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장만족도는 A플러스랍니다"

민관 중재에 나선 여성공무원 삼총사의 유쾌한 수다

등록 2011.04.27 10:32수정 2011.04.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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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안성시무한돌봄센터에 도착해 인사를 나눴다. 관례(?)대로 센터장과 인터뷰를 하려 하니, 김영순 센터장은 잠시 머뭇거린다.


"혼자 인터뷰하지 말고 팀원들과 같이 하죠."

나는 순간 잠시 당황했다. 다른 기관에선 으레 센터장과 인터뷰를 해왔던 터였다. 평소 그들의 의사소통 실력이 빛나는 순간이다. 잠시 기다렸다가 팀원들과 같이 이루어진 인터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수다였다. 그때 까지만 해도 이 인터뷰가 그렇게 유쾌할 줄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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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지금 안성시무한돌봄센터 삼총사가 수다를 떨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원 사례관리사, 김영순 센터장, 유재희 사례관리사다. 이들은 공무원이면서, 민관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단다. 이들과의 2시간 인터뷰는 줄곧 유쾌한 수다였고, 2분처럼 짧게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 송상호


시청 기관인데 왜 시민회관에 있나?

나의 다소 무식한 질문부터 시작되었다.

"좁은 안성에 동부에도 서부에도 각각 무한돌봄센터가 있는데 굳이 또 안성시무한돌봄센터까지 있어야 하나요?"


웬만하면 얼굴 찌푸릴 만한 질문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종종 받는 질문인 듯하다.

"아 네. 굳이 있어야할 이유 있죠. 그건 동부와 서부는 관이 위탁한 민간센터이고, 우리는 안성시 주민생활지원과에 속한 공무원 팀이죠. 일종의 시 직영 센터라고 할까요."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김 센터장. 그 옆에서 김정원 사례관리사가 거든다.

"이 센터는 시민의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시청 청사 내가 아닌 안성시민회관에 위치를 둔 것도 특징이죠. 시민이 시청으로 직접 찾아오는 불편도 덜어주는,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수요자 중심, 찾아가는 서비스' 뭐 이런 거죠. 호호호"
"교과서! 뭐 그거 좋죠. 교과서가 무엇에든 기본 아닙니까?"

우리는 순간 학교 교과서를 떠올리며 한바탕 웃었다.

복지 교통정리도 하신다면서요?

"우리가 하는 일 중 제일 중요한 역할은 역시 민과 관의 의사소통의 멍석을 까는 것이죠. 관의 복지정책과 민의 복지요구를 조절하고 적용하는 일을 하죠."

김 센터장이 말을 꺼내자 김관리사가 또 말을 거든다.

"하나의 복지사례가 생기면 민간통합네트워크를 가동합니다. 안성지역의 18기관(노인복지관, 안성종합복지관, 성교육 상담센터, 가정행복상담센터, 정신보건 센터 등)이 서로 만나 사례 해결의 길을 찾게 되죠."

그동안 민은 민대로, 관은 관대로 복지사역을 하기 일쑤였다면, 명실 공히 민관이 하나의 기관을 통해서 협력하는 시스템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서비스가 중복되지 않고, 편중되지 않아 좋더라고요" 김 센터장이 말하니, 또 김 관리사가 "우리는 관내 복지 교통정리도 해요. 호호호호"란다. 김 센터장은 "맞다 맞아. 교통정리. 이제 초기보다 훨씬 많이 교통정리가 되었지요"라며 뿌듯해 한다. 

시 직영 공공기관이니 장단점이 있을 텐데?

김 센터장은 "여기가 공공기관이어서 보고체계가 확실해 딱딱할 수 있죠. 하지만 파견 기관이라 융통성을 부릴 수 있어 좋아요"라며 장단점을 말한다. 역시 김 관리사가 가만히 있을 쏘냐. "민도 설득해야하고 관도 설득해야 하니 어렵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요." 김 관리사가 말을 잇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의 힘'이 좋긴 좋더라고요." 웬 관의 힘? "전에 여러 복지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일처리에 한계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선 시장님 직인이 찍힌 공문이 일선 기관으로 나가니 일선 기관들이 술술 일 처리를 해준다는 거죠." 김 관리사는 그 말을 하면서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아하! 그렇구나. 때론 관의 힘이 이렇게도 쓰이는구나 싶었다. 센터의 특수성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 일 재미있나요?

하도 재밌게 이야기하기에 다짜고짜 물었다. "이 일 재미있나요?" 주로 이야기 하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이야기 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유재희 사례관리사가 기다렸다는 듯 "네. 재밌어요"란다. "그럼, 직장 만족도가 A급이시겠네요?" "A급 요? A 플러스죠" 유 관리사가 통쾌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동안 자신도 이야기할 기회를 무척 노린 듯하다.

사실 막내 유 관리사는 입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인터뷰 중간에 서너 차례 공무전화가 와서 받느라 말을 못했던 것. 유 관리사의 회심의 한 마디가 기사 제목이 된 줄 알면 그녀들은 또 서로 웃을 게 분명하다. 유 관리사는 "민의 입장과 관의 입장을 오가는 재미가 쏠쏠해요. 관의 힘과 민간의 자유로움, 이 양쪽 장점을 취할 수 있어 너무 좋죠"라며 직장만족도를 밝혔다.

이번엔 김 센터장이 거들었다. "저도 17년 동안 복지계통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전엔 늘 복지업무 해결에 한계를 느끼곤 했죠. 하지만 요즘은 복지활동다운 복지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이 말을 하는 김 센터장의 입가에 미소가 하나 가득이다. 이번엔 유 관리사도 "이런  좋은 일을 몰라서 혜택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안성 구석구석 알려야죠"라며 말을 거든다. 우리 네 사람은 또 '구석구석'이란 단어 때문에 웃음을 참지 못한다.

여기에 어떤 분이 전화하면 되나요?

이번엔 김 관리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자기가 위기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나" "어떤 문제라도 말인가요?" 이렇게 묻는 나에게 "그럼요. 자신이 일단 위기라고 생각하면 여기로 전화하면 돼요" "그럼 무슨 문제든지 다 해결해주나요" 김 관리사가 말한다.

"그럼요.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죠. 호호호" 미심적은 내가 "정말요?"라고 묻자 "그럼요. 우리 센터가 모두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해결 능력이 있는 곳으로 연결시켜주니까요"라며 김 관리사가 만능 논쟁에 쐐기를 박는다. "단, 이런 사람은 곤란해요. '무한하게 돌봐준다고 하지 않았냐'며 모든 걸 기대면서 자기는 꼼짝 안 하는 사람 말이죠. 그런 사람은 사양입니다"며 경험에서 묻어나는 웃음폭탄이 또 터진다.

그밖에도 잡다한 수다를 떨며 우리는 시종일관 웃었다. 정신 차리니 2시간이 지났건만, 2분을 보낸 듯 했으니 오죽했으랴.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는 다른 부서에 있는 몇 몇 공무원들이 옆에서 '뭐가 저리들 좋을까'라고 하지 않았겠냐"며 우리는 또 한 번 웃었다.
그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저리도 행복함이 많은데, 대상자들은 얼마나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될까 싶다. 사실 복지업무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행복하기란 우리 한국 실정에서 좀처럼 어렵다는 걸 복지실무자들은 잘 알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5일 안성시민회관에 있는 안성시무한돌봄센터 031-678-5434에서 김영순 센터장, 김정원 사례관리사, 유재희 사례관리사 등과 이루어졌다. 이 기사는 현장에서 이루어진 무작위 수다를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25일 안성시민회관에 있는 안성시무한돌봄센터 031-678-5434에서 김영순 센터장, 김정원 사례관리사, 유재희 사례관리사 등과 이루어졌다. 이 기사는 현장에서 이루어진 무작위 수다를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다.
#안성시무한돌봄센터 #무한돌봄센터 #무한돌봄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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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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