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에 아동문학가 엄기원 선생님께 함께 공부하신 분들이 아동문학 물방울 동인을 결성하시고 문단에서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그 동인의 이복자 선생님께서 20여 년간 쓰신 100여 편을 추려서 동시집을 엮기로 했습니다. 그 시의 합평회자리를 동인들이 만들어주셨습니다.
3월 26일, 모티프원에서 가순열, 이오자, 차경숙 등 오랜 우정의 동인들이 함께했습니다.
밤을 꼬박 밝히면서 모든 시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 시집의 가제는 '나는 항해중'.
깊은 밤에 시를 읽다 잠시 내려오셔서 저의 처와 휴식을 겸한 수다를 잠시 즐기고 아침까지 합평회가 계속되었습니다.
전날 밤에 헤이리의 행사 때문에 자리를 비웠던 저는 아침에 네 분 시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오자 시인이 딸을 키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셨습니다.
딸이 중학생일 때, 아침에 꼭 깨워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늦게 잔 탓에 아침에 기상시간이 되어서 깨워도 좀처럼 일어나지를 않았습니다. 등교시간은 다가오고, 깨워도 일어나지를 않으니 아침마다 딸을 기상시키는 일이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깨워도 다시 잠들곤 하는 딸과의 지루한 반복을 종식시킬 목적으로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딸의 발바닥에 '나, 깨웠다!'라고 매직으로 써놓고 더 이상 깨우지를 않았습니다. 딸이 스스로 기상한 시간은 이미 등교시간이 훨씬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놀란 딸은 저를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왜 안 깨웠어!"
"왜 안 깨웠겠니? 네 발바닥을 봐라."
지각을 하고 학교에서 꾸지람을 들은 딸은 그후 더 이상 엄마에게 깨워줄 것을 부탁하지 않았습니다.
그 딸이 이제 서른이 되었답니다. 그 딸이 한 외국인 노인 사업가가 25억을 걸고 재혼 상대자로 한국인 여성을 원하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한번 신청해볼까?"
엄마가 답했습니다.
"너보다 내가 훨씬 손해가 덜한 듯하니 내가 신청하면 어떨까?"
그 시인은 집이 정돈되거나 풍족한 것이 아니라서 늘 불만이었답니다. 그런데 직장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서 세 집 정도만 지나치면 그 불만이 싹 사라지곤 했습니다.
"저희 집보다 더 너절한 집들을 지나치면 다시 다행이다, 싶어집니다."
이제는 그 마음이 더욱 발전해서 오히려 '부족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니 마음수양에는 모자람이 더 효과적이다 싶습니다.
밤을 고스란히 새웠음에도 불고하고 유쾌한 대화로 피로를 날렸습니다.
이복자 시인은 합평회자리를 만들어준 20년 우정의 동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젯밤, 제 시를 함께 읽는 그 시간이 참 고맙고 소중했습니다. 그 '값진 시간' 보다 더 값진 것이 이 '값진 사람'입니다. 저는 참 행복합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2011.03.31 11:23 | ⓒ 2011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