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가의 저런 벚꽃 나무 아래에서 하룻밤 야영을 하고픈 소망을 품고서 일년을 기다렸다.
김종성
올해는 겨울이 떠나면서 남겨둔 꽃샘추위의 기세가 참으로 끈질기다. 4월달에 들어섰는데도 아침, 저녁엔 시려운 손을 호호불며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게 된다. 동네 개천가를 노랗게 물들이며 무성하게 피어나는 개나리꽃을 보니 곧 벚꽃이 피어나겠구나, 올해는 꼭 소망을 이루어야지 하며 마음을 굳게 먹는다. 소망이란 건 바로 섬진강변 벚꽃나무 아래서 하룻밤 야영을 해보는 것이다. 일명 '낭만 야영을 위한 자전거 여행'.
서울에서도 벚꽃이 핀다하고 혹시 너무 늦은 건 아닌가 걱정이 되어 구례읍 문화관광과에 문의해보니 웬 걸 올해는 꽃샘추위가 2번이나 와서 평소보다 늦은 이번 주에 와서야 벚꽃이 활짝 피고 있단다. 세월이 그러하듯 벚꽃도 사람 안 기다려 주기로는 만만치 않기에 열일을 제치고 섬진강을 향해 가는 무궁화호 밤기차를 타러 갔다. 애마 자전거에 낭만 야영을 위한 텐트와 침낭을 싣고서.
텐트외에 코펠과 버너도 같이 넣을까 했는데, 짐도 많아지거니와 별미로 유명한 섬진강변의 식당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 되는 야박한 여행자가 되고 싶진 않아 야영장비만 챙겼다. 가뜩이나 자전거도 작은 사이즈인데 텐트, 침낭, 매트를 매달으니 살찐 오리처럼 뒤뚱거린다. 낭만이 될지 만용으로 끝날지 걱정은 좀 되었지만 아무튼 떠나 보기로 했다. 우물쭈물하면 벚꽃은 어느새 지고 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