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아이폰4' 출시와 AS정책 발표로 이동통신 시장이 떠들썩한 가운데 마침내 9일 예약판매가 시작됐다. SK텔레콤 측의 자료에 따르면 오후 2시 현재 약 2만8000명이 가입을 신청, 당초 예상보다 예판 열기가 뜨거웠다고.
그러나 이런 반응은 대개 초기에 반짝하고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버라이즌이 출시한 '아이폰4' 역시 초기의 등등한 기세와 달리 판매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후문이다.
과연 KT와 SK텔레콤이 함께 공급하는 '아이폰'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이와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이다. 국내 최대의 모바일 포털인 세티즌(www.cetizen.com)이 지난 24일부터 진행 중인 'SKT 아이폰 vs KT 아이폰, 여러분의 선택은?'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386명이 SK텔레콤을 선택, 69%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반면 175명이 선택한 KT는 31%에 그쳤다.
특히 SK텔레콤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장기가입에 따르는 우대혜택을 선택의 우선순위로 꼽아 눈길을 끈다. 이들 대다수는 가족결합 및 장기할인 등의 혜택을 유지하면서 아이폰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무엇보다 큰 매력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밖에 요금이나 서비스, 멤버십 혜택 등을 SK텔레콤을 선택한 이유로 제시한 소비자도 다수. 아이폰을 사용하며 KT의 서비스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 소비자들의 이탈도 눈 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아이폰 앞세워 고객 우습게 보더니", "KT, 이참에 된통 당해라" 등 기존 서비스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 글도 제법 눈에 띈다.
반면 KT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그간 아이폰을 도입해 운영해온 KT의 경험, 4만여 개가 넘는 Wi-Fi망, U클라우드 서비스, 멤버십 등을 지지 이유로 들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달 로아컨설팅이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와 닮아있다. 당시 설문은 '아이폰5'가 출시된다면 SK텔레콤과 KT 중 어느 통신사를 선택하겠냐는 것. 이 설문에 대해 응답자의 77%가 SK텔레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후발주자의 경우 먼저 출시한 통신사 쪽의 불만으로 인한 반발과 이의 개선에 대한 희망으로 초기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AT&T의 통신망을 사용하던 아이폰 사용자들이 버라이즌을 통해 아이폰이 출시되자 열광했던 것처럼 말이다. SK텔레콤 역시 KT의 이런 불만에 대한 일종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동일한 제품을 출시한 이상 작은 서비스와 고객 응대, 정책 하나까지 양사는 모든 것을 객관적 기준 위에서 비교당하게 되기 때문. SK텔레콤은 현재 소비자들의 호의를 실 수요로 이끌어내려 할 것이고, KT는 기존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신규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을 새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현재의 상황으로만 판단한다면 설문 결과는 소비자들이 KT보다는 SK텔레콤을 선택할 공산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SK텔레콤의 '아이폰4' 출시, 과연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도입 이전부터 "국내 소비자가 인정할만한 AS"란 단서를 달아왔던 SK텔레콤은 '아이폰4' 출시를 결정하며 이 부분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이미 공언한 전례가 있는 만큼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출시 자체가 별 의미가 없는 요식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 '아이폰4'에 대한 AS 정책을 이런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SK텔레콤으로서는 이 이상의 선택이 없었다는 점도 쉽사리 이해가 된다.
Tmap 등의 핵심 서비스 제공, 32개의 추가 AS센터 운영, 7일의 넉넉한 교환 기간 제공 등 KT와 명확히 차별되는 서비스를 들고 나온 SK텔레콤. 사용자들은 최적의 노선 선택과 정확한 도착시간으로 정평이 난 Tmap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열광하고 있다.
이에 따라 KT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SK텔레콤의 발표가 있은지 불과 하루 만에 교환 기간을 14일로 연장하는 새로운 AS 정책을 발표한 것. 여기에 아이폰 사용자의 90% 이상이 가입한 '올레 폰케어'와 같이 고객의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AS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이 발표한 AS센터 구축도 적극 검토할 뜻을 밝혔다.
아이폰을 계기로 변화하는 시장
SK텔레콤이 '아이폰4'를 발표하며 KT와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우자 소비자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그동안 KT가 제공해온 '아이폰' 관련 서비스는 국내 실정법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었기 때문. 어쩌면 그것이 KT의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새로운 정책을 들고 나온 SK텔레콤으로 인해 기존 KT의 정책이 날 선 비판의 칼날 위에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고객만족'이라는 경영 이념을 제창한 KT로서는 새로운 서비스 정책을 발표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나, 차일피일 미룬 탓에 결국 기회를 놓친 셈.
하지만, 이런 '경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넥서스S'를 시작으로 조금씩 감지되던 이동통신 시장의 새로운 흐름은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아트릭스(Atrix)' 발표로 보다 명확해졌다. 과거엔 상상도 못했을 법 한 일이 벌어진 것.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 레퍼런스폰인 '넥서스S'가 양 통신사를 통해 함께 출시된 것은 분명 소비자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옴니아 시리즈, 갤럭시 시리즈의 차별화된 디자인과 스펙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에게는 동일한 단말기의 복수 통신사 출시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된 것이다.
SK텔레콤의 '아이폰4' 출시에 KT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에 있다. 향후 출시될 '아이패드2', '아이폰5' 등 애플의 디바이스가 이렇듯 양사를 통해 함께 공급되면 소비자는 원하는 단말기를 더 좋은 구매조건과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통신사를 통해 개통할 수 있게 되기 때문.
KT의 표현명 개인 고객부문 사장은 "아이폰 선도사업자로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폰 구입과 사용 전반에 걸쳐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입할 것"이라 천명했다. 아울러 경쟁사가 아이폰을 도입해도 먼저 출시한 자신들의 노하우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 자신했다. 과연 그럴까? 좋은 가격과 질높은 서비스 없이 고객 만족이 있을 수 없다. KT의 서비스가 우수해서라기보다, '아이폰'이기에 참고 사용한다는 사용자가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이런 자신감이 과연 시장에도 반영될지 미지수.
대안이 생긴 소비자는 언제고 등 돌리게 마련이다. '충성고객'이나 '우수고객' 등의 제도가 과연 떠나는 소비자를 잡을 수 있을까? 오히려 경험과 노하우는 잊고 그동안 아이폰 사용자들이 제기한 불만이 무엇인지부터 둘러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국내 디바이스 제조사들의 어려움 심화될 듯
통신사들의 이런 전략 변경으로 오히려 국내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아이폰 등 애플의 디바이스를 들여오기로 한 이상 KT와 SK텔레콤이 모두 애플 제품을 주력으로 삼으면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 제품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간의 비교에서 안드로이드가 iOS를 앞서기 시작했지만, 단일 제품으로의 아이폰은 아직도 막강한 위력을 갖고 있다. 어떤 스마트폰도 오르지 못한 절대 강자의 위치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제품. 얼마전 발표한 '아이패드2'와 올 하반기 발표될 '아이폰5' 역시 막강한 지배력을 여과 없이 시장에 투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거대한 시장성을 가진 디바이스를 통신사의 입장에서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 수 없고, 이에 따라 '갤럭시S II', '옵티머스 패드' 등의 신제품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것.
물론, 스마트폰 시장 전체를 살피면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이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어느 통신사도 이들 제품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 하나의 제품으로 엄청난 파장을 미치는 애플의 기기를 전면에 내세울 모든 요건이 갖춰진 이상 KT와 SK텔레콤 모두 애플의 제품으로 승부를 보려 할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몇몇 디바이스 제조사들은 올 한해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와 달리 하나의 제품을 다수의 통신사에 공급할 여건이 갖추어졌지만, 그렇다 해서 시장에서의 '힘의 균형'이 제조사에게로 넘어갔다 보기엔 어려움이 많다. 통신사들이 애플의 디바이스를 주력으로 내세운다면 상대적으로 여타 제조사의 제품은 그만큼의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 더 많은 통신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도 오히려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잃는 역설적인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어 보인다.
찰떡궁합!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사이에 균열이?
이런 시장의 흐름은 전통적으로 가장 끈끈한 유대관계를 보여온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관계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상 최고의 프리미엄 디바이스를 SK텔레콤에 공급했던 삼성전자는 그러나 최근 독자적인 앱스토어인 '삼성앱스'를 탑재한 '웨이브2'와 '갤럭시 에이스'를 연이어 출시했다.
물론, 외관상 양사는 협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사이 역시 여전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이동통신사 대표 앱스토어인 'T스토어'가 아닌, 독자 스토어를 탑재한 기기가 출시되고 있는 것은 양사의 이해관계도 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세간의 인식을 보여주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삼성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 II' 역시 KT와 SK텔레콤이 함께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옴니아, 갤럭시 시리즈에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 바야흐로 벌어지려는 찰나. 이 제품의 출시를 통해 새로운 통신시장 환경, 두 기업 사이의 관계를 조금이나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런데 '갤럭시S II'의 양사 동시 공급이 먼저였을까, 아니면 SK텔레콤의 '아이폰4' 도입이 먼저였을까? KT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올 한해 SK텔레콤을 통해 판매되는 '아이폰'은 적어도 2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반목한다면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더 큰 손해일까? 이미 언급했듯 시장의 무게중심은 아직까지 이동통신사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갤럭시S'보다 '아이폰4'가 더 많이 판매됐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럼에도 SK텔레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국내시장에서 '갤럭시S'를 1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SK텔레콤이 '아이폰4'를 손에 쥔 이상 이후 애플의 '아이폰5'와 '아이패드2'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어쩌면 올 한해 국내 스마트폰/태블릿 시장에서 애플의 제품이 판매 1위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비자에게는 혜택이 될 듯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면 통신사가 걸리고, 통신사를 선택하면 원하는 제품이 없던 과거와 달리, 사용자는 기기와 통신사를 모두 마음껏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갤럭시S II'와 '아이폰5'가 KT와 SK텔레콤으로 모두 출시된다면 사용자는 더 좋은 혜택과 조건을 제공하는 통신사와 원하는 제품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아이폰4' 발표에서 보듯 통신사들의 정책과 서비스 역시 동일 선상에서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똑같은 제품을 출시하는 이상, 가격과 서비스, 사후지원과 AS정책까지 소비자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비교할 근거를 갖게 된다. 국내 시장이 크지 않고, 시장을 나눠가진 통신사가 많지 않아 비슷한 수준의 가격과 서비스 정책으로 흐르는 암묵적인 '카르텔'의 형태 역시 배제할 수 없지만,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MVNO) 등이 본 궤도에 오르면 이러한 관행에도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이 부상하며, 이면에서는 이렇듯 시장의 큰 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시작점에 있는 지금 모든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시장 만큼이나 많은 변화가 이 시장에 몰아칠 것이라는 기류는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그것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변화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제는 다른 무엇보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제품과 정책,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다.
2011.03.10 14:07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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