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금통위(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부터 금리를 정상화시키는 노력을 해왔고, 4번에 걸쳐서 올린 겁니다. 이렇게 올리는 과정이 '실기다'라는 주장에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10일 김중수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의 말이다. 최근 물가 폭등에 대해,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물론 김 총재는 "설득력 없다"며 한은의 뒷북정책에 강하게 반박했다.
김 총재의 말대로, 한은 금통위는 작년 7월 이후, 11월과 올해 1월, 3월에 0.25%포인트씩 모두 1%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올렸다. 김 총재는 "시장의 충격을 완화시키면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금통위 금리 결정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금리정책 실기한 적 없다" 항변한 한은 총재... 시장은 "글쎄"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부 쪽 관계자들을 빼고 상당수의 민간 연구기관이나 금융 쪽 인사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이 실기했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일부 정부 연구기관에 있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정부 국책연구기관의 A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은 시장보다 한 발짝 앞서 나가는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금통위가 분명히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시장에선 한은 총재의 말보다 청와대나 과천(기획재정부)의 이야기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것 자체가 중앙은행의 실패"라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물가불안 우려는 계속 제기돼 왔었다. 지난 2009년 이후 중앙은행의 2%대 낮은 금리가 계속되고, 시중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대한 양의 돈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국제 기름값 상승뿐 아니라 구제역 사태 등 정부의 잇따른 정책실패에 따른 원자재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말 그대로 '물가대란'이 현실화됐다.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당국에선 여전히 '경제안정'보다는 '성장' 기조를 강조한 나머지, 물가관리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 무엇보다 김중수 총재 말대로 '물가안정이 존재목표'라는 한국은행은 선제적인 금리 인상보다는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실상 물가 불안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009년부터 16개월 동안 금리 2.0%, 사실상 물가불안 방조한 한은
실제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 5.25%였다. 이번 달 금리를 올리기 전까지 기준금리는 2.75%.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한은은 지난 2009년 2월 무려 16개월 동안 금리를 2.0%로 고정시켰다. 이미 작년 초부터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물가 역시 꿈틀거리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한은은 작년 7월에야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이후 다시 국내외 경제여건이 불안하다는 이유를 들어 동결시켰다.
작년 10월 물가가 폭등하자, 11월에 뒤늦게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물가 당국이 '뒷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한은의 금리인상은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라며 "시장에선 이미 작년 초부터 한은 금통위에 선제적인 금리인상 요구가 있었지만, 한은은 귀를 막았던 셈"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한은의 뒷북 대응과 정부의 정책 실패가 물가폭등의 주범이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별도의 논평을 통해, "한은은 현 물가폭등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정미화 위원장)는 "금통위의 소극적인 금리인상 결정은 결국 물가상승 억제 효과를 제대로 내지도 못하고, 시장으로부터 계속된 금리인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도 'MB노믹스'로 대변되는 경제성장론 때문에 한국은행이 계속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도 확실히 해소하지 못했다"면서 "금통위의 정책판단 실기와 (청와대) 눈치보기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부자도 대기업도 아닌 일반 서민"이라고 꼬집었다.
2011.03.10 17:12 | ⓒ 2011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