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오랜 지기'는 망언 종결자?

[주장] 오세훈 서울 시장의 '무상복지' 비판글이 비판 받는 이유

등록 2011.02.26 14:41수정 2011.02.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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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지계(金蘭之契)'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금이나 난초와 같이 귀하고 향기로움을 풍기는 친구 사이의 맺음을 알컫는데, 좋은 벗의 중요성을 알리는 말입니다. 반면 좋지 않는 벗이 가까이 있다면 '오집지교(烏集之交)'가 될 수 있습니다.

 

'거짓이 많고 신용이 없는 교제'를 일컫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좋았다가 틀어지는 교제가 바로 이 '오집지교'입니다. 이 두 사자성어는, 특히 정치인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라의 운영이란 중책을 맡았기에, 어떤 벗을 두느냐에 따라 국익에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본 극우 정치인을 '오랜 지기'로 둔 대한민국 정치가가 있다면 이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게다가 단순한 친분을 넘어, 일본 극우 의원의 '격려편지' 대한민국의 야당정책을 비판하는데 이용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할까요.

 

오세훈 서울 시장의 블로그 글이 질타받는 이유

 

a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글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글 ⓒ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글 ⓒ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20일, 오세훈 서울 시장이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ohsehoon4u)에 올린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글이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 유력 정치인의 '격려편지'를 인용) 민주당의 무상복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글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유력정치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오랜지기'로 소개된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의 이면은 누리꾼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과거 MBC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독도 망언과 일본 내 선거 기간 중 야스쿠니 신사 참배 옹호 발언을 하는 등, 과거 대한민국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한 두번의 실수가 아닌, 연이은 망언은 그를 '망언 종결자(?)로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게다가 그는 단순히 망언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일본의 전수(專守·수비에 전념하는 개념)방위 원칙의 수정과 집단적 자위권의 인정에 앞장서는 일본의 대표적 극우파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신국방족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이가 바로 이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입니다. 그런 일본의 대표적 극우파를 '오랜 지기' 라고 소개하며, 또 극우판의 '격려편지'를 상대당의 정책을 비판하는데 활용하는 오세훈 서울 시장의 모습에 누리꾼들이 비판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 극우파까지 이용한 오세훈 시장의 '무상복지' 비판

 

오세훈 시장은 자신이 블로그에 쓴 글에서,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을 '자민당 정책심의회 의장'으로 소개하며 정책통이라고 밝힙니다. 오 시장은 덧붙여 그런 야마모토 의원이 서울시를 방문, 오세훈 시장과 점심을 함께하며 '복지'에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이후 한달 만에 격려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글에 남깁니다.

 

<며칠전, '일본'에서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오랜 지기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의원이 보내온 편지입니다. 그는 현재 참의원 소속 자민당 정책심의회 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정책통입니다. 지난달 서울시를 방문해 함께 점심을 나누며 '복지'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는데 꼭 한 달 만에 제게 격려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오세훈 시장 블로그 중)> 

 

이런 일련의 상황은 오세훈 시장에게 꽤 특별한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격려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낸 편지 내용을 인용해 우회적으로 민주당의 무상복지를 비판하는 글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를 썼기 때문입니다.

 

a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글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글 ⓒ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글 ⓒ 오세훈 서울시장 블로그

 

일본에서 날아온 격려 편지 내용의 주요 골자는 '일본 민주당의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입니다.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은, 편지에서 일본 민주당의 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아동 학대' 극단적 표현까지 써가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런 편지를 내용을 인용해,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글에서 대한민국 민주당의 '무상복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합니다.

 

<닮아도 너무 닮지 않습니까? 일본 민주당이 야당 때 써먹었던 레퍼토리 그대로입니다. '엔-원' 화폐만 다르지, 적어놓은 수치까지 쏙 빼닮아 대체 어느 나라 민주당이 날리는 공(空)수표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오세훈 시장 블로그 글 중>

 

하지만 이 무상복지 비판 글은 많은 누리꾼들의 반발을 불러 왔습니다.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의 전력(?)이 알려지면서 부터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오랜지기'로 , 또 정책통으로 소개했던 그는 알고보니 대한민국의 영토와 역사에 해를 끼치는 망언을 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망언들을 들어보시죠.

 

"일본 국민들에게 "어떤 선배 의원은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이 싫어하니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다른 나라가 시킨다고 중단해서야 말이 되는가!"

                                                                     (2006년02월08일자 동아일보 19면)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의 역사적 배경과 해석이 있는 것이고 일본은 일본 나름대로의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영토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제국주의나 침략전쟁 이야기로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봅니다."

 

"일본 측에서 보면 독도는 빼앗은 땅이 아니라 애도시대 초기부터 어업을 하던 일본 영토라는 것이 여러 문헌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영토권 주장을 하는 것이죠. 여기에서 서로의 인식차가 큰 것입니다. "

 

"한 나라의 리더가 전몰자를 어떤 식으로 추도하고 참배하느냐는 총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며 이 추도 방법과 관련해 외국에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 4월28일 손석희 시선집중 중)

 

야마모토 이치타의 행동은 단지 망언에 그치지 않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우파로 손꼽히며 일본의 국방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과거, 전수(專守·수비에 전념하는 개념)방위 원칙의 수정과 집단적 자위권의 인정을 요구한 전력은 그의 단면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런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과 '오랜 지기'라니 놀라울 뿐입니다. 한나라당 내의 미래연대(이성헌,원희룡,오세훈 의원등), 한일미래연구회라는 모임을 통해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과 친분을 쌓은 것에 대해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지만, 블로그에 '오랜 지기'라는 표현은 왠지 모르게 거슬립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야마모토 이치타는 (한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망언을 하고, 일본의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친밀감을 갖고 있는 '오랜지기'이자, '일본 정책통'이라고 표현하기 이전에 비판의 잣대를 가지고 가야 할 인물이 아닐까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역사인식

 

a  강희용 서울시의회 의원 홈페이지<오세훈 의원에게 편지를 보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은 누구인가?> 글

강희용 서울시의회 의원 홈페이지<오세훈 의원에게 편지를 보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은 누구인가?> 글 ⓒ 강희용 서울시의회 의원 홈페이지

강희용 서울시의회 의원 홈페이지<오세훈 의원에게 편지를 보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은 누구인가?> 글 ⓒ 강희용 서울시의회 의원 홈페이지

 

하지만 오세훈 서울 시장의 글에서 이런 비판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망언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야마모토 이차타 의원, 그가 보낸 격려편지를 대한민국의 야당 정책을 비판하는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 

 

대한민국의 상대당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우파이든, 망언을 일삼는 의원이건 상관없는 모습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민주당 서울시 의회 강희용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dseoulb)에 남긴 따끔한 일침은 그래서 더욱 와닿습니다.

 

<오세훈 시장님, 굳이 대권까지는 운운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 수도의 시장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역사인식, 최소한의 자존심 정도는 지켜주길 바랍니다.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과 복지에 대한 견해가 같다면 한일 관계의 숙제인 독도 문제와 과거사 청산문제등에 대해서 그와 무엇이 다른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의회 강희용 의원 블로그 글>

 

하지만 2월26일 현재(낮 12시) , <일본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보내온 편지>글은 여전히 오세훈 서울 시장의 블로그에 남아있습니다. 납득할 만한 해명 없이 문제의 글을 방치하는 모습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문득 오세훈 시장이 쓴 이 글의 첫 문장의 말미가 생각납니다.

 

<나라가 기울면 그 궁궐조차 위엄을 잃고 형색이 퇴락한다는 생각에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처연해지고 황송하기까지 했구요. 저 풍경은 늘 제게 물었습니다. 역사의 무상함과 정치가의 책무란 무엇인가를 말이지요.                         오세훈 서울 시장 블로그중>

 

오세훈 서울 시장님. 역사의 무상함과 정치가의 책무란 '올바른 역사인식'도 크게 기인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해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훼손하는 일본 '우파'의원의 편지를. 야당을 비판하는 정치가가 과연 올바른 정치가의 책무인지 스스로 돌이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님의 '오랜지기' 야마모토 이치타 의원이, 자신에게 '금란지계(金蘭之契)'일지, 아니면 '오집지교(烏集之交)'일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2011.02.26 14:41ⓒ 2011 OhmyNews
#오세훈 #야마모토 이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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