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자 문재인이 움직인다

공무원노조 김해지부에서 첫 외부 강연... "진보진영 통합 논의 활발해질 것"

등록 2011.04.30 10:43수정 2011.04.3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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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공무원 노동자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가 세계노동절을 앞둔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명사초청 강연회'를 열었다. 문 이사장의 이날 강연 제목은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문 이사장이 2008년 2월 청와대를 나온 뒤 외부 단체 강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노무현재단 주최의 '노무현학교' 정도에서만 강연을 맡았었다. 그는 이날 강연에 앞서 "외부 강연은 처음이다"면서 "먼저 제의를 받고 많이 망설였다"고 말했다.

 

a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 ⓒ 윤성효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 ⓒ 윤성효

공무원노조 특별법은 2005년 제정되었는데, 당시 노동계는 노동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법 제정 자체를 거부했다.

 

문재인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도 공무원노동운동으로 징계를 많이 당하고 형사처벌 되었는데, 그런 상황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더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공무원노조 가입 대상의 직급도 확대시켜 나가고, 단체교섭권의 대상을 넓혀 나가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단체행동권과 관련해서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업무 관련성이 낮은 공무원은 허용한다든지, 보다 낮은 강도의 단체행동권은 허용하는 것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반 국민들의 거부감을 설득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무원노조의 특별법 반대에 대해, 그는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정작 혜택을 보게 되는 공무원노조측에서 반대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시대에 공무원노조 특별법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공무원이 무슨 노동자냐, 공무원은 국민 전체 봉사자이기 때문에 노조 만들면 안 된다는 식이었다. 그런 말이 일반적으로 먹혀들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기업이나 경영계 쪽에서 반대하고, 보수세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반대를 돌파해서 입법을 추진했던 것이다. 거기에 대해 노동계와 공무원노조는 노동3권 전체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특별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던 것이다."

 

결국 공무원노조는 법외노조로 남아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문재인 이사장은 "법외노조로 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설립신고를 하니까 반려했다. 여전히 '전공노'는 불법노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참여정부 때 설립신고해서 합법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 공무원노조 추진 과정에서 앞장선 분들이 징계를 당하고 쫓겨나고, 심지어 형사처벌도 받는 희생을 치렀다"면서 "그 때 '전공노'가 설립신고를 해서 합법노조로 전환이 되었더라면 희생을 치른 사람들의 복직 문제도 참여정부와 협상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이 대단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강연 발언 중 일부.

 

"공무원노조 특별법뿐만 아니라 '주5일제' 법안이 만들어질 때도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대했다. 미흡하다든지 속도가 늦다든지 해서 노동계가 반대했다. 아마도 참여정부가 노동에 대해 조금 더 호의적인 정부이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 좀 더 밀어붙여서 더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밀어붙이게 되면 정부와 노동계의 유대가 오히려 깨지게 된다."

 

"그 시절 참여정부에 대해, 진보진영에서는 신자유주의니 '사이비 진보'라고 비판을 했지만, 그래도 한나라당 정부보다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게 분명하다. 미흡하지만 참여정부 정도의 진보성과 개혁성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통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보수세력은 대단히 강고하고, 언론까지 포함해서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진보성 개혁성 갖고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고립된 섬처럼 느껴졌다. 진보세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 사회에서 소수파다. 강고한 보수주의의 저항을 돌파해 내려면 힘을 모아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참여정부 안에서도 노동계에 호의적인 세력의 입지도 좁아졌다."

 

"4·27 선거, 단일화 한계 확인... 진보진영 전체 단일화 논의 활발해질 것"

 

a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 주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사인하는 모습.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 주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사인하는 모습. ⓒ 윤성효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 주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사인하는 모습. ⓒ 윤성효

강연에서 화물연대,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보험영업직 등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서도 언급한 그는 "독립된 사업자라고 하지만, 사실상 종속돼서 자기 노동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얻어 생활하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와 똑같은 기본권이 아니라도 단체라도 만들어서 사용자와 교섭도 하고 4대 보험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참여정부가 그런 보호법을 만들어 입법예고를 하니까 당시 노동계는 반대했다. 일반 노동자와 같이 허용하라는 것이었고, 혜택을 보는 쪽에서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조금 진보적인 정부가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까지 들어서니까 진보진영 내에서 '헤게모니' 내지 주도권 다툼이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인 세력이 지지를 받았던 것도 아니다. 뒤돌아보면, 진보정당들이 선거를 통해서 의석을 많이 얻었던 때는, 탄핵 후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할 때다. 그 때 민주노동당도 동반적으로 약진했다. 반대로 침몰할 때 민주노동당도 함께 침몰했다. 함께 가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선전했다. 한편에서는 이번에 단일화의 한계도 확인했다. 그래서 앞으로 진보진영 전체 단일화를 위한 통합 논의나 정치연합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그것이 성사돼야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 진영이 승리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정부 때 있었던 진보진영 간의 분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 주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사인하는 모습.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 주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사인하는 모습. ⓒ 윤성효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 주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사인하는 모습. ⓒ 윤성효

한편 공무원노조에 대해, 그는 "참여정부는 행정혁신 강조를 많이 했다. 그것은 공무원이 주체가 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공무원이 개혁과 혁신의 대상이 되어서는 행정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일방통행행정에 대한 견제역할도 노동조합이 해야 한다. 단체장의 인사권이라든지, 예산의 전횡에 대해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리원자력발전호 1호기를 언급했다. 고리1호기는 수명 30년이 다됐지만 10년 연장을 해서 사용하고 있다. 수명 연장 결정은 참여정부 때 했던 것이다. 문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결정했지만 걱정된다. 제대로 안전성 점검이 돼서, 확실하게 안전하다는 것이 담보가 되어 수명연장을 했는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연장 결정하는 쪽에서는 연장해도 안전하다고 홍보를 하고 있다. 안전하다고 하는 쪽은 전문가들이 판단했다고 알리는데, 과연 그게 전부일까. 행정이 정책결정을 하는데 유리한 정보만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조작하지는 않았는지 의문이다. 시민단체들이 가동연장 결정할 때 자료들을 한번 보자고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충분히 점검된 끝에 정말 안전해서 가동연장 결정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행정당국의 정보에 대해 가장 근접하게 알 수 있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다. 공무원 개인이 하기는 어려워도 노동조합이라면 그런 것을 국민한테 알리고 공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 이사장은 공직사회 부정부패 감시를 '호루라기'에 빗대어 표현했다.

 

"내부자 보호법도 호루라기 불기다. 부정에 관련된 사람은 대체로 상급자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목격한 공무원이 그 사실을 외부에 폭로한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을 혼자 하기는 힘들지만 노동조합이 할 수 있다.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었을 때 편을 들어서 외롭지 않게 해주고,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보호를 해주고, 때로는 호루라기를 함께 불어주는 게 필요하다."

 

문 이사장의 강연 후 한 공무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절대 정치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앞으로 정치를 정말 안 할 것이냐"고 물었다. 문 이사장은 고 노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나에게) 직업인으로 정치는 여러모로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 주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사인하는 모습.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 주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사인하는 모습. ⓒ 윤성효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29일 오후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김해시지부 주최로 "공무원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은 강연 뒤 사인하는 모습. ⓒ 윤성효

 

"퇴임 이후 '정치하지 말라'는 말씀을 저한테 하신 것은 아니고, 주변에 말씀 하신 적이 있다. 그것은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나름대로 소회를 말한 것이었다. 정치를 통해 이루려고 한 것이 있었고, 실제 이루기 위해 노력도 하고, 성과도 있었는데, 퇴임하고 정권이 바뀌니까 그런 성과가 '도로아미타불'로 되돌아 가버리고, 당신의 성과 노력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비난 받고 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허무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대의를 위해 자기 자신의 이익은 손해 보면서 나가야 하는데, 그런 강한 의지 없이는 정치를 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시민운동이나 사회운동도 정치다. 노무현재단을 통해 노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도 정치다. 제 자신이 직업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여러모로 맞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다."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 #김해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노조 #참여정부 #세계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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