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년, 정광훈 의장님과의 사랑이야기

자랑스런 소희주님을 혁명의 축제장에 초대합니다. - 정광훈의 52번째 편지

등록 2011.05.15 16:13수정 2011.05.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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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5월 13일 작고하신 고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상임의장님께서 저에게 보내셨던 편지글입니다. 정광훈 의장님은 한평생 3무(땅없고 집없고 빚없는)를 자랑으로 여기시며 사셨던 농민운동가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랑의 씨앗을 뿌리시고 누구라도 가리지 않고 진실로 친구가 되어주신(심지어 조폭들까지도) 진정한 민중의 아버지, 민중의 친구 정광훈 의장님의 삶을 조금 더 나누고 싶어 제가 받은 편지를 공개합니다.


자랑스런 소희주님을 혁명의 축제장에 초대합니다.

 끝겨울인데도 아침이면 얼음이 얼얼드는구나. 봄의 기운은 남촌에서 오는 게 아니라 땅속에서 먼저 오는가봐. 몇일 전 눈덮인 뜰 돌틈 사이에서도 검붉은 할미꽃이 솜털감싸고 피여나는구나. 해남에선 우리집이 꽃이 제일 먼저 필거야. 벌써 세가지 꽃이 피었고 수선화도 몇일 있으면 노랗게 피울런지 꽃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올라오고 있어.
 작년에 깬 병아리도 벌써 자라 초란을 낳았고 한마리를 또 둥지를 찾고 있는가봐. 이 닭 종자는 여의도 국회앞에서 농협개혁 데모하는 날, 강원도 정선 박진오에게 부탁해 가져온거야. 암탉 두마리와 수탉 한마리를 박스에 넣어 데모버스 의자밑에 두었는데 집회가 끝나고 차 안에 실어 둔 닭들이 모두 죽기 일보직전이야. 회원들이 닭 다죽는다고 얼음 물병을 사다가 닭 날개밑에 넣어주니 거짓말처럼 살아났었어. 암탉 두마리 중 한마리는 죽고 한마리가 병아리 한마리를 깼는데 밤중에 삵이 침입해 어미를 물어가고 병아리 한마리를 장닭이 어미닭처럼 잘 키운 게 이제 6마리가 됐고 개를 한마리 키우는 데 사람도 안 따르고 얼씬도 않는 대신 개가 병아리를 수십개 물어죽였을거야.
  아스팔트 농사꾼이 봄이 오는 것도 감지하고 꽃피는 것도 볼 줄 알고 토종원종 지키기 하는 것도 실천하니 우습지않니. 나는 그렇고 너는 더 우습지. 청와대 앞골목에선가 집회하다 30명쯤 연행되어 희주랑 경희랑 의령군수 출마했던 누구냐, 철원 임꺽정이처럼 수염 더부룩하게 길고 다니다가 수배당한 이희열이가 연출한 데모현장을 녹취해 보여주면서 조회받을 때 강남경철서 수사계 직원들도 미치고 환장했을거야. 빨리 조사 끝나고 집에 가야 되는데 희주는 동문서답 해버리니 맛이 간 여성으로 생각해 버렸을거야. 내가 옆에서 듣고 있노라니 재미도 났었지. 대한미국 최고의 인텔리 혁명군 부사령관이 철부지 날나라이 아이들처럼 경찰과 씨름하고 있으니 속탄것은 희주가 아니라 수사과 직원들이었다. 강남에는 데모가 없는 지역이라 경찰서에 데모꾼들이 느닷없이 들이닥쳐 퇴근도 못하니 짜증나지 않았겠어. 강남에 졸부들이였었다면 영양가 있었겠지만 개털도 아니고 쥐털들 잡아다 밤샘하며 공안검찰 지휘받으며 결재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쪼리 경찰도 민중이다. 희주는 범죄집단 구조악들하고는 앙칼지게 싸우는 년이 이제 결혼을 해서 노동자 농민 재생산하고 쌈꾼들끼리 모인 성민네 집은 오순도순 데모만 하고 다녀도 토마토만 잘 크더라. 우습지 않니?
 지난 겨울엔 생협에서 좋은 영화라며 초대받아 갔었는데 지금은 제목이 기억이 안나. 내용은 농촌여성들 운동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무공해 농촌여성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들이야. 그런데 소희주가 그 영화 텍스트 역할을 다하는 주인공처럼 혁명의 축제장에서는 그 앙칼진 희주가 순녀가 돼 인민들에게는 농민지도자 삶을 살아가고 있고 구조악당들에게는  앙칼진 너의 모습이 우습지 않니? 강남에 들아가면 돌아올 줄 모른다는 부르지아들이 그 다큐영화를 보았다면 뭐라고했겠니?  "지금도 오지에서 원시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동물이 있어?" 하이테크테크놀로지 포스트모던하게 살아가는 천박하고 그 알량한 지식인 내일이면 쓰레기통에 들어갈 것들이 말이야. 잘난척 진화해 간 인간들처럼 착각하지만 일회용 유전자 조작품들이야. 니들이 노동자를 생산할 줄 알아? 농민을 생산할 줄 알아? 먹거리를 생산할 줄 알아? 삐까번쩍한 자동차를 만들 줄 알아? 수십억 간다는 아파트를 지을 줄 알아? 인테리어를 할 줄 알아? 그저 민중들이 생산한 잉여가치를 떼강도질하여 사는 퇴화된 패인같은 동물들이 말이야. 거기에 비교하면 여성농민으로서 당당하고 인류의 존엄과 행복한 세상건설을 위해 실천적으로 살아가는 희주의 모습이 아름답고 행복하지 않니? 희주도 아이들 키우는 법이 자연방목형이더구나. 애들도 많이 자랐겠다. 부산에 친정어머니는 진주산골로 시집 간 딸걱정은 않는데?
 오늘은 농민정치학교가 화순에서 있다는데 흙블럭 몇개 찍어놓고 가봐야겠다. 줄인다. 혁명의 축제장에서 만날거야. 2011. 3.11 해남에서 정광훈 의장이 드린다.

*의장님의 원문 편지글을 파일로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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