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아이들 교육문제에서는 차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 보수적인 부모들은 당연히, 진보적인 부모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잘못된 건 알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면서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노동과세계 이명익
- 한국사회 노동운동의 현주소는?"'대공장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민주노총에 의해 노동운동이 가로막혀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이것이 바뀌지 않으면 진정한 노동운동은 소멸할 것이다. 노동자의 아이들이 자본의 가치관으로 교육받는 상황에서 10년만 지나면 임금인상투쟁을 하는 노동운동은 있겠지만,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은 존재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자본가들이 우리 몫을 빼앗아 호의호식했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한다. 돈, 물질적 풍요만을 좇는다. 전통적 공동체의식조차 사라지고 있다. 울산이나 거제의 대공장 노동자들은 주식을 안하는 사람이 드물고 부동산 보러 다니는 게 유행이다.
금욕적이고 남 생각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사람이니 당연히 돈과 물질적 풍요에 대한 욕구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내 생각을 하면서도 옆을 돌아보는 것이 진보의식이다. 나도 힘들지만 옆 라인에서 똑같이 일하며 내 임금의 절반밖에 못 받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나도 어려운데 저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를 고민해야 한다. 자본이 노동자를 정규와 비정규로 분리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고민하기를 피하면서 귀족노조니 뭐니 따위 소리들을 당당하게 부인할 방법이 있겠는가.
소위 개혁세력과의 연합문제를 다시 봐야 한다. 개혁세력은 보수와 진보의 중간에서 집권 전에는 인민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진보적 색채를 띠려 노력한다. 또 집권 후에는 체제안정을 위해 보수화된다. 이런 본능적 작동원리에 비춰볼 때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등이 선거연합을 통해 집권한 다음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노동자들이 송전탑과 크레인에 올라, 혹은 길바닥에서 농성하며 겨울을 났지만 그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특히 민주당이 장악한 전주에서 버스노동자들 파업 상황은 선거연합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를 미리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이다."
- 진보정당 통합 논란에 대해."민주노총이 양당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두 당의 당원이 아니라 함부로 말하기 어렵지만 통합이냐 독자냐를 말하기 전에 통합이냐 독자냐를 말할 만한 내용이 부족한 상태라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진보정당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다. 개혁세력의 2중대가 아니라 선봉대라는 사람도 있더라. 그런데 진보신당이 그걸 분명히 선을 그을 만큼 주체적인 진보성이나 계급성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통합으로 가든 독자로 가든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 최근의 선거연합 논란에 대해.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빠져나오고 싶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바꿔보려는 정서는 이해할 수 있다. 한국사회는 특히 선거가 다가오면 기존 사회의식과 역사의식이 생략되고, 조야한 수준의 정치공약, 당장 눈앞의 현실만 봉합하는 공약들이 난무한다. 사회의식과 역사의식은 그래서 선거 때 더 단단해져야 한다.
노무현에게 진보적 기대를 했던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고 그 정체가 드러나자 '노무현이 대통령 되더니 변했다'고 했다. 자신들이 잘못 판단한 것은 반성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만 욕했다. 가족 비리가 드러나자 지지율은 바닥을 쳤는데 노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자 이번엔 그분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가 이명박이 얼마나 잔혹한 놈인가 하면서 대통령 노무현과 정권도 훌륭했다고 했다. 이런 감상적이고 개연성없는 변화가 이른바 진보개혁진영 대부분을 차지하는의 압도적 흐름이었다.
노동자인민을 힘들게 하는 정치와 정책들은 이명박 정권이 새롭게 만들거나 시작한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것들을 계승한 것이다. 중산층 지식인들 살기엔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이 하늘땅 차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그밥에 그나물이다.
그런 분명한 사실들을 덮고 무작정한 선거연합을 종용하고 주장하는 정서적 흐름이 압도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질문을 던지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성실한 답변이나 토론이 아니라 '쓸모없는 비현실적 몽상가', '80년대 화석'이라고 공격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무책임한 태도가 이명박 정권은 바꿔야 한다는 대중에게 큰 파급력을 갖는다. 우리 사회 진보와 노동운동의 미래를 가로막는 사람들은 이젠 조선일보 같은 극우적 반공주의가 아닌 그런 자칭 진보들이다.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에 대한 반감을 사용하는 그들의 위세는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제 관심은 이 거대한 쓰나미가 지나간 후 진보적 자원과 가능성이 유의미한 수준 이하로 소멸해버릴까 하는 걱정이다. 한번의 선거나 정권교체에 목을 멜게 아니라 그런 역사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한국에서 유의미한 정치적 변화, 언제나 의회 아닌 길거리에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