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게이트'에 사실상 유죄 판결한 대법원

'외환카드 주가조작' 인정... 외환은행 매각 불투명

등록 2011.03.11 20:25수정 2011.03.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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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법원이 론스타 펀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재 외환은행의 매각과 맞물려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법원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불법적으로 인수해 야기됐던 일명 '론스타 게이트' 가운데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 사실상 유죄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외환카드의 허위 감자계획 발표로 403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외환은행, 그리고 이 은행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주식매수 가격을 줄이고 외환카드 주주들에게 외환은행 신주를 발행해 줄 경우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율이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증권거래법상 아무런 공시의무가 없는 '감자 검토'를 보도자료에 포함시켜 주가가 급락했다"며, "감자계획 발표는 단지 외환카드의 주가를 떨어뜨려 론스타와 외환은행 측에 이득을 취하게 할 목적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펀드에 대한 대주주 자격 논란과 함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승인심사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실체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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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론스타 펀드를 규탄하는 3보1배를 진행하고 있는 외환은행노조 조합원들 ⓒ 김득의


이 작전의 실체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가 2006년 9월 씨티그룹을 압수수색하면서 드러났다. 씨티그룹증권은 론스타 펀드의 재무자문사인데, 검찰이 이 회사와 론스타 펀드의 관계자, 김앤장 법률사무소 관계자들이 주가조작을 위해 주고받은 이메일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작전의 주요내용은 "외환카드에 대해 일체 자금지원을 중단하여 자금난을 유도하고 유동 위기가 발생하는 날을 '크런치 데이트'로 이름을 붙인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론스타 펀드는 2003년 9월 하순경부터 재무자문사인 씨티그룹 및 법률자문사인 김&장 법률사무소와 함께 외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카드 문제의 처리방안을 논의하였다"며 "씨티그룹은 2003년 9월 하순경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지원하지 아니하여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고 주가를 하락시킨 후 합병이나 공개매수를 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외환카드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외환카드는 11월 17일 2000억 원의 유동성 부족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외환카드 주가가 계속 내리게 하기 위해서 외환은행은 전혀 외환카드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외환은행이 공개매수 청구를 하든가 합병을 할 것이다. 이런 절차는 매우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스티븐리는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으로부터 이를 빨리 추진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오직 하나의 문제는 외환은행 집행부가 이런 것들에 대해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이메일에 대한 실체를 인정하였다. 이 작전은 성공하여 기업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지만 주가조작의 관련자들은 결국 법의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적격성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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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앞에서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과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규탄하는 기자회견. ⓒ 김득의


이번 대법원 판결로 당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에 대한 피해구제의 길이 열렸고,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대한 법적 논란이 커질 전망이며,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하여 진행 절차가 불투명해 졌다.

11일 전국사무금융연맹과 투기자본감시센타는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즉시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기자본감시센타의 공동대표인 이대순 변호사는 "주가조작에 대한 이번 판결로 론스타 펀드는 산업자본이냐 금융자본이냐는 적격성과 상관없이 은행법 제15조(동일인의 주식보유한도 등)와 은행법 시행령 제5조(한도초과보유주주의 초과보유 요건)에 따라 금융관련법령을 위반한 유죄판결로 인해 대주주 자격요건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이번 주가조작에 대법원 판결로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 펀드는 자격을 상실했으므로 금융위원회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중단시키고,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즉각 박탈하라"고 밝혔다. 또한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본 당시 외환카드 소액주주들과 우리사주 조합원을 모집하여 론스타 펀드와 외환은행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돌입 하겠다"고 발표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대법원 판결과 관련하여 김기철 외환은행노조 위원장은 "이번 판결로 론스타 펀드의 대주주 적격성은 상실하였다" 밝히면서,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승인심사를 즉각 중단하고, 만약 특혜매각을 승인한다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그동안 하나금융지주의 인수자금에 투기성 펀드로 인해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소유 주식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론스타 게이트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면서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절차를 중단하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심사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정치권까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대법원 판결 이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HSBC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때에도 금융위원회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사건' 등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을 들어 승인을 미뤄오다 결국 매각이 무산됐었는데 이번에는 금융위원회가 어떠한 결정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첨부파일
대법원판결(외환카드주가조작) 2008도6335.pdf
덧붙이는 글 김득의 기자는 진보신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하나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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