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수 PD "나를 정조준, 시범케이스로 찍었다"

[스팟인터뷰] '취재중단지시 항의' 국장면담 이후 비제작부서로 발령

등록 2011.05.13 08:34수정 2011.05.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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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4년 만에 시사교양국장이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인사발령은 처음 받는다."

지난 12일 시사교양국에서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인사발령이 난 한학수 PD는 현재심경을 "당혹스럽다"고 표현했다. 한 PD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시사교양국을 떠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적도 없고,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다"며 "왜 이런 인사발령이 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MBC 노조에 따르면, 한 PD는 윤길용 국장이 이우환 PD에게 취재중단 지시를 내리자 평PD 협의회를 대표해 국장을 면담하고 PD들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노조는 이것이 한 PD가 '보복성 인사'를 당한 이유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PD는 "저는 10명이 넘는 운영위원 가운데 한 명일 뿐이고, 총회에서 결정된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자신을 '대표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서는 사측이 '평PD 협의회를 정조준하면서 그 중에서 한 명을 시범 사례로 찍어낸 것이 아닌가' 라는 것 이외에는 달리 추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PD수첩> '황우석 사건' 보도로 유명한 한 PD는 <아프리카의 눈물>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경인지사로 발령이 나면서 한 PD는 당분간 제작을 할 수 없게 됐다. 한 PD는 "<아프리카의 눈물>, <7일간의 기적>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저의 본업인데, 시청자들을 만나지 말라는 건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착잡해했다. 

현재 MBC 시사교양국은 두 PD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PD는 "13일 시사교양국 PD 과반수가 참여하는 구속력 있는 총회를 통해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토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한학수 PD와 한 일문일답 요지다.

"평PD 협의회 정조준하면서 나를 시범 사례로 찍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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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수 MBC PD ⓒ 이정환

- 경인지사로 인사발령이 났는데.
"오늘(12일) <7일 간의 기적> 방송하는 날이다. 이게 2부작이라 오늘 방송 마치고 바로 2부 편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윤길용 국장이 이우환 PD와 저를 불러서 '경영진의 방침'이라면서 인사발령 소식을 전하더라. 저는 지금도 왜 이런 인사발령이 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시사교양국을 떠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적도 없고,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다."

- 노조에서는 한학수 PD가 평PD 협의회 대표격으로 윤길용 국장을 면담했다는 이유로 이번 인사 조치를 당했다고 하던데. 
"평PD 협의회는 올해 3월에 조직이 됐다. 시사교양국 평PD 협의회는 운영위원이 10명이 넘는다. 위원장, 부위원장 위계조직이 아니고 10명이상의 운영위원 집단운영체제다. 저는 그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국장면담도 2~3명이 함께 했고, 총회에서 결정된 의견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왜 제가 인사 조치를 당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윤길용 국장을 만났을 때도 어떤 취지냐고 되물었지만 '경영진의 방침'이라는 것 이외에는 듣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사측이 '평PD 협의회를 정조준하면서 그 중에서 한 명을 시범 사례로 찍어낸 것이 아닌가' 라는 것 이외에는 달리 추정을 할 수 없다."

- 한 PD를 평PD 협의회의 대표격으로 볼 수 없다는 말인가.    
"평PD 협의회가 누구 한 명이 주도를 해서 선동을 하거나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 그런데 그 중 시범 사례로 중견 PD인 저를 찍어낸 건 한 두 명만 솎아내면 뭔가 되겠다거나, 한 두 명만 겁박하면 와해시킬 수 있겠다는 이런 치졸한 발상에서 나온 생각 아닌가 싶다.

경인지사로 가게 되면 프로그램을 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에서 떠나라는 거다. <아프리카의 눈물>, <7일간의 기적>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저의 본업인데 시청자들을 만나지 말라는 건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속력 있는 시사교양국 PD 총회 통해 대응 할 것" 

- <7일간의 기적>은 어떻게 되는 건가.
"저는 오늘부로 경인지사로 발령이 났으니 당장 다음 주 방송이 어떻게 나갈지 걱정이다. 조연출이 편집을 해야 하는 건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발령이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일단 물어보고 싶다. 왜 이런 인사발령이 났는지, 징계성 인사발령이 왜 났는지 적시해달라고 요청을 할 생각이다. 구체적인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 들어야 움직일 수 있다. 제가 입사한 게 1997년이니까 입사 14년차다. 그런데 시사교양국장이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인사발령은 처음 받는다. 당혹스럽다. 왜 이렇게 국장이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지 않고 '경영진의 방침'이라고만 설명하는지 의아하다. 일단 이유를 물어보고, 수용할 수 없다면 불복하고 이유가 있다면 따르겠다."

- 13일에 총회를 할 예정이라고. 
"구속력 있는 시사교양국 PD총회를 해서 과반수 참여를 통해 의견 개진하고, 이 사태에 대해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가, 어떠한 의견 표명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토의를 할 것이다. 사실 PD들이 절반 이상 모이기가 어렵다. 쉽지 않지만 반드시 참석을 하라고
한 상황이다. 이 안건은 간과할 수 없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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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MBC PD. ⓒ 유성호

지난 3월 최승호 CP(책임 프로듀서) 등을 비롯해 <PD수첩> 제작진들이 대거 교체되었다. "1년 이상 한 프로그램에서 일한 사람은 예외 없이 교체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당시 최 PD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식의 조직개편은) 시사교양국장의 의사라기보다는 위쪽의 강력한 주문에 의한 것"이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들어가는 국면이기 때문에 (비판적 프로그램들의)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로부터 2개월 후, 또 다른 두 명의 PD가 '원치않는 인사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한 최 PD의 생각은 어떨까. 12일 전화통화로 물어보았다.

- 두 PD의 인사발령, 어떻게 보나. 
"점점 더 비이성적이고, 몰상식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거 같다. 제가 여기(MBC) 한 25년 있었는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MBC는 MBC 나름의 문화가 있다. 피디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하는 그런 문화가 있는데, 국장이랄지 이사랄지 사장이랄지 이런 조치를 취하는 사람들이 그런 문화를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런 부분들이 점점 더 MBC를 어렵게 하고 있다." 

- <PD수첩>이 앞으로 어떻게 갈 거라고 보나.
"그 사람들은 <PD수첩>에서 누구를 찍어내면 자기네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결국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될 거다. 그 이유는 PD들이 결국은 시대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 없어진다고 해서, 누구 한 사람 찍어냈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망가진다거나 자기네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계속 피디수첩에 남아있는 다른 PD들이 충분히 역할을 해줄 거라고 본다."
#MBC #한학수 피디 #한학수 PD #아프리카의 눈물 #최승호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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