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신청년, 천두슈의 쓸쓸한 최후

[중국근현대사 속 오늘-5월 27일]천두슈(陳獨秀) 사망 69주년에 부쳐

등록 2011.05.27 16:49수정 2011.05.2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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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국 최고의 지성 천두슈 중국공산당 창당의 주역이면서 공산당으로부터 제명된 비운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현대중국 최고의 지성 천두슈중국공산당 창당의 주역이면서 공산당으로부터 제명된 비운의 정치인이기도 하다.위키피디아

5.4운동의 총사령관 천두슈(陳獨秀)는 1879년 10월 18일,안훼이성(安徽省) 안칭(安庆)에서 태어났다. 필명이었던 그의 이름에 홀로 '독(獨)'자가 있어서 일까. 천두슈의 삶은 고독하고 또 늘 아웃사이더의 길을 걷는다.

공산주의 이론을 중국에 처음 소개하고 중국공산당을 창당하고 또 총서기까지 역임한 최고의 정치지도자였으면서도 결국 노선 투쟁에서 패배하여 공산당에서 전무후무한 출당 조치를 당하는 비운의 인생역정을 보여준다. 천두슈는 파벌을 만들고 정치적 계략에 능통한 정치가가 아니라 뛰어난 사상가로서 묵묵히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는 낭만적인 혁명가였다.

천두슈는 1919년 5.4운동 시기에 발표한 <연구실과 감옥>이라는 글에서  "세계문명의 발원지는 두 곳인데 하나는 연구실이고 다른 하나는 감옥이다.(世界文明的發源地有二:一是科學研究室,一是監獄)" 고 적고 있는데 그의 삶 또한 사상 연구와 투쟁으로 인한 감금의 연속이다.

1901년 일본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1915년 9월 <신청년(新靑年)>잡지를 창간하고 베이징대학 문과대학 학장을 엮임하며 5.4운동을 이끌 때까지 천두슈는 현대 중국 최고의 지성으로서 공산주의 사상을 중국에 소개하고 봉건적 전통을 타파하고 서구적 민주를 도입할 것을 주창하는 연구실의 지식인 모습이다. 마오쩌둥도(毛澤東), 루쉰(魯迅)도 천두슈가 마련해 놓은 토론의 공간에서 봉건적 전통을 극복하는 대안과 중국의 진화와 희망을 탐색하였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20세기 초반 중국의 모든 사상은 천두슈로부터 분화해 나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1921년 코민테른의 지원을 받은 천두슈는 창당의 필요성을 느끼고 본격적인 혁명가의 길을 걷는다. 그해 7월 역사적인 중국공산당 창당의 주역으로 활동했으며 초대 총서기직을 맡아 1925년 4차대회까지 중국공산당을 주도한다.

그러나 국공합작, 공산당원의 국민당 가입을 주장한 천두슈의 노선은 '우경투항주의' 라는 비판을 받게 되고 1927년 국민당의 공산당원 색출과 4.12정변 등과 맞물려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되고 만다. 공산당원의 무장투장과 게릴라 전술을 주장하는 마오쩌둥과도 대립하다 결국 공산당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트로츠키주의로, 또 일본의 첩자로 매도되어 자신이 창당했던 공산당으로부터 제명이 되었다. 중국의 현실과 상황을 잘못 진단한 코민테른의 지도를 따르던 천두슈는 결국 그 속죄양으로 희생된 셈이다.

공산당의 최고 권좌에서 물러난 1932년 10월 15일, 국민당에 체포된다. 12월 8일, 아인슈타인은 전보를 보내 장제스(蔣介石)에게 천두슈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거절되었다. 천두슈는 그가 말한 인류문명의 발원지인 감옥엘 네 차례 갔다. 신해혁명 이후 2차 혁명에 가담했다가 1913년, 5.4운동을 주동한 1919년, 공산당 창당 이후인 1922년, 그리고 마지막으로 1932년이다. 천두슈는 8년간의 감옥생활기간 언어학과 전통사상에 관한 12편의 글을 집필하는데 연구소와 감옥을 오가면서 만든 문명이 진정한 문명이라고 한 자신의 글을 입증이라고 하듯 모두 빼어난 저술들이다.


출옥 이후 천두슈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관직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쓰촨성(四川省) 장진(江津)에서 베이징대학 동문들의 도움만을 받으며 힘겨운 삶을 살다가 1942년 5월 27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장제스는 그에게 걸었던 현상금 1만위안을 보내 위로했다고 한다.

중국공산당은 천두슈를 서구 사상에 투항한 기회주의자로 평가했다가 최근에는 그를 우경화의 잘못을 범한 혁명가 정도로 복권시키는 분위기이다. 천두슈의 '산파' 역할이 없었다면 그가 죽고 7년 후 가능했던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도 그만큼 뒤로 미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천두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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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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