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한철만큼 깨끗한 후보자 없었다"

불교재단에 10억 원 상당 아파트 기부... 소신 표명에는 신중해

등록 2011.01.27 19:35수정 2011.01.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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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박한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헌법재판관으로서의 덕목'에 대한 질의가 많았다. 전관예우, 대검 공안부장 시절 촛불집회 대응 등은 논란이 됐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모처럼 재산증식, 병역 등 개인비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a  박한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문제에 관한 질의를 받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문제에 관한 질의를 받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박 후보자는 대학을 졸업한 뒤 육군에 입대, 병장으로 만기전역했고,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박 후보자의 2011년 1월 현재 재산 목록은 아주 간단하다, 전세금 2000만 원, 자동차 1억700여만 원, 예금 10억4200여만 원 등 총 11억6900여만 원이고, 빚은 없다. 검찰 출신 공직 후보자들이 '차용증 없는 부채' 등으로 뇌물의혹을 받았던 일과는 크게 대비되는 일이다.

박 후보자가 시가 10억 원 상당의 서울 서초동 42평형 아파트에서 전세금을 2000만 원만 주고 살고 있다는 게 매우 이상한 점이지만, 사정을 알고 나면 의혹은 없다. 박 후보자는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을 지내던 지난 2009년 11월 이 아파트를 불교재단인 법보선원에 기부했다.

소유권을 법보선원에 넘기고 소액의 전세금만 맡긴 채 계속 살고 있는 셈이다. 기부 당시엔 이 일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듬해 공직자 재산 변동사항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의해 기부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박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기부 동기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 당시 집사람이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20여년 이상 절을 다녔는데, 법보선원에서 노인요양시설을 짓는다는 얘길 듣고 이에 동참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서 나도 취지가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이 "물욕이 없는 거냐"고 물었을 때 박 후보자는 "재산이나 부, 명예, 공직 같은 것 중 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잠시 보관하고 관리했다가 때가 되면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재물관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박 후보자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최근의 인사청문회에서 박한철 후보자만큼 깨끗한 사람은 없었다"고 칭찬했다. 법사위원으로 청문회에 나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군 면제 등 '4대 필수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분"이라며 "불교계에 사재를 기부한 것에도 존경을 표시한다. 아주 좋으신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의견 표명에는 신중..."개헌은 국민 의사 존중해야"


이날 박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존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다른 사안들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답변으로 일관해 의원들로부터 "어떤 사람인지 알고싶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사형제도 자체는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찬성하느냐'는 박준선 의원의 질의에 박 후보자는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후보자 신분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재차 물었지만 박 후보자는 찬반을 밝히지 않았고, 이에 답답한 듯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질문하는데 자꾸 답변을 회피하면 어떡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박 후보자는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 추진 중인 개헌에 대해서도 "권력구조 등의 문제가 집중 거론되는데, 헌법 제정자는 국민이므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서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옳지 않나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헌법개정의 이유 중 하나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권한 중복'을 꼽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박 후보자는"어떤 것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적합한가를 봐야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생긴 지 23년이 좀 넘었는데 그 사이 (국민 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많은 업적을 쌓아왔다"며 헌법재판소 존치에 무게를 실었다.
#박한철 #인사청문회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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