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초보 엄기영, '내 탓이오'가 없다

[取중眞담] '낮은 투표율'은 당원 탓, 대책은 "당에서"

등록 2011.04.05 20:27수정 2011.04.05 20:27
0
원고료로 응원
a

4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돔 체육관에서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한나라당 후보자로 선출된 엄기영 후보가 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4일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기 직전, 엄기영 후보의 입에선 지지자들을 향한 감사의 말보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엄 후보는 그동안의 경선 소감을 말하는 순서에서 "쓴소리 한마디 하겠다"며 "나는 (국민참여경선) 투표율이 적어도 90% 이상 될 줄 알았는데, 당원투표율이 29.2%로 (비당원)일반국민 선거인단 투표율보다 적었다"며 "(선거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크면 클수록 당원 동지 여러분들이 더욱 단합하고 뭉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강원도 내 18개 시·군 투표소에서 실시된 한나라당 선거인단 투표에서 당원과 비당원 선거인단의 투표를 합한 전체 투표율은 31.5%였다. 이에 비해 당원 투표율은 29.2%로 낮았다. 당원의 투표율이 비당원보다 낮았다면, 이는 한나라당 강원도당 조직력의 이상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엄 후보는 한나라당 강원도당원들의 조직력·결속력이 낮다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당원들이 더욱 결속해야 한다'는 주문을 한 것이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입당한 지 33일 만에 강원도지사 후보가 된 엄 후보로선 당원 결속력이 약한 것에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낮은 투표율에 대한 책임을 당원들에게 돌리는 일은 거의 없다. 후보자 본인의 '부덕의 소치'라거나 '더 낮은 자세로 당원들을 섬기겠다'는 등 '내가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 보통이다. 

모든 것이 후보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선거판에서 거의 모든 문제의 최종 책임은 후보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거나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한 가장 큰 원인은 후보자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책은? "당에서 세울 것"


당원 결속력이 약해진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으니, 이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나올 리 없다.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엄 후보는 '당원들의 투표율이 낮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선 '내가 더욱 노력해서 당원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등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엄 후보는 "한나라당이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워나갈 것으로 안다"며 "경선 투표율이 낮았지만 당원들을 결집시키고 단합시키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자신의 선거에 자신이 책임을 지고 자신이 대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문제는 다른 누군가에게 있고 대책은 중앙당이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엄 후보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엄 후보 선거대책위의 관계자는 "강원도가 그동안 소외된 것에 대해 중앙당 차원에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안다"고 했지만, 엄 후보가 내놓을 대책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안상수 "참으로 높은 투표율" 칭찬도 물거품 만들어

엄 후보가 당원들의 낮은 투표율에 아쉬움을 표한 것은 다른 한편으론 당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이 넓은 강원도에서 이런 투표율이 나온 건 참으로 높은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당원들을 고무했지만, 선거 당사자인 엄 후보의 실망감 표현으로 물거품이 돼버렸다.

입당 33일의 '정치 초보' 엄 후보와 연거푸 4선을 한 안 대표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도지사 정도의 자리를 맡겨달라고 호소하려면, 자신이 책임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엄기영 #내탓이오 #투표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군산 갯벌에서 '국외 반출 금지' 식물 발견... 탄성이 나왔다
  2. 2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3. 3 광주 찾는 합천 사람들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 행사해달라"
  4. 4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5. 5 "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