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사태가 진정 의미하는 것

류남미 '따듯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 정책국장 "진짜 얻은 것은 투쟁의 승리 아니다"

등록 2011.03.14 10:57수정 2011.03.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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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따듯한 밥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의 류남미 정책국장

따듯한 밥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의 류남미 정책국장 ⓒ 고범중

따듯한 밥한끼의 권리 캠페인단의 류남미 정책국장 ⓒ 고범중
지난 1월 3일 집단해고에 항의하는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인지 50여일 만에 전원 고용 승계를 합의하고 현장에 복귀하였다. 이 과정에서 배우 김여진 씨가 '날라리 외부집단'을 형성하여 도움을 주었고 여기에 소설가 공지영, 방송인 김제동씨가 힘을 더해 홍대청소노동자 사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승리'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고려대, 연세대와 이화여대에서 일하는 저임금 청소노동자들이 반발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으며, 또한 고신대학교는 청소 용역업체를 교체하면서 기존의 청소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과 노조탈퇴'를 요구하였고 이에 청소노동자들이 응하지 않자 16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청소노동자 문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청소노동자들 문제와 관련하여 홍대청소노동자 문제가 불거지기 전부터 청소노동자들의 인권문제에 주목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따듯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의 정책국장으로 일선에서 활동하는 류남미 정책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노동자 사건을 조망해 보았다.

 

홍대 청소노동자 문제, 승리인가?

 

- 50일 간의 짧지 않은 투쟁 끝에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가 이루어졌다. 한 곳에서는 '승리'하였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절반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전원 고용승계와 노동시간의 개선, 임금의 상승 등이 하루아침에 해고 되었던 사람들의 상황에서 보았을 때는 분명히 '승리'라고 본다. 하지만, 일하는 곳은 학교인데 여전히 청소용역업체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인 '원청'이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그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였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절반의 승리'라고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 고대 등 다른 대학들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 또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

"3월 10일에 교섭 자체가 결렬되었다. 3월 8일 파업이 시작되기 전에 조정신청을 했는데 여기서 사측과 우리 측에서 제공했던 수정안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원점으로 돌렸다. 우리는 시급 5180원을 요구하였고 조정회의 이전에 용역업체들의 주장은 최저시급 4320원 이었다. 이후 조정회의 과정에서 9개의 용역업체 중 몇몇은 시급 4600원까지 제안했었는데 어제 교섭 과정에서 다시 시급 4320원으로 돌아서면서 협상 자체가 결렬되었다. 이 결과를 두고 다음 주 정도에 2차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진리의 전당'에서 벌어진 비합법적 사태

 

- 대학은 '진리'와 '이성'을 가르치고 추구한다. 군사독재에 맞서 투쟁하던 80년대에 '군대'가 대학에 무작정 난입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는 대학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서는 '이성적이지 않은' 모순된 사태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이 말로 외치는 자신들의 가치와 역할과 현실이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문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 고신대학교의 경우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가 해고 사유가 되기도 했다. 물론 노조의 투쟁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노조 가입'이 해고 사유가 된다는 것에 누가 동의할 수 있을까.

"간접고용이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무력화시키는 구조로 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용역회사와 계약을 맺고 용역회사가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용역회사를 바꾸는 경우 노동자들은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이것이 노동자의 단결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더불어 '지식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앞장서서 그런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 하는 노동자들이 청소해 놓은 강의실에서 '진리'를 강의하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대학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청소노동자 사태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

 

- 작년 경희대 '패륜녀' 사건이 대단히 뜨거웠다. 한간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대학생들의 현 주소'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번 청소노동자 사태의 현장에서 바라보는 대학생은 어떨지.

"대다수의 학생들은 청소노동자 분들을 막대하지 않는다. 청소노동자분들이 자신들의 비합리적인 처우를 공개하고 투쟁할 때 고대, 연대, 이대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대학생들의 '패륜'과 관련하여 한 언론사에서 우리에게 인터뷰 요청을 해온 적이 있는데 우리 조합원 모두가 거절했다. 거의 모든 대학생들은 우리를 적극지지 해주고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는 등 매우 적극적이었다. 또한 청소노동자들을 대하는 대학생들의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 우리 사회 대학생들에게 '공감'이 살아있다고 느끼는지?

"물론이다. 청소노동자들과의 '연대'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부당한 것에 대항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의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하루 10시간 씩 일하고도 한 달에 임금이 80만원이 되지도 않는 것은 너무도 부당하고 함께 바꾸고 싶다고 하는 '공감'이 살아있다고 느낀다. 한 자취생은 먹을 것도 없는데 김치 한포기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길을 지나다 캔 커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공감'의 표출이 캔 커피나 김치로 나타난다고 본다."

 

- 그럼에도 '패륜녀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대다수에 속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닌지.

"분명히 있다. 사실은 그런 학생들이 그렇게 하게 된 것은 개인의 인성의 문제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이 사회 일부가 청소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최저임금 받는 것이 당연하고 계단 밑에서 밥 먹는 것과 같이 '천대'하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상대가 '교수'님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 이다. 이 사회에는 계층적 차별이 명확히 존재한다."

 

진짜로 얻은 것은 '투쟁의 승리'가 아니다.

 

- 청소노동자들은 '할머니'라고 불릴 세대이다. 이들은 자녀들에게 '대학가서 돌 들지 마라. 위험하다.'고 했을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이 '돌을 들었다.' 청소노동자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분명 이들은 투쟁에 참여하기 전에는 자녀들에게 '돌 들지 마라'고 하셨을 것 이다. 홍대투쟁에 참여하신 한 청소노동자 한 분이 '나를 더 이상 청소아줌마, 할머니로 부르지 말라, 나는 더 이상 청소아줌마가 아닌 청소노동자다'라고 하셨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더 이상 사회에서 나약한 사람들이 아닌 스스로 권리를 주장 할 수 있는 자각을 했다고 본다. 또한, 홍대청소노동자들은 당신들의 투쟁은 끝났지만 '전주버스노동자 투쟁'에 참여하고 이후에도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바로 이점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임을 자각하고 실천하게 되었다고 본다. 다시 말해, 그들은 또 다른 세상을 느끼게 된 것이다."

 

- 제3, 4의 청소노동자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아웃소싱(간접고용)이 문제라고 본다. 그 안에는 여러 갈래가 있지만 용역의 문제에 있어서 간접고용은 사용자가 비용절감을 위해서 노동자들의 비용을 대폭 낮추고 사용자들에게 합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게 하는 수단이라고 본다. 반대로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일상으로 만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고용자와 사용자가 일치해야만 문제가 해결 될 것으로 본다. 즉, 요즘 청소노동자들 문제의 경우 학교가 직접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해야 될 이유를 얻게된 느낌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우리가 될 수도 있고 바로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즉, 사회 구조적으로 일어나는 비합법적인 일들은 언제 어디서 '쓰나미'처럼 우리에게 들이 닥칠지 모른다. 이것이 청소노동자 사태가 우리에게 '고민의 명분'을 전달해 주는 이유이다.

2011.03.14 10:57ⓒ 2011 OhmyNews
#청소노동자 #따듯한밥한끼의권리 캠페인 #류남미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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