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근처 백반집 골목인하 문화의 거리를 따라 백반을 파는 식당 22여 곳이 밀집해 있다.
정민지
"물가 이만큼 올려놓고 이제 와서 나라가 물가 잡는다고 해봐야 뭐해! 어차피 내린다고 해봐야 코딱지만큼 내려갈 건데."17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앞에서 16년째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민자(가명·64)씨는 물가 이야기를 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몸으로 느끼기에 200%는 더 오른 거 같다"며 "채소가격이 언제 다시 원상태로 내려올 수 있겠냐"라고 말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물가대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오씨의 백반집 주 메뉴는 4천 원짜리 해물볶음밥이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오징어 값은 1마리당 천 원에서 2천 원으로 2배 올랐고, 대파 1단은 2천 원에서 3500원으로, 양파 1자루는 7천 원에서 2만2천 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가격을 500원만 올려도 재료값은 나오지만 그것 역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씨는 "학교 구내식당 가격이 워낙 싼 탓에 가격을 올리면 그마저 찾는 학생들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한국외대 구내식당에서는 닭곰탕을 2500원에, 김치볶음밥을 2300원에 팔고 있었다.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한국외대·인하대·고려대 등 수도권의 3개 대학교 앞 식당 9곳을 찾아 물가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취재했다. 기자와 만난 식당 주인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물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 가게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7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 B 식당. 저녁 시간인데도 손님은 두 테이블밖에 없었다. 10여 명의 대학생 동아리 모임이었다. 십여 분 뒤, 그들이 밥을 다 먹고 일어나자 열 평 남짓한 규모의 식당은 순식간에 썰렁해졌다.
이 식당의 주인 이진수(가명·59)씨는 "16년 전 개업 당시 내놓은 음식 가격이 3500원이었다. 지금 가격은 16년 동안 단 두 번에 걸쳐 천 원 올린 것"이라며 "올해도 이런 상태라면 어쩔 수 없이 500원을 인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 메뉴인 돼지불고기 백반에 들어가는 재료를 하나하나 언급하며 가파른 물가 상승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고춧가루(600g)가 1만 원에서 1만3천 원으로, 양파(12kg)는 1만3천 원에서 2만 원으로 올랐다. 또한 지난해 1월 600g당 2천 원이었던 돼지고기가 지금은 3800원에 이른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배추파동'이 일어난 2010년 9월 신선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45.5% 급등했다. 이후에도 10월 49.4%, 11월 37.4% 상승으로 3개월 연속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작년 12월 신선식품지수는 2009년 동월대비 33.8%, 신선과일 물가는 43.4%나 뛰었다.
카드수수료 내렸다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