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채 마루 벽에는 시렁과 천장으로 통하는 환기창을 두었다.
김종길
사랑채를 둘러보다 특이한 것을 보았다. 고택들을 더러 보았지만 방과 마루 사이의 외벽 위쪽에 구멍이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다락인가 여겼더니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일종의 환기창인가 궁리하고 있는데, 마침 종부가 나왔다.
"할머니, 이 구멍이 뭔 줄 아세요?" "그거 말이요. 아마 통풍하라고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흔히 통풍을 위한 장치는 부엌 위에 존재한다. 남도에서 볼 수 있는 솟을지붕이나 경북 지역에서 더러 보이는 까치구멍이 그것이다. 물론 봉창도 있지만 말이다.
"방과는 연결이 됩니까?" "아닙니더. 방에서는 저 구멍이 안 보이지요. 천장에 막혀서리."그제야 지붕 아래 서까래 등의 부식을 막는 통풍을 위한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집이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도록 실용적인 면을 중시한 집 지은 이의 안목이 돋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