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소 사용, 4000명 회원 주소 언제 다 고치나?

주소변환 서비스 한계... DM 발송 주소 손으로 고쳐야 하는 비영리단체의 고민

등록 2011.06.01 17:49수정 2011.06.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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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7월부터 도로명 새주소를 사용하게 됩니다. 오늘이 6월 첫 날이니 앞으로 딱 한 달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옛주소(지번 주소)를 사용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늘리자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봐야 유예기간이 늘어날 뿐이고 어쨌든 한 달 후부터는 도로명 새주소를 사용해야 합니다.

도로명 새주소가  '지난 100년간 사용해 온 지번명 주소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맞는 위치 정보 체계를 도입'한다고 하니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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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새주소 홍보포스터 ⓒ 이윤기


며칠 전, 도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러 갔더니 회의에 오신 한 분이 벽에 붙어 있는 '도로명 새주소' 홍보 포스터를 보면서 걱정을 하고 있더군요. "앞으로 한 달 밖에 안 남았는데, 단체 회원들 DM 발송 주소록을 어떻게 다 바꿀지 걱정이라"고 하였습니다. 듣고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발등의 불이었습니다.

그동안 '도로명 새주소'를 사용한다는 홍보물로 많이 보고, 바뀐 주소를 확인하러 온 통장에게 사인도 해주었습니다만, 당장 제가 일하는 단체만해도 회원들 주소록을 모두 고쳐야하는 엄청난(?) 일이 닥치고 있다는 것은 생각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부가 정해놓은 시한이 있으니 도로명 새주소 사용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 새로운 주소를 사용하면 그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행정구역이 통합(2010년 7월 1일자로 마산, 창원, 진해 통합)되면서 옛마산시 주소를 모두 창원시로 바꿔야하는데 컴퓨터에 입력된 회원 주소록은 여전히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주소를 적을 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OO동' 이라고 적는데, 컴퓨터에 입력된 수천 명 회원 주소를 모두 고치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어서 아직 옛 주소를 그냥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정구역 통합 이후에 컴퓨터에 입력된 주소를 모두 고치지 않고 1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도로명 새주소 사용이 얼마남지 않은 탓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1년만 지나면 도로명 주소로 모두 고쳐야하니 그냥 1년은 옛 주소를 사용하며 지내면 되겠다는 심산이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1년이 다 지나도록 아무런 준비도 해놓지 않았는데, 벌써 도로명 새주소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날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입니다.

헌주소 주면, 새주소 주는 곳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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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소 안내 정부 홈페이지, 주소변환 서비스가 있기는 한데? ⓒ 이윤기


부랴부랴  행안부에서 만들어 놓은 '도로명 새주소' 웹사이트(http://www.juso.go.kr)에 들어가서 이곳 저곳 찾아보았으나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웹사이트에 주소 변환을 시켜주는 기능이 있기는 합니다만, 저희 단체에서 사용하는 DM 발송 프로그램 주소록을 바로 변환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더군요.

'도로명 새주소' 웹사이트 '주소변환' 기능은 각각 10개 미만, 30만 개 미만 그리고 30만 개 이상의 주소를 변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30만 건 이상의 경우는 사용자가 직접 자료를 다운 받아 주소를 변경해야 하고, 30만 건 미만인 경우는 텍스트파일(.txt)만 변환을 지원하고 정해진 포맷형태로 주소 구성이 되어있는 경우만 자동으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DM발송을 위해 입력해 놓은 주소록 프로그램들을 변환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제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좀 더 기분이 나쁜 것은 주소록 변환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공지사항이었습니다. 정부가 100년 만에 국가 전체의 주소체계를 개편하며 인터넷으로 주소 전환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좀 과하다 싶은 책임 고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소 전환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 누군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방어적 차원의 책임고지를 한 것 같기는 한데 썩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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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새주소 웹사이트 주소 자동 변환 안내 ⓒ 이윤기


정부의 새주소 웹사이트의 경우 상당한 품을 들여서 어렵게 정해진 포맷형태로 주소 구성을 변경하여 일괄 변환을 시키더라도, 결국 텍스트 파일로 새주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옛 DM 발송 프로그램 주소록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고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별도로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혹은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노력을 들이지 않고 저희 단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DM발송 프로그램의 주소록을 쉽게 도로명 새주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더군요.

'수조원 경제 효과' 예상 된다는 새주소... 작은 비영리단체는 고민

저희 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DM발송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 홈페이지를 살펴봐도 최신 우편번호 자료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지만, 도로명 새주소에 맞게 주소록을 고쳐주는 서비스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봤더니, 6월 말부터 새로 입력하는 주소는 도로명 주소로 입력되도록 하는 서비스를 준비중이지만, 기존 번호를 자동을 일괄 변경하는 서비스는 계획이 없다고 하더군요. 제가 손으로 일일이 고쳐야 하냐고 물었더니, 지금으로선 그 방법 밖에 없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이런 정보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기 쉬운 정부조직이나 영리조직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제가 속해 있는 단체와 같은 비영리조직에서는 이런 일에 돈을 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실무자와 자원봉사자들이 새로 바뀌는 '도로명 새주소'로 자료를 모두 새로 입력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단체에서 사용하는 DM발송 프로그램의 주소를 모두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혹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아주 적은 비용만으로 도로명 새주소로 주소록을 모두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길 찾기 비용, 물류비용 등이 줄어들어 연간 3~4조 원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당장 저희 같은 작은 비영리단체에서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도로명 새주소 사용이 큰 우환(?)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 놀이 중에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하는 노래를 부르며 노는 놀이가 있습니다. 이 노랫말처럼 헌주소를 주고 새주소고 쉽게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헌주소 줄게, 새주소 다오"
"두껍아 두껍아 헌주소 줄게, 새주소 다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새주소 #도로명 #주소 #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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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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