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만나는 오바마, 재선 디딤돌 마련할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미국 '국빈 방문'... 북핵·위안화 문제 등 논의할 듯

등록 2011.01.18 21:57수정 2011.01.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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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18일) 베이징을 출발해 3박 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후 주석은 19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6년에도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이던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그보다 격이 높은 '국빈 방문(state visit)'이다. 중국 정상이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1997년 장쩌민 주석 이후 14년 만이다.

 

통상 마찰 문제 등 때문에 푸대접 논란이 일었던 2006년과 달리, 이번에 미국은 후 주석을 최대한 예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부통령이 공항에서 후 주석을 직접 영접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날 후 주석을 백악관 가족식당으로 초대해 비공식 만찬을 열 예정이다. 외국 정상을 가족식당으로 초대하는 건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G2의 하나가 된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주요 관심사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 전반에 관한 비중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을 예우하는 화기애애한 모습과 달리, 정상회담장에서는 주요 현안을 둘러싼 양국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상 의제 1] 핵 문제

 

핵 통제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그중 핵심은 북핵이다.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4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안보 및 정치 현안 중 최우선 사항은 북한 문제"라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천명해왔다. 후 주석은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이러한 방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후 주석은 16일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과 한 공동 서면인터뷰에서 "6자회담을 통해 포괄적이고 균형 있게 (2005년) 9∙19공동성명을 이행하면 한반도 문제의 적절한 해법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와 도발 중단을 요구해왔지만, 최근에는 북한과 대화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렇지만 동맹국인 한국을 감안해,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지난 14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남북대화로 시작하는 외교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한의 핵 보유가 달갑지 않다는 데는 뜻을 같이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가 이 문제의 해법에 관해 완전한 의견 일치를 이룰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점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은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UEP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부정적이다.

 

중국은 경제 발전에 주력하기 위해 한반도 안정을 원하지만 북한이 지나치게 고립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도 미국과 다르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핵 문제에 관한 북한의 태도를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양국 공동성명에 담고 싶겠지만, 중국은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원론적 수준에서 거론하는 정도로 그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북한에 더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중국에 주문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 중국과 미국이 의견 차이를 보인 이란 핵 문제도 정상회담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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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2006년 10월 2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정상회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예상 의제 2] 위안화 절상 및 무역 불균형 해소 문제

 

위안화 절상 여부와 두 나라 간의 무역 불균형 문제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252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이러한 무역 불균형의 원인으로 위안화 환율 문제를 꼽고 있다. 중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해 위안화가 저평가되도록 했고, 이를 통해 무역에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미국은 이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미국은 그간 지속적으로 중국에 위안화를 절상할 것을 요구해왔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정상회담을 앞둔 12일과 15일 연이어 위안화 절상을 요구했다. 게리 로크 미국 상무장관도 13일 "양국의 무역 불균형 심화가 글로벌 경제의 안정과 번영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아울러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의 '환율 조작'에 대해 보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위안화 절상 문제와 관련해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후 주석은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인터뷰에서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 쪽에서는 환율 문제는 다른 나라가 간섭할 수 없는 주권 문제이며 환율을 조작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양적 완화' 정책을 펴며 시중에 유동성을 과잉 공급했고, 이를 통해 미국은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며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러한 양국의 태도로 볼 때, 정상회담장에서 위안화 절상 및 무역 불균형 문제는 첨예한 사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구매하고 미국 서민들이 사용하는 값싼 제품을 공급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이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은 내년에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이다(중국에서도 내년에 후진타오가 최고 지도자 자리를 시진핑에게 넘길 예정이지만, 선거를 치러야 하는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에서 회복 중이지만, 그 속도는 더딘 편이다. 따라서 경제 회복 문제가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감안하면,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경제 회복에 후반기 국정 운영의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개혁을 내세웠던 집권 초기와 달리 최근 재계에 화해 메시지를 보내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회복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중국 무역 불균형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내년에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게 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그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매듭지을 수는 없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의 디딤돌로 삼고자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1992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현직 대통령이던 부시를 꺾을 때 주요 이슈가 경제였고(클린턴 측에서 내세운 구호가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였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매케인을 물리칠 때도 금융위기가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에서도, 이는 올해와 내년의 미중 관계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문제다.

 

한편, 후 주석은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현재의 국제 통화 시스템은 과거의 산물"이라며 달러 중심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예상 의제 3] 중국의 '핵심 이익'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쪽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관영 <신화통신>)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핵심 이익'은 타이완∙티베트∙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다. 티베트와 신장위구르는 중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분리 독립 움직임이 있는 곳이다. 즉 분리 독립은 있을 수 없다는 중국의 방침을 그대로 인정하고 이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한 중국은 타이완에 무기를 수출하지 말 것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한다는 원론적 언급을 하면서도 무기 판매는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타] 인권·지적재산권 문제 등도 거론 가능성

 

이밖에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아울러 미국산 쇠고기의 중국 수출 재개 문제,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중국 내 지적재산권 문제 등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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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미국을 '공식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부시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백악관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때 미국이 후 주석을 푸대접했다며 분개했다. ⓒ 백악관 홈페이지

2006년 4월 미국을 '공식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부시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백악관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때 미국이 후 주석을 푸대접했다며 분개했다. ⓒ 백악관 홈페이지

슈퍼파워 미국과 떠오르는 중국의 새로운 관계는?

 

후 주석은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두 나라가 "각자 선택한 발전의 길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슈퍼파워 미국과 아직 정면 대립할 생각은 없지만,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함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앞지르며 세계 2위가 됐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에는 세계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위상이 높아진 중국과 현존하는 슈퍼파워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11.01.18 21:57 ⓒ 2011 OhmyNews
#미중정상회담 #후진타오 #오바마 #위안화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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