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검찰개혁 좌절' 호들갑... 난 웃는다"

[인터뷰] 사법제도개혁특위 한나라당 간사 주성영 의원

등록 2011.06.16 11:03수정 2011.06.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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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자료사진)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자료사진) ⓒ 유성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자료사진) ⓒ 유성호

검찰의 '시위'와 청와대의 '개입'에 여당의 여론이 대부분 '대검 중수부 폐지 반대'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주성영 의원은 거의 나 홀로 "대검 중수부 폐지는 시대적 과제"라고 외쳤다. 평소 주 의원에 비판적인 쪽에서는 그의 행보에 의문을 나타냈다. 특히 '이념분야'에서 '수구꼴통'이라는 악평을 받아왔던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주 의원을 두고 "사법개혁의 공신"이라고 평가했다.

 

"주 의원은 사법개혁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역사적 자부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런 소신을 갖고 사개특위(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 활동한 것 같다. 주 의원이 검찰출신인데다가 한나라당 의원이기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대검 중수부 폐지는 그 자체로서 근거를 갖고 있다."

 

재임 시절 노무현 대통령조차도 주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주성영 여당 간사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사법개혁이 안 됐다"고 그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1차 사개특위'에서 활동했던 그의 공을 인정한 것이다.  

 

"검찰개혁 합의안 꺤 한나라당에 많이 서운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2차 사개특위'에서 활동했던 주 의원은 최근 대검 중수부 폐지가 무산되자 '침묵 모드'로 돌아섰다. 쏟아지는 언론매체의 인터뷰 요청도 뿌리쳤다. 그는 "언론플레이로 오해받기 때문에 지금은 인터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침묵모드'로 돌아섰음에도 주 의원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었다. 대검 중수부 폐지의 대안인 '특별수사청 신설'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어렵사리 이루어진 15일 전화인터뷰에서 주 의원은 "여야가 (대검 중수부 폐지 등) 합의안을 처리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지만 우리가 목표했던 바에는 못 미쳤다"며 "다음 주 초 특별수사청 설치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한나라당이 합의해놓고 깨버려 많이 서운했다"며 "그래서 제가 특별수사청 신설안을 발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의원에게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은 '현재진행형'이었던 것이다. 그는 "합의안 중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중요한 부분이 무산됐다"며 "하지만 완전히 무산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말로 '전투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언론에서 (검찰개혁이) 좌절됐다고 호들갑 떨면, 저는 웃는다. 그 정도로 나가떨어질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그런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

 

이어 주 의원은 "우리가 사개특위를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결의한 데는 이유가 있다"며 "현재 사개특위 멤버로는 100년간 논의해도 결론을 똑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명의 한나라당 사개특위 위원 가운데 검사출신이 5명"이라는 점을 논거로 내세웠다.

 

주 의원은 "그래서 멤버를 바꾸어서 사개특위 활동기한을 연장하든지 국회 법사위로 넘겨서 그곳에서 논의하는 게 옳다"며 "대검 중수부 폐지는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에 특별수사청 신설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특별수사청은 공수처안과 달리 법무부에 두어야 한다"며 "공수처처럼 독립기관으로 두면 대통령 수중에 장악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도 '법무부 산하 설치안'에 동의했다"며 "뭔가를 실행하려고 할 때는 현실성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15일 주 의원과 한 전화인터뷰 전문이다.

 

"현재의 사개특위 멤버로는 100년 논의해도 같은 결론"

 

a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이주영 위원장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 이주영 위원장,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민주당 김동철 간사.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이주영 위원장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 이주영 위원장,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민주당 김동철 간사. ⓒ 남소연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이주영 위원장이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 이주영 위원장, 이귀남 법무부 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민주당 김동철 간사. ⓒ 남소연

- 전해철 전 민정수석은 주 의원을 "사법개혁 공신"이라고 추켜세우더라.

"노무현 정부 때 1차 사법개혁에 참여했다. 노 대통령이 살아 계실 때 '주성영 야당 간사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사법개혁이 안 됐다'고 말했다고 여당 간사였던 이상민 의원이 전해줬다."

 

- 여야가 사개특위를 통해 대검 중수부 폐지 등에 합의한 일은 의미가 있는 것인데.

"대한민국 건국역사상 이런 합의안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 이번은 2차 사법개혁이다. 합의안을 처리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지만 우리가 목표했던 바에는 못 미쳤다. 지금 한나라당 의원을 대상으로 특별수사청 설치안 서명을 받고 있다. 다음 주 초에 설치안을 발의하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수부 폐지를 먼저 들이밀어서….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에 약하다. 언론이나 기자는 현실을 무시하고 비판할 수 있지만 계획을 실행하려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뭔가를 고칠 수 있다.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깨나가야 한다."

 

- 한나라당에서는 합의를 안 했다고 하지 않았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합의를 깼다. 합의를 해놓고 깬 것이다. 물론 그런 한나라당 의원들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 같은 당 의원으로서 꾹 참고 잊어버리고…."

 

- 소속정당에서 먼저 합의를 깨서 많이 서운했겠다.

"많이 서운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이런 노력(특별수사청 신설 법안 발의)을 하는 것이다."

 

- 그렇게 합의했지만 결국 무산된 것 아닌가.

"(합의안 중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산됐다. 하지만 완전히 무산됐다고 보지 않는다. 여기서 발을 빼려고 했다면 그런 싸움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 합의안이 무산되지 않았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가 사개특위를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결의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사개특위 멤버로는 100년간 논의해도 결론은 똑같다. 10명의 한나라당 사개특위 위원 가운데 검사출신이 5명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한나라당 의원 구성과 동떨어졌다. 이것을 정상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즉 사개특위 멤버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한나라당 의원들의 총의를 대변할 수 있다. 현재의 구도로는 100년을 해도 똑같은 결론이 날 것이기 때문에 멤버들을 바꾸어서 연장하든지 안 그러면 법사위로 돌려서 거기서 논의하는 게 옳다."

 

- 법사위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지 않았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도부는 사개특위를 연장하길 원한다. 하지만 저는 이런 구조에서 연장해봐야 똑같은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는 시대적 과제... 특별수사청 신설과 동시에 추진해야"

 

a  지난 3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와 민주당 박영선 간사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지난 3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와 민주당 박영선 간사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남소연

지난 3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간사와 민주당 박영선 간사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남소연

- 그럼 어떤 방향으로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하나?

"다음주 초에 특별수사청 설치안을 발의할 것이다. 특별수사청 설치안의 종속변수가 대검 중수부 폐지다. 그동안 대검 중수부 폐지를 먼저 내밀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그래서 정공법으로 특별수사청 설치안을 발의하게 된 것이다."

 

-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고 했는데, 대검 중수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검 중수부 폐지 반대가 55%, 찬성이 25%였다. 또 특별수사청 설치 후 대검 중수부 폐지에 찬성이 50%, 반대가 30%였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 저축은행수사라는 특수성 때문 아닌가? 

"그렇다. 그래서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결과의 해석은 냉정하게 해야 한다. 언론이 (검찰개혁 등이) 좌절됐다고 호들갑 떨면, 저는 웃는다. 그 정도에 나가떨어질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 특별수사청 신설 속에 대검 중수부 폐지안이 살아 있는 건가?

"대검 중수부 폐지는 시대적 과제다. 그것의 대안이 특별수사청 설치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추진해야 한다."

 

- 특별수사청을 어디에 두느냐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

"공수처(공직비리수사처)와는 명백히 다르다. 제 안은 법무부에 두자는 것이다. 민주당도 거기에 동의했다. 공수처처럼 독립기관으로 두면 대통령 수중에 장악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찰총장에 준하는 독립성을 가진 특별수사청장을 임명해서 법무부에 두어야 한다. 그러면 검찰이 이원화되는 것이다."

 

- 여권에서는 국민권익위 산하 설치안도 있었는데.

"그것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낸 안이다. 수사와 공소, 재판까지 책임져야 하는데 국민권익위에 두면 누가 공소유지를 하나? 법무부에 두는 것이 정공법이다. 어떤 기관을 독립기관으로 둔다는 것은 말뿐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국민권익위나 국가인권위가 (형식상으로는) 독립기관이지만 행정기관이라고 판결한 적 있다. 특별수사청을 법무부에 두는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 그렇게 하면 검찰의 중립성이 보장되는가?

"독립기관으로 가면 앞에서 언급한 병폐('대통령 수중에 장악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이 되는 것')가 있다. 그래서 법무부 산하 설치안이라는 선택이 아니면 다른 선택은 없다. 다른 선택이라면 국가인권위처럼 한다? 국가인권위에 독립성이 있다고 보나? 뭔가를 실행하려고 할 때는 현실성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법무부 산하 설치안에) 사개특위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박영선, 김동철 의원도 동의했다."

2011.06.16 11:03ⓒ 2011 OhmyNews
#중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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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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