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안 100일 모은 아들 "아빠의 하루를 살게"

중국 아버지의 날에 부쳐, 중국에서 아버지로 산다는 것

등록 2011.06.20 16:18수정 2011.06.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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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아버지로서의 삶 또한 그 짐이 무겁고 힘겨워보인다. 베이징 서시(書市)에 나온 한 아버지와 아들 모습이다.
중국에서 아버지로서의 삶 또한 그 짐이 무겁고 힘겨워보인다.베이징 서시(書市)에 나온 한 아버지와 아들 모습이다.김대오
▲ 중국에서 아버지로서의 삶 또한 그 짐이 무겁고 힘겨워보인다. 베이징 서시(書市)에 나온 한 아버지와 아들 모습이다. ⓒ 김대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다. 5월 두 번째 일요일이 어머니날이고 6월 세 번째 일요일이 아버지날이다. 어제가 중국의 아버지날이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과 돈 버는 자의 압박과 고뇌를 숙명적으로 지닌 존재인가 보다. 아버지날을 기념한 중국의 공익광고에도 돈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아들이 아빠에게 하루에 얼마 버는지를 묻는다. 아빠가 100위안 정도 번다고 하자 아들은 아버지날을 계산하여 매일 1위안씩 모으기 시작한다. 아버지날 출근하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지금까지 모은 동전을 보여주며 오늘 아버지의 시간을 살 테니 자신과 함께 놀자고 한다."

 

'아버지'란 이름은 때로 연봉 얼마로 계산된다. 좋은 직장이 없다면 민공(民工)이 되어 막노동이라도 해야 할 것이고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피라도 팔아야 할 것이다. 위화(余華)의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를 보면 경제적으로 힘들 때마다 자신의 피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얘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아들임을 알면서도 다만 아버지로서의 책임에 온 몸을 바치는 허삼관의 부정(父情)은 도덕적 해이가 판을 치는 오늘날 중국사회에서 마지막 버팀목이 되는 인류애일 것이다.

 

중국의 교량이 둥근 아치형으로 되어 있는 것은 자신의 지위가 점점 올라가서 자자손손 내려가며 이어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건물 입구에 놓인 사자상의 한 쪽은 둥근 공이, 다른 한쪽에는 새끼사자가 놓여 있는데 둥근 공은 부나 권력을 상징하고 새끼사자는 그것이 자자손손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라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의 자식 사랑은 애틋한 법이겠지만 자녀를 하나 밖에 낳지 못하는 중국인들의 자식 사랑은 유별날 수밖에 없다. 일반도시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3000위안 정도인데 그 절반을 자식의 학원비, 과외비 등 교육비에 지출하고 있다.

 

고속성장에 물가는 오르고 더 좋은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더 치열해지는 생존경쟁을 중국의 아버지들이 온 몸으로 견뎌내고 있다. 중국사회가 떠안아야 할 많은 하중을 가정이, 아버지가 떠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장강7호(長江7号)>에는 가난한 민공 아버지와 귀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연 이런 설정이 현실에서는 가능하기나 할까? 농민공의 고단한 현실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공사판에서 죽은 아버지를 다시 살려줄 외계인 인형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의 농민공 아버지들은 1년 내내 가족과 떨어져 낯선 도시, 열악한 공사현장에서 목숨을 바쳐 일하며 그렇게 번 돈을 고향에 송금하며 그야말로 '힘겹게' 그들의 가정을 지켜가고 있다. 외계인처럼 아버지를 구해줘야 할 중국정부는 아직 그 초능력이 미약하다.

 

기차에서 만난 중국인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의 뒷모습>에 대한 애틋함을 저 외아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
기차에서 만난 중국인 아버지와 아들<아버지의 뒷모습>에 대한 애틋함을 저 외아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김대오
▲ 기차에서 만난 중국인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의 뒷모습>에 대한 애틋함을 저 외아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 ⓒ 김대오

가사노동을 분담하여 요리와 육아까지 책임지는 중국의 아버지들도 많다. 어릴 적 과잉보호 하에 자란 소황제(小皇帝) 자식이 커서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와 더부살이를 하는 캥거루족(啃老族)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때 나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다. 뜨거운 눈물이 빠르게 흘러내렸다. 나는 아버지께 들킬까봐, 남이 볼까봐 얼른 눈물을 닦았다. (這時我看見他的背影,我的泪很快地流下來了。我赶緊拭干了泪。怕他看見,也怕别人看見。)"

 

주쯔칭(朱自清)이 쓴 <아버지의 뒷모습(背影)>의 한 구절이다. 철부지 소황제들이 언제쯤 철이 들어 고단한 그들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게 될까. 외환보유고 세계 1위의 중국이지만 중국의 아버지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힘겨워 보인다.

#아버지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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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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