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말레이시아, 둘 다 가기로 선택했다

3인 가족 말레이반도 여행기 - 개의 나라 태국, 고양이의 나라 말레이시아 2

등록 2011.02.01 14:33수정 2011.02.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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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카오산. 나는 개인적으로 카오산이 두 번째이다. 3년 만에 찾은 카오산은 더 화려해졌고, 더 복잡해졌고, 더 환락가로 변했다. 카오산은 일개 거리를 일컫던 고유명사에서 이제 배낭여행자의 메카로 불리는 보통명사로 전유됐다. 카오산, 그 중에서도 송크람 사원을 끼고도는 람부티 거리는 그중 조용한 편에 속했는데 이곳도 시끌벅적한 카페골목과 펍스트리트로 변하고 말았다. 특이할만한 것은 길거리까지 타이맛사지 영업이 점령한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말초적 쾌락을 원하는 것일까.

 

         

a 카오산 거리 길 건너에 람부티 거리가 있다.

카오산 거리 길 건너에 람부티 거리가 있다. ⓒ 황인규

▲ 카오산 거리 길 건너에 람부티 거리가 있다. ⓒ 황인규

 

태국은 배낭여행족의 천국이자 메카이다. 주로 서양인인 그들에게 아프리카는 위험하고, 남미는 단조롭고, 북미나 호주는 그들과 다를 바 없다. 동남아는 태국을 중심으로 여러나라가 오밀조밀 붙어있어 다니기가 좋고, 물가도 싸고, 무엇보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 여행의 재미가 더한다. 베트남은 유교 문화권, 캄보디아는 불교와 힌두가 공존하고, 태국과 미얀마는 불교문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문화다. 그밖에 힌두 문화인 인도가 멀지 않고, 싱가폴은 이들 문화가 다 어우러져있다.

 

그러다보니 태국은 배낭여행족의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추어진 곳이 되었다. 싼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이 각 도시마다 있고 음식도 다양해 질리지 않을 수 있고, 어느 소도시에도 기본적인 영어는 통한다.

 

처음 카오산에 도착하자 아내는 신이 났다. 그녀가 신이 난 이유는 공항에서 카오산까지 공항버스나 택시를 타지 않고 순전히 태국인들이 이용하는 시내버스만으로도 목적지까지 온 이유 때문이다. 출발 전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던 아내는 마침내 공항에서 시내까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내버스를 알아냈다.

 

수완나폼 공항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 밖 버스터미널에가서 555번을 타야 된다고 했다. 공항버스를 타면 1인당 150바트에 세 명이니 450바트. 택시를 타면 400바트 정도 나오는데 시내버스를 타면 1인당 25바트 거기다 서영이가 어린이 요금으로 할인돼 총 60바트에 왔으니 짠순이 아내의 얼굴엔 희색이 만면할 수밖에.

 

오, 그러나 이것은 축복이 아니었다. 이 성공의 경험이 여행 중에 아내와 나 사이에 많은 다툼의 씨앗이 될 줄이야. 먼저 가벼운 다툼이 있었다. 나로서는 낯선 타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 찾는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숙소부터 구하고 차분하게 첫날을 맞이하자고 했다. 왜냐면 비행기가 두 시간이나 연착해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는 비용문제를 들어 자기 계획을 고집했다. 얼마 차이야? 무려 400바트라고. 첫날부터 아껴야지. 경비문제를 들고 나오는 데야 나도 반박할 말이 그다지 없다.

 

애초에 우리는 빠듯한 경비 때문에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둘 중 한 곳만 여행하려 했다. 그러나 어느 곳이 더 좋은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각각의 일장일단이 있었다. 물가, 안전, 문화, 볼거리, 자연 등을 비교해 볼 때 모든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나라는 없었다. 그러나 내가 입수한 자료에선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바로 체험이다. 책상머리에서 몇 가지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떠도는 풍문만 가지고 두 나라를 비교한 것이다. 당연히 알맹이가 빠진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다.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차라리 이 두 나라를 다 가보면 어때? 아내의 제안였다. 가능할까? 사실 배낭여행이라고는 3년 전 나 혼자 태국북부 지방을 일주일 정도 돌아다닌 경험 밖에 없었다. 그때의 경험에 미루어 볼 때 현재의 예산에서 삼분지 일의 경비로 나 혼자라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 혼자 가는 것과 가족들과 같이는 가는 건 다른 문제다. 우선 숙박비의 문제가 있다. 나 혼자라면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한 방에서 여럿이 자는 곳)에서 잘 수 있다. 그러나 자칭 공주연하는 아내와 아직 어린이인 딸을 생판 모르는 외국인들 틈에 재우자니 왠지 께름칙하다. 더구나 아내와 서영이는 영어를 못한다.

 

다음으로 먹는 것의 문제가 있다. 나는 비교적 아무 거나 잘 먹는 편이고, 평소에도 먹는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고 했지만 나는 단지 안 먹으면 배가 고프고, 배가 고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먹는 편이다. 그러나 아내는 비교적 미식가에 속했고 서영이는 입이 짧은 편이다. 따라서 여행 중에 길거리 싸구려 음식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셋째, 편의의 문제다. 열차를 타더라도 나는 완행을 즐기는 편인데, 아내와 아이는 쾌적함을 찾을 것이 분명하다. 다소 지저분하더라도 나는 숙박이나 먹거리를 사람들이 붐비는 속에서 해결하며 여행의 묘미를 찾으려고 하지만 아내는 분명 깔끔하고 조용한 곳을 찾을 것이다.

 

a 하늘에서 본 방콕   산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넓은 평야다.

하늘에서 본 방콕 산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넓은 평야다. ⓒ 황인규

▲ 하늘에서 본 방콕 산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넓은 평야다. ⓒ 황인규

이 모든 것이 예상 외의 비용을 치룰 수 있는 요소들이다. 그렇다고 예산을 늘릴 수는 없었다. 여행 자체가 우리에겐 예상치 못했던 과잉지출이기 때문이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우리는 마침내 이 두 국가를 가기로 했다. 한번의 여정으로 두 개의 문화권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각각 따로 가는 것보다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게다가 이 두 국가는 불교와 이슬람이라는 서로 다른 종교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웃한 국가치고 문화의 뿌리가 전혀 다른 나라는 지구상에서도 드문 경우이다. 그리고 육로로 이동한다면 생각보다 그다지 비용이 들지 않으리라는 우리 나름대로의 소망에 가까운 결론을 내렸다. 경비는 최대한 아끼고 지출은 최소한으로 하자. 이번 여행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제1조였다.  

#PER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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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디고』, 『마지막 항해』, 『책사냥』, 『사라진 그림자』(장편소설), 르포 『신발산업의 젊은사자들』 등 출간. 2019년 해양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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