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이 절대 편의점 안 가는 이유

[최저임금 분투기②] 수습기간 최저임금 받지 못하는 알바생

등록 2011.06.21 18:11수정 2011.06.29 20:27
0
원고료로 응원
나는 21살의 전문대 휴학생이다. 명분은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을 했지만, 군대는 복무자가 넘쳐 바로 갈 수가 없었다. 또한 스스로 선택한 휴학이기에 그동안 생활비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전에 했던 알바비로 버텼으나 그것마저 떨어져 결국 알바구인사이트를 뒤져 보았다. 하지만 일한 경험이 전무한 21살의 청년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또한 학력도 좋지 않은 나는 상대적으로 고액을 받는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의 노동자가 될 수가 없었다.

운이 좋은 것일까? 어느 역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나를 보자고 한다.

"(오자마자 대뜸) 시급은 얼마를 원해요?"
"최저임금이요."
"아, 근데 우리는 3개월 수습기간이라 3개월 동안은 3900원을 줘요. 그래도 할래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했다. 3일 교육을 받고 혼자 일해 보는데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먼저 편의점 일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계산이라고 한다. 나에게 있어서도 계산은 제일 중요하다. 또한 그것은 반도체 만드는 것보다도 정교하고 세밀하게 해야 한다. 시재점검 할 때 '빵꾸' 나면 내가 꼼짝없이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바로 선입선출의 정확한 원칙이다. 물류센터에서 물건이 오면 전에 있던 물건을 싹 빼버리고 온 물건을 채우고 뺀 물건 다시 채워야 한다. 이 일을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교대시간 넘어서도 일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초과수당은 못 받는다. 여기까진 정말 봐줄 만하다.

그러난 내가 제일 힘든 일은 바로 서비스 정신을 지키는 것이다. 쓰레기를 버려 달라는 손님한테도 나이 어린 학생이 냉동고에 음료수를 쏟아도 노인분들이 욕을 해도 다 그러려니 받아들여야 한다. 점장이 그렇게 시켰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사회가 서비스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실체 없는 계약서를 내민 것이다.


이 계약서에 수칙대로 하지 않았다간 나는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본사에서 손님으로 가장한 직원이 나의 서비스 태도를 점검하고 가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 점수가 낮으면 지점에 돌아오는 본사의 혜택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세 가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단 1초도 앉지 못한다. 그러나 앉지 못하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내가 일하는 동안 방범용 카메라가 매장 구석구석을 다 찍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방범용이라고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도 된다. 이 카메라는 나를 감시하며 나중에 "너 일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내가 점장한테 다 보여 줄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여튼 난 이렇게 하루 6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하루 얼마를 버는지 계산해 보면 3900 X 6 = 2만3400원이다. 한 달로 계산해 보면 약 50만 원이다. 그러나 이 50만 원도 못 버는 사람들도 있다며 나를 스스로 위로하면서 퇴근을 한다. 편의점 일을 하게 되면서 나는 절대로 편의점을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편의점 문 앞을 지나면 편의점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내 존재 자체만으로 얼마나 큰 두려움일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게를 이용할 때도 거스름돈을 한 장씩만 나에게 줄 수 있도록 돈을 좀 맞춰서 내민다. 500원짜리 껌하나 사면서 수표내는 몰지각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노력해도 사람들 시선에 나는 언제나 하찮은 편의점 알바생이다. 그리고 최저임금도 못받는 편의점 알바생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조광현님은 청년유니온 조합원입니다. 현재 전문대 휴학생으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조광현님은 청년유니온 조합원입니다. 현재 전문대 휴학생으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최저임금 #청년유니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군산 갯벌에서 '국외 반출 금지' 식물 발견... 탄성이 나왔다
  2. 2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3. 3 광주 찾는 합천 사람들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 행사해달라"
  4. 4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