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대적 등록금 공세...한나라당은 '묵묵부답'

사립대 총장협은 "정부 지원 전제로 10~15% 인하 가능"

등록 2011.06.12 20:10수정 2011.06.12 20:13
0
원고료로 응원

12일 민주당은 "추가감세만 안 하면 내년부터 등록금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대대적인 '등록금 공세'를 펼쳤지만, 한나라당에선 "실현 가능한 안을 내놔야 한다"며 대책 발표시기를 늦추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감사원의 등록금 산정기준 감사에 직면한 사립대학교 측에서는 '정부가 지원해주면 10~15% 낮출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민주당 "추가 감세할 6조로 반값 등록금 만들자"

 

a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앞에서 열린 한대련 주최 '반값등록금 실현 촛불집회'에 참석해서 연설을 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앞에서 열린 한대련 주최 '반값등록금 실현 촛불집회'에 참석해서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앞에서 열린 한대련 주최 '반값등록금 실현 촛불집회'에 참석해서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민주당은 기존 5+5 대학생 등록금 대책에 더해 내년 봄학기부터 현행 등록금 고지서 금액을 절반 수준으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박영선 정책위의장, 변재일 반값등록금특별위원장 등은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5+5 등록금 대책' 외에 ▲등록금 고지서 상의 절대금액 인하 ▲2012년도 신학기부터 현행 등록금의 50% 수준으로 인하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동시 추진하되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등록금 인하 추진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장 내년 신학기부터 등록금 고지서 상 금액을 현행 5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선 6조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주당에선 내국세를 재원으로 하는 고등교육 교부금을 마련,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에 구조조정 실적, 대학운영 투명성 등 자구노력 실적에 연계해 지원하겠다는 방안이다.

 

또 개인이 대학에 기부한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기업이 대학에 기부한 금액의 소득공제 한도를 현행 50%에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대학들이 등록금 이외의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13일 오전에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당론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MB정부와 한나라당이 추가 감세하기로 한 법인세와 소득세를 합하면 6조원 정도 된다"며 "추가 감세만 안 해도 대학생들이 저렇게 절규하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가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의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제하긴 했지만, 감세 방침을 취소한다고 해도 '없던 재원이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니다. 또 사립대학 재단적립금 활용방안 등 대학 자체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은 빠져 있어 '세금에만 의존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외에도 ▲차상위계층 장학금 복원 및 소득 1분위까지 장학금 지원 ▲저소득층 성적우수장학금 지급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ICL) 대출금리 3%대로 인하 ▲근로장학금 확대 등을 당장 시행하기 위한 약 5천억원 규모의 추경안 편성과 학자금 상한제 등을 규정한 5개 법률 개정안 통과 등 이른바 '5+5 대책'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신중한 한나라당 "정해진 것 없다"

 

a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 10일 오후 숙명여대에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임해규 의원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 10일 오후 숙명여대에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임해규 의원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 10일 오후 숙명여대에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임해규 의원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이 '내년 신학기부터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나온 데 반해 한나라당에선 등록금 대책과 관련된 언급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등록금 부담완화 및 대학경쟁력 강화 TF 단장 임해규 의원은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아직은 고등교육 예산을 GDP 대비 1%(약 16조원)까지 늘린다는 정도까지의 아웃라인만 정해진 상태이고, 계속 각계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임 의원은 지난 2009년 내국세 8%를 대학 지원을 위한 교부금으로 확보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내용이 민주당이 제시한 고등교육교부금 마련 방안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야의 의견접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임 의원은 "고등교육교부금 법안은 개인 견해일 뿐, 당 차원에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금년 1학기로 끝난 차상위 계층 장학금 지원 연장 등을 위해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TF에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우리는 책임 있는 여당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당장 올해 9월부터 다뤄질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돼야할 내용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교육과학기술부나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야당이야 무슨 주장을 해도 실현 가능성이 당장 드러나지 않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2~3달 뒤면 드러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현실적 대안을 모색 등록금 인하 정책 공개 시기에 대해 그는 "6월 중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금주 안에 등록금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해왔지만, 발표가 1~2주 늦춰질 전망이다. 

 

사립대 측 "정부 지원해주면 10~15% 인하 가능"

 

한편, 사립대학교 측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있으면 10~15%의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 사립대학교 총장 협의회장인 박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교육법에 사립대는 등록금의 10%를 장학금으로 주도록 돼 있고, 어떤 대학은 15%까지 주는 대학도 있는데, 정부가 장학금 재정을 지원해주면 대학은 당장에라도 그 정도 수준은 부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지난 3일 열린 한나라당과의 간담회에서 나왔다"며 "한나라당 쪽에서도 '좋은 생각이고 검토할 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년 간의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상황을 조사해 정부가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대학들이 등록금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한 대학이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총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지나친 재단 적립금 문제에 대해 박 총장은 "적립금 규모는 대학마다 많이 다르다. 총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목적성이 있는 기금"이라며 다만 "등록금을 지나치게 적립금으로 많이 전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학교에서 주던 장학금을 정부에서 부담하면, 그만큼 등록금을 내리겠다' '적립금을 등록금 인하에 활용할 순 없다'는 것. 결국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하에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어서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2011.06.12 20:10ⓒ 2011 OhmyNews
#등록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2. 2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3. 3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