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운명이 누군가에 의해, 또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결정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한참 이런저런 꿈에 부풀어 있을 10대 중반의 나이에.
운명이 결정되면 진로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살아도 되니까 나름대로 편한 점도 있겠다. 그렇게 정해진 운명이 자신의 취향에도 어느정도 맞는다면 그때부터는 앞만 보고 달려가면 되는 것이다.
대신에 그 운명이 자신의 뜻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럴 경우 어떤 사람은 체념한 채 운명을 따라갈 테고, 어떤 사람은 운명에 맞서 싸우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저항하더라도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는 없다. 원래 운명이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닌가.
캐미 가르시아와 마거릿 스톨의 공동작품 <뷰티풀 크리처스>의 등장인물도 그런 운명을 타고 났다. 차이가 있다면 그 인물은 일반 사람이 아니라 '주술사'라는 점이다. 주술의 능력은 집안 대대로 이어져 왔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도 능력의 차이가 조금씩 있다. 이들 주술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빛의 주술사, 어둠의 주술사.
작은 마을로 전학 온 여학생
작품의 무대는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개틀린이다. 멍청이와 못 떠난 사람들만 남아있다고 말할 정도로 작고 폐쇄적인 마을이다. 어찌나 작은지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도 없을 지경이다. 주인공인 이선 웨이트는 개틀린을 탈출하려고 노력하는 16세의 고등학생이다.
이선은 얼마 전부터 밤마다 꿈속에서 한 소녀를 본다. 꿈에서 그 소녀가 자신과 함께 추락하는데 자신은 그 소녀를 구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 이선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여학생 리나가 전학을 온다. 개틀린으로 누군가가 전학오는 일은 정말 드물기 때문에 리나는 전교생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놀랍게도 리나는 이선이 밤마다 꿈에서 보던 그 소녀였다. 이 학교는 워낙 폐쇄적이라서 학생들의 관심은 곧 따돌림으로 변해버린다. 이선은 왕따가 된 리나에게 다가가고 둘 모두 각자의 꿈속에서 상대방을 보았다는 사실을 공유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이선도 왕따 대열에 합류했다는 이야기다.
왕따가 되든지 말든지 이선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이선에게 있어서 리나는 곧 운명 같은 존재가 된다. 그런 이선에게 리나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집안이 주술사 집안이고 자신도 주술사인데 자신의 운명이 16살이 되는 생일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에 자신이 빛의 주술사가 될지, 어둠의 주술사가 될지가 정해지는 것이다.
만일 리나가 어둠의 존재가 되버린다면 리나는 이선의 곁을 떠나게 된다. 어쩌면 과거를 모두 잊은 채 이선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 이선은 이런 이야기에 충격을 받지만, 곧 리나를 돕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 운명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지만 절대로 리나를 어둠의 세계로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리나와 이선에게 어떤 운명이 펼쳐질까
16살에 운명이 정해진다는 것도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본인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리나는 자신의 손에 16살 생일까지 남은 날짜를 써가지고 다닌다. 다음날이 되면 숫자를 지우고 새로운 숫자를 적는다. 마치 감방에 갇힌 죄수가 출감일까지의 날짜를 벽에 적어 놓는 것 처럼.
빛의 주술사가 되건 어둠의 주술사가 되건, 16살 이후에 리나의 삶은 일반적인 여학생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리나도 그것을 알기에 그날이 오기 전까지 평범한 여학생이 누릴 만한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한다. 학교에서 열리는 무도회에도 참석하고 영화도 보러 다니면서 일상적인 여고생의 모습을 가지려고 한다.
그것도 왕따가 된 상태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리나가 운명에 맞서려는 것처럼, 이선은 리나를 왕따시키는 다른 학생들에게 맞선다. 주술사가 되는 과정은 여러가지로 어려운 일의 반복이다.
운명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리나와 이선처럼 애정과 신뢰로 뭉친 커플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결과는 달라질지 모른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운명도 바뀌기 위해서 존재하는지 누가 알겠나.
덧붙이는 글 | <뷰티풀 크리처스> 캐미 가르시아, 마거릿 스톨 지음 / 김승욱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2011.03.04 09:58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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