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 사과 이름이었다

[리뷰] 오토 펜즐러 <라인업>

등록 2011.06.16 15:02수정 2011.06.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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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하면 실베스터 스탤론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베트남전에서 돌아와 히피처럼 머리를 기르고 친구를 찾아가지만, 그의 외모를 못마땅하게 여긴 경찰서장과의 마찰 때문에 결국은 혼자서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던 실베스터 스탤론.

1982년에 개봉된 영화 <람보>의 원작은 캐나다 출신 미국작가인 데이비드 모렐이 1972년에 발표한 장편 <First Blood>다. 이 작품에서 람보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데이비드 모렐은 베트남전쟁과 반전시위로 미국전역이 시끄럽던 1960년대 말에 '람보'라는 캐릭터를 구상했다. 당시 TV에서는 연일 거듭되는 시위와 그것을 진압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미국의 폭력적인 양극화를 주제로 소설을 써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 미국문화의 분열을 상징하는 정반대 성향의 사람들을 등장시키면서 그 주인공으로는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군인을 선택한 것이다.

'람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과정도 흥미롭다. 데이비드 모렐이 주인공의 이름을 정하지 못해서 고민하고 있을때, 그의 부인이 시장에서 사과를 사와서 그에게 권했다. 그는 사과를 맛보고 나서 너무 맛있어서 부인에게 사과의 이름을 물었다. 부인이 대답했다. "람보"

이렇게 해서 일당백의 전사 '람보'가 탄생한다. 람보의 데뷔작 <First Blood>는 반(反)베트남전 소설이면서 또한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권력을 쥔 거만한 사람들을 응징하는 이야기기도 하다.

21명의 위대한 탐정들에 얽힌 비화


동일한 주인공이 계속 등장하는 범죄소설 시리즈를 읽다보면 호기심이 생긴다. 작가는 어떤 이유로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 냈을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다.

리 차일드는 왜 잭 리처를 키 195cm에 몸무게 113kg의 거구로 만들었을까?
콜린 덱스터는 왜 모스 경감을 알코올중독에 가까운 인물로 만들었을까?
마이클 코넬리는 왜 해리 보슈의 이름을 중세화가인 히에로니머스 보슈에서 따왔을까?


오토 펜즐러의 논픽션 <라인업>은 이런 의문들을 풀어주는 모음집이다. <라인업>에는 람보와 모스 경감을 포함해서 총 21명의 범죄소설 주인공들과 그를 창조해낸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들은 모두 고민하며 한 명의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캐릭터를 구상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마이클 코넬리는 어린 시절 집앞에 있던, 공포의 대상이었던 어두운 터널 속에서 해리 보슈가 태어났다는 생각을 한다. 리 차일드는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절대로 물러설줄 모르는 무적의 인물을 원했기 때문에 잭 리처를 만들어 냈다.

리 차일드는 또한 캐릭터에 대한 독특한 신념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는 '캐릭터가 왕이다'라고 생각한다. 플롯으로 기억되는 책은 얼마되지 않는다. 많은 독자들의 뇌리에 남는 것은 플롯이 아니라 캐릭터다.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작품의 플롯을 제대로 기억하는 독자가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셜록 홈즈라는 이름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렇게 많은 구상을 거쳐서 캐릭터가 만들어지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만들어진 이후부터는 스스로 말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페리 켈러맨은 "내 캐릭터들이 말하면 난 그들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는다"라고 말한다. 콜린 덱스터는 "왜 모스 경감을 죽였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내가 죽인 게 아닙니다. 모스는 자연사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플롯과 함께 캐릭터를 중요시했던 작가들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던 콜린 덱스터의 심정도 참담했을 것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탐정과 범죄소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가 어떤 계기로 '팬더개스트 시리즈'를 함께 쓰게 되었는지, 캐롤 오코넬은 왜 '말로리'라는 반사회적인 성격파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지 등.

탐정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작가들의 사연도 펼쳐진다. 조너선 켈러맨은 자신이 천재인줄 알았지만 많은 출판사들로부터 거절 편지를 받고 현실을 깨닫는다. 존 레스크로아트는 작가로서의 삶은 끝났다고 절망하던 당시에 설상가상으로 뇌척수막염에 걸린다.

한번에 성공하는 작가는 보기 힘들다. 이들은 계속되는 출판사의 거절과 극심한 판매부진 속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들이 창조해낸 탐정들은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라인업>에서 소개된 작품들 중에는 아직 국내에 번역출간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 언젠가는 그 작품들도 모두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라인업> 오토 펜즐러 엮음 / 박산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덧붙이는 글 <라인업> 오토 펜즐러 엮음 / 박산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라인업 - 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창조한 위대한 탐정 탄생기

켄 브루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박산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


#라인업 #오토 펜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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