음)"
-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왜 하필 관악을이냐"며 "야권연대를 명분으로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으려는 게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의 비판을 어떻게 보나."민주당의 일부 분들께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 마음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권연대라는 것이, 민주당이 당선되지 못하는 지역에서 다른 정당들이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구획을 지어놓고 다른 당의 활동을 한정하는 식이라면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연대의 기운을 떨어뜨릴 수 있다. 2012년 총선은 새로운 진보정치인들을 키워내는 공간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제가 택한, 또 민노당이 택한 곳에서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것이 질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야권연대가 한 단계 진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현역 국회의원인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야권연대의 절차가 어떻게 될지 모르나, 또 민주당 내부 공천 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운데 특정 개인을 상대로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관악을 지역은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가 많고 또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는 게 대세라면 누구라도 혼자서 해보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 이해찬 전 총리가 관악을로 이끌었다는 소문도 있다. 맞는 얘긴가. "(한동안 뜸 들였다가) 제가 그 지역에 대한 생각을 이 전 총리에게 말한 적이 있고. 또 (이해찬 총리와는)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와 후배인데, 정치로 보거나 등등. 후배에 대한 격려?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이 정도다."
- 관악을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으면 되는 건가."저는 민노당의 대표다. 야권연대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갖고 있는 열망과 노력을 국민 모두에게, 또 지역주민들에게 보여드릴 것이고, 그걸로 판단 받을 것이다."
- 다른 사람이 연합후보가 된다면 어떻게 하겠나."단일화를 하기로 했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원칙 아닌가. (웃음)"
이정희는 왜 고현정을 팔로잉 했나- 트위터에서 최근 탤런트 고현정씨를 팔로잉하셨다. 왜 하셨나? "저를 팔로우하는 분들은 팔로잉 하려고 늘 확인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팔로우하는 층이 있는데, 주로 예술에 종사하시는 분들, 출판하시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자신의 감성에 민감하시고, 또 세상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신다. 한편으론 깊이 천착하는 사고의 편린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팔로잉한다."
- 드라마 <대물>은 봤나? "잠깐, 아주 일부만 봤다. 전체 스토리를 꿰고 있지는 못하지만, 주변을 통해 말을 많이 들었다. 국회에 온 뒤로 느낀 것은 국민들이 누군가를 믿어주고 사랑해주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막상 정치권엔 국민들의 열망을 받을 준비돼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열망이 투영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12년 대권에 출마할 계획을 갖고 있나. "(한동안 침묵했다가) 흐음… 진보정당 대표인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준비하는 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23~24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1.1%로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왜 꼴찌를 했다고 생각하나. "(한동안 침묵했다가) 흐음… 진보정당의 현 단계는 꿈을 현실로? 미래를 현재로? 일 것 같다. 저는 진보정당을 구성하고 있는 정치인 중에서도 매우 빠른 시기에 매우 젊은 나이에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자리를 맡게 됐다. 그래서 아직은 미래가 아닐까? 아직은 꿈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것은 민노당의 과제이기도 하고 저에게도 역시 과제라고 생각한다."
-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한동안 뜸을 들였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민노당이 집권할 때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간혹 얘기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번 집권에 성공하면 장기집권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하하하.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지난 10년간 쌓아온 것이 한순간에 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걸 보면서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가 얼마나 단단했나 되돌아보게 됐다.
빨리 진전하지 못하더라도 길고 단단하게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고 국민들로부터 통제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수불가결하다. 이 정부가 위험에 처했을 때, 민주주의가 역행할 때, 민주적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국민에게 부여하고 그렇게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진보정당이 집권하면 국민 참여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것,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국민에게 주는 것을 가장 먼저 이룰 것이다."
- 국민에게 권력을 어떻게 준다는 것인가. "주민참여예산제도 편차가 크다. 어떤 곳은 '인터넷에 공지한다' 이것만으로도 주민참여라고 주장한다. 또 어떤 경우는 실제로 주민과 시, 시의회가 1년 내내 공부하고 회의하면서 함께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저는 이런 시스템이 국가예산 단계까지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의사에 따라 국가의 일이 통제되고, 국민의 의사에 따라 국가의 일이 바뀔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 그래야 국회의원으로 뽑혀도 의석수만 갖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된다. 지금은 그런 게 완전히 무너졌다. 여당은 과반수면 무조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고, 야당은 수십 석이라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어떤 개혁이 가능할까."2012년 총선이 끝나면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과 일치하는 얘기기도 하다. 국민 뜻대로 정책을 펴라, 정 말을 안 들으면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하게 해 달라. 진짜로 말을 안 들으면 중간에 끌어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 진보정당이 집권하면 이런 개혁까지도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정희는 왜 북한 3대 세습에 침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