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들의 습격'에 엄마들 환호

아빠들! 복병은 이제 그만, 나들이 체험 함께해요!

등록 2011.05.30 18:04수정 2011.05.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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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지난 28일, 필자의 큰 아이(5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정발산공원에서 학부모 참여 수업이 진행됐다.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지난 28일, 필자의 큰 아이(5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정발산공원에서 학부모 참여 수업이 진행됐다. ⓒ 이미진

▲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지난 28일, 필자의 큰 아이(5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정발산공원에서 학부모 참여 수업이 진행됐다. ⓒ 이미진

5월 말경, 찔레꽃가뭄을 달리는 세계 곳곳의 이상 기후 속에서도 찔레꽃은 여전히 달콤한 유혹의 자태를 지닌 채로 피어났다. 밤나무, 참나무 등 낙엽활엽수와 소나무, 잣나무가 어우러진 산은 연초록빛으로 싱그럽기까지 하다.

 

찔레꽃가뭄에 단비 내린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5월 마지막 주말인 지난 28일 오전 10시, E 유치원 교사 및 원생일동과 부모들은 '학부모 참여 수업'을 위해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정발산공원을 찾았다. 공연 광장과 정자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 온통 초록빛 물결을 이루는 이곳은 아이들의 심신을 키워주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장에는 주말 나들이도 함께 즐기려는 분위기도 한창 무르익어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한 듯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는 가족들도 보였다.

 

반별로 팀이 구성되어 총6개의 활동영역을 오가며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먼저 '백설공주 공연'과 함께하는 마술쇼를 관람했다. 이어 부채와 바람개비를 만들고, 정발산공원의 대표적인 식물 관찰과 책을 만들어 보는 시간, 미술 활동 시간을 가졌다. 모두 부모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진행 2시간 내내 모든 아이들의 모습에는 활기가 넘쳤다.

 

a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엄마들이 자녀와 함께 만들기 체험을 함께하는 동안 아빠들은 가방을 두세개 챙기며 그 옆을 지키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복병 같다.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엄마들이 자녀와 함께 만들기 체험을 함께하는 동안 아빠들은 가방을 두세개 챙기며 그 옆을 지키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복병 같다. ⓒ 이미진

▲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엄마들이 자녀와 함께 만들기 체험을 함께하는 동안 아빠들은 가방을 두세개 챙기며 그 옆을 지키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복병 같다. ⓒ 이미진

어딜 가나 아빠는 복병, 엄마는 쇼핑

 

필자 또한 5살 된 아이 덕분에 작은 아이와 더불어 모든 프로그램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함께 교육에 참석한 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이날따라 함께 하지 못한 남편의 빈자리 탓일까, 아빠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들어왔다. 즉 어딜 가나 목격되는 사례지만, 대체적으로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활동한다면 아빠들은 꾸려온 짐을 도맡기 바빴던 것이다.

 

한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유형에도 분류가 생기기 시작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는 두 시간이 지나자 그 유형은 다음과 같이 분류됐다. 엄마가 육아교육을 담당하는 사이 아빠는 육아 및 가사 담당, 엄마가 육아 및 가사를 돌보는 동안 아빠가 육아교육 담당, 어느 한 쪽의 부재로 엄마 혹은 아빠가 이 모든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 이렇게 세 부류다.

 

a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드뎌 숨어있는 복병을 만난 순간, 엄마들과 아이들은 환호했다. 아빠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진지한 모습으로 아이들가 마주앉아 자녀의 그림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드뎌 숨어있는 복병을 만난 순간, 엄마들과 아이들은 환호했다. 아빠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진지한 모습으로 아이들가 마주앉아 자녀의 그림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 이미진

▲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드뎌 숨어있는 복병을 만난 순간, 엄마들과 아이들은 환호했다. 아빠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진지한 모습으로 아이들가 마주앉아 자녀의 그림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 이미진

그 첫 번째 경우를 들자면 이러하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사이,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현장 활동에 직접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들기도, 자연 관찰도, 그림그리기도. 드물지만 엄마들이 날라 준 만들기 재료로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아빠들도 있었다. 또, 자연 관찰이 이뤄지는 사이 공원을 홀로 누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바디샵도 아닌데 온 몸에 가방을 치렁치렁 걸치고 아이의 옆에 서 있는 아빠들도 보였다. 아내와 자녀가 무언가를 할 때 그들은 끝끝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이 좋은 주말에도 노동을 이어나갔다. 잠시 지칠 때 앉아 쉴 때면, 아이가 다가와 말을 건네고 주고받는 정도였다.

 

숨어있는 복병, 엄마 이상으로 부럽네요!

 

두 번째 경우는 첫 번째와 달리 드물게 목격됐다. 서른 명 중에 한 명 꼴이랄까, 엄마들이 벤츠나 돗자리에서 어린 자녀를 돌보며 여유를 취하는 대신 아빠들이 자녀와 함께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직접 공원 여기저기에 돋아난 식물들을 자녀와 함께 찾아다니고, 돗자리에 앉아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지도했다.

 

a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자연 관찰 시간, 부모와 아이들이 진지하게 자연을 탐색하고 있다.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자연 관찰 시간, 부모와 아이들이 진지하게 자연을 탐색하고 있다. ⓒ 이미진

▲ 학부모 참여 수업 현장 자연 관찰 시간, 부모와 아이들이 진지하게 자연을 탐색하고 있다. ⓒ 이미진

이런 모습을 환영하듯 엄마들은 지나가다 말고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너무 멋지시네요!", "너무 자상한 아버지시네요.", "평소 자녀와 함께 자주 하시나 봐요?"라는 말을 한 마디씩 던진다. 정말, 숨어있던 복병을 만난 기분이다.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꼼꼼하게 지도하는 모습이 엄마 이상으로 부럽기까지 하다.

 

엄마 혹은 아빠가 단 몸으로 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가정도 몇 보이지만, 어느 한쪽의 부재엔 분명 피치못할 이유가 있을 터.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평소 입장과 상반된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6월, 7월, 기온이 점차 오를수록 바깥 나들이를 통해 한 뼘 더 자란 아이들의 모습도 기대해볼만 하기 때문이다.

2011.05.30 18:04ⓒ 2011 OhmyNews
#학부모 참여 수업 #자연 체험 나들이 #이튼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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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2년, 출판인 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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