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10년 넘게 일해 온 하청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업체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한 후 다른업체로 취업이 안되는 것이 현대중공업이 관리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하청노조는 23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를 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노조활동 블랙리스트를 철폐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등 "현대중공업 하청 노조활동 이유로 취업 불가" 주장
지난 2001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인 M기업에 입사한 하아무개씨는 2003년 S업체로 옮긴 후 4년만인 2007년 직장(현장에서 반장 위 직책) 승진하는 등 현장에서 인정받는 기능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2010년 11월, 7년간 근무한 S업체에서 권고사직을 받고 퇴사한 후 몇몇 업체에 입사를 지원했으나 거절당했다. 그해 2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한 것이 취업에 문제로 작용했다는 것이 현대중공업하청노조 등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따르면 하씨는 2010년 2월 하청노조에 가입한 후 4월에는 회사 동료들에게 회사의 일방적인 시급삭감과 토요 무급화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하자고 권유하고, 6월에는 당시 있었던 지방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지원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이 취업에 문제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조선경기 침체를 이유로 2009년 연말부터 2010년 초까지 약 2000명의 하청노동자를 대규모 정리해고 하는 한편 근로계약 갱신 및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기본급을 10% 가량 삭감하고 토요일을 무급으로 하는 등의 고통분담을 지웠다. 또한 당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의 고용보장과 임금회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하씨의 활동은 이에 기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6·2지방선거가 끝나고 5개월 뒤인 2010년 11월 하씨는 7년간 근무한 S업체로부터 "경영상의 이유"라며 사직을 권고받게 되었고 하씨는 과도한 업무를 시키는 등의 압력에 못이겨 결국 회사의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는 게 하씨측 주장이다.
이들은 하씨가 권고사직을 받아들인 이후 현대중공업 다른 하청업체에 입사 지원해 적격판정을 받았지만 현대중공업 운영지원부에서 사내출입증을 발급하지 않아 취업이 봉쇄됐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블랙리스트 사실 무근"
하씨와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유만으로, 현대중공업 운영지원부에서 출입증 발급을 하지 않아 취업을 봉쇄당하고 생존권을 박탈당했다"며 "현대중공업 운영지원부는 2만여 명의 사내하청노동자 인적사항을 전산관리하며, 출입증 발급을 통해 노무인력관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출입증 발급 시 전산자료에 입력된 하청노조 조합원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취업을 봉쇄, 생존권을 박탈하는 구시대적인 노무관리를 통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사내업체로의 이직 시 출입증을 발급하지 않겠다'며 각종 교육을 통해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노총 등은 "현대중공업 운영지원부가 관리하고 있는 전산망에는 기존업체에 근무하는 것으로 등재되어 출입증이 중복 발급될 수 없게 만드는, 이른바 전산크레임에 걸리게 하고 있다"며 "하청노동자의 이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취업방해 불법행위를 노골적으로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현대중공업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블랙리리스트 관리를 하겠냐"며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현대중공업의 2009년 당기순이익 2조1464억, 2010년 당기순이익 3조7611억의 경영성과는 현대중공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역시 기여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2009년 삭감된 노동조건의 원상회복은 고사하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생존권을 박탈당하는 노조탄압이 자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이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합활동 블랙리스트를 철폐하고 생존권을 보장할 것 ▲하청노동자들의 업체이직을 가로막는 전산크레임을 철폐하고 취업방해 행위를 중단할 것 ▲2009년 저하시킨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즉각 원상회복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지금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는? |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정규직노동자의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자 점차 하청노동자의 비율이 높아져 갔다.
2003년 8월 일부 하청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가 설립됐지만 노조 설립직후 노조 발기인들이 소속된 업체 9개가 폐업조치되면서 이들은 해고됐다.(그로부터 3년뒤인 2006년 4월, 대법원은 이 폐업이 현대중공업의 부당노동행위로 최종판결함)
노조 설립 당시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 뿐 아니라 각 업체에서 노조 설립에 동조하고 폐업에 항의하던 하청노동자들에게는 출입증 발급이 거부돼 상당수가 이후 취업을 할 수 없게 됐다.
특히 2004년 2월 14일 하청노동자인 박일수씨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고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 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조합원임을 공개한 2명의 하청노동자들이 기자회견 바로 다음날 출입을 저지당하고 끝내 해고된 이후 출입증 발급 거부로 취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당시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은 그해 9월 박일수씨 분신 사건으로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현대중공업 노조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제명했다.
하청노조는 이후 고 박일수 열사 투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집회참가 등으로 확인된 조합원들은 대부분 해고되고, 고 박일수씨 소속 업체가 폐업돼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기도 했다.
2006년 4월 대법원이 "2003년 노조설립 당시 발생했던 노조발기인 소속 업체들에 대한 폐업조치가 부당노동행위이며,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들의 실질 사용주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후 하청노동자들이 단체협상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고, 이때 공개된 각 업체 조합원들 역시 해고됐다.
이런 가운데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오면서 현대중공업은 조선경기 침체를 이유로 그해 연말부터 2010년 초까지 약 2000여 명의 하청노동자를 대규모 정리해고하는 한편 근로계약 갱신 및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기본급을 10% 가량 삭감하고 토요일을 무급으로 하는 등의 고통분담을 지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2010년 3월 25일 대법원이 "원청 사업주인 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나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합과 관계에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사용자 책임인정 판결을 내렸지만 이후 판결에 따른 개선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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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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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하청노조 가입 이유로 취업 불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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