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대좌팔각연화대로 꾸몄으며, 상대와 하대에는 연꽃을 조각하였다
하주성
물걸리사지의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이 앉아 있는 불대좌는 화려하다. 그러나 그 화려함이 섬세하다기보다 무겁고 장중한 느낌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8일 찾아간 물걸리사지에서 만난 비로자나불 좌상. 지권인을 하고 앉아있는 석불의 모습은 근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이웃집 어른처럼 친근감이 든다.
그렇기 때문인가, 불대좌의 화려함이 오히려 비로자나불 좌상을 무겁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불대좌는 모두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는 8각 연화대좌로 표현하였다. 이는 통일신라 시대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불대좌의 모습이다.
불대좌의 상대와 하대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고, 중대에는 부처에게 공양을 드리는 사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등 비천인과 향로 등이 새겨져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인들의 형태는 오랜 세월 풍화에 마모되어, 정확한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 조각의 기법을 보면, 지방의 장인이 조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자리 지킨 비로자나불 좌상, 볼 수 있어 다행이다하대에는 커다란 앙화를 조각하였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대좌 위에 앉은 비로자나불 좌상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조각술을 보이고 있다. 물걸리 비로자나불 좌상이 8세기 불상에 비해 양감이 뒤떨어진다. 전체적으로 평면적인 신체와 긴장감이 사라진 무거운 옷 주름 등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 비로자나불좌상은 9세기 후반에 유행하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란 그 작품의 뛰어남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 오랜 시간 절이 사라진 뒤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수많은 문화재들이 훼손되거나 방치된다는 것, 그리고 아직도 제 나라를 찾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 석불좌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또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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