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는 무바라크... 군과 미국마저?

오늘 시위대 '1백만인 대행진' 앞두고 긴장 고조

등록 2011.02.01 20:57수정 2011.02.0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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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신은 신이 두렵지 않은가?" 1월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한 시위자가 '신이 말하길 잘못을 행하는 모든 자는 멸망한다'라고 쓰인 천을 들고 있다. ⓒ EPA=연합뉴스

"대통령, 당신은 신이 두렵지 않은가?" 1월 2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한 시위자가 '신이 말하길 잘못을 행하는 모든 자는 멸망한다'라고 쓰인 천을 들고 있다. ⓒ EPA=연합뉴스

시민들의 퇴진 요구에 직면한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점점 더 궁지로 몰리고 있다.

 

이집트 시민들은 1월 31일(현지 시각) '30년 독재자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1월 25일 시작된 이 시위는 7일째 계속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수도 카이로 시내의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이집트인들은 "물러가라, 우리는 (무바라크) 당신이 물러가기를 원한다"고 연호했다. 또한 이들은 이번 시위가 애국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며 이집트 국가를 불렀다.

 

시위에 참가한 아흐메드 무스타파는 "나는 내 안의 두려움과 싸우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이미 그러한 두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카이로뿐만 아니라, 이집트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이날 수천 명이 모여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했다.

 

이처럼 독재가 사라진 새로운 이집트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는 1일(현지 시각)에는 100만인 대행진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1일 오전부터 카이로 시내에는 이 대행진에 참가하려는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망하던 군 "폭력으로 국민에게 맞서는 일 없을 것"

 

무바라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건 시위대만이 아니다. 정권의 버팀목이던 군부와 미국도 점점 무바라크에게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군부와 미국은 이집트의 향후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집트군은 1월 31일 "군이 거리에 (배치돼) 있는 건 여러분의 안전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해서다"라며 "군이 폭력에 의존해 위대한 우리 국민에게 맞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평화적인 의사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돼 있다"고 밝혔다.

 

군이 민주화 시위에 대한 태도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후 탱크와 장갑차를 갖춘 군 병력이 카이로 시내에 배치됐지만, 군은 그동안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명예로운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존중하겠다는 군의 이번 발표에는 다소 애매한 면이 있다. 무바라크를 완전히 버리고 시위대의 손을 확실히 들어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관망하던 군이 시위대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며, 이는 무바라크 정권에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갈 전망이다. (관련 기사 : 시민이냐 독재자냐, 기로에 선 이집트군)

 

이와 함께 미국에서도 30년간 미국에 충실했던 무바라크 정권이 이 상태로는 유지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AP통신>은 1월 31일 익명을 요구한 두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9월로 예정된 대선에 무바라크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질서 있는 이행"을 강조했던 미국 정부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무바라크 퇴진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9월 대선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정도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바라크 이후에도 미국에 우호적인 정부가 이집트에 들어설 것인가가 미국의 최대 관심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해, 미국에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이집트에서 1979년 이란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나타나는 것이라는 뜻이다.

 

팔레비 왕조 당시 "미국의 헌병"이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친미적이었던 이란은 1979년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혁명이 성공한 후 대표적인 반미 국가로 변모했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이 "군부의 핵심 인사들과 술레이만 부통령을 비롯한 최측근들이 무바라크를 설득해 결국 사임하게 하는 것"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 모종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집트군과 긴밀한 연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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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인 대행진' 상황을 전하는 <가디언>. ⓒ <가디언>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인 대행진' 상황을 전하는 <가디언>. ⓒ <가디언>
2011.02.01 20:57 ⓒ 2011 OhmyNews
#무바라크 #이집트 #민주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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