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들은 가라... 립싱크, 법으로 금지한다?

립싱크-핸드싱크 금지법 발의 놓고 가요계 '갑론을박'

등록 2011.05.15 19:51수정 2011.05.15 20:00
0
원고료로 응원
가수들의 립싱크와 핸드싱크(미리 녹음된 음악을 틀어놓고 실제로 연주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가요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은 지난 13일 공연에서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금지하고, 만약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해야 할 경우 관중에게 미리 공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공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대중가요계가 이른바 '아이돌'이라 불리는 댄스그룹 음악 위주로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이 가창력보다는 외모나 패션, 춤 실력을 앞세운 가수들만 양성하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 등에서는 "이제는 외모나 춤도 가수를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과 "가창력이 부족한 가수들을 퇴출시켜 가요계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찬성 목소리가 부딪혀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때 한 소녀가 축가를 부른 것이 립싱크였다는 것이 밝혀져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중국은 이듬해부터 립싱크 금지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댄스 음악에 지친 팬들을 위해 평소 TV가요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었지만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모여 서바이벌 형식의 공연을 보여주는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면서 립싱크 금지 법안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 한류는 어쩌라고?


a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모여 서바이벌 형식으로 겨루어 호평받고 있는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이 모여 서바이벌 형식으로 겨루어 호평받고 있는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 ⓒ MBC


립싱크 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가요팬들은 최근의 가요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물론 가수로서 기본적인 가창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이제는 외모나 패션으로 보여주는 비주얼, 화려한 댄스의 퍼포먼스 등과 같은 '볼거리' 역시 가창력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립싱크가 금지되면 격렬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야 하는 댄스 가수들은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르는 발라드 가수들에 비해 불리하다며 '아이돌' 가수들을 앞세운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불만도 있다.

또한 직접 노래를 불러야 할 경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뛰어난 음향 장비를 갖추어야 하는데 아직 열악한 국내 공연 환경의 현실에 비춰볼 때 이같은 조건을 갖춘 무대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립싱크에 대한 반대는 공감하지만 이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며 핸드싱크까지 금지할 경우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밴드'들도 불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립싱크의 정확한 기준에 대한 논란도 더해지고 있다.

립싱크는 관객 기만... 법으로 금지해야

a  립싱크 금지법안을 발의한 이명수 의원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립싱크 금지법안을 발의한 이명수 의원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 이명수 의원 홈페이지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척하며 입만 뻥끗거리는 립싱크는 분명 관객에 대한 모독이자 기만 행위이며 법으로라도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그동안 외모나 춤 실력만 앞세우고 노래는 립싱크로 부르는 가수들 대신 뛰어난 가창력을 갖춘 '진짜 가수'들이 이제라도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가요계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TV나 인터넷이 음악을 소비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 상황에서 비주얼이나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창력을 갖춘 후에 뒤따라오는 부수적인 요소들에 지나지 않으며 '주객전도'가 되지 않도록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과도하고 자극적인 성적 매력을 앞세우는 일부 '걸 그룹'들의 선정적인 패션이나 춤도 가창력은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보여주기'에만 몰두하는 가요계의 현실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가요팬은 립싱크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더라도 만약 립싱크를 한다면 최소한 관객이나 시청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주는 것을 의무화해야 된다며 중재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립싱크 금지법이 나온 배경에는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정도로 '가수 아닌 가수'들이 넘쳐나는 지금의 가요계에 갈증과 피로를 느끼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맞춘 '일회용' 음악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과연 립싱크 금지법이 가요계에 어떠한 득실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립싱크 #핸드싱크 #아이돌 #대중가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