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의 '상쾡이'는 왜 해변에서 죽었을까?

태풍 메아리가 지나간 자리에서

등록 2011.06.27 11:45수정 2011.06.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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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폭풍 몰아치던 다음날 마을 앞 해수욕장으로 나섰습니다.

폭풍 몰아치던 다음날 마을 앞 해수욕장으로 나섰습니다. ⓒ 송성영


태풍 메아리가 비바람을 몰고 와 사방팔방을 후려쳤습니다. 저만치 바닷가에서는 해변의 자갈언덕을 쓸어내리는 파도 소리가 거칠게 들려왔습니다. 나무들이 휘어지고 삼라만상이 비명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우리 집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태풍은 금방이라도 지붕을 날려버릴 듯 집안 구석구석을 후려쳤습니다. 다락방 장판을 벌렁벌렁 물결치게 했습니다. 집구석 어딘가의 틈새를 비집고 다락방 바닥을 파고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주변 산이 큰 바람을 막아 줬습니다. 산에 깃들어 있는 나무들이 집을 보호해 주고 있었습니다. 겨우내 단 한그루의 나무를 베지 않고 땔감을 주어다 땐 우리에게 보답을 하겠다는 듯 나무들은 온몸으로 태풍의 위력을 막아 주는 데 큰 힘을 보탰습니다.

a  푹풍이 불던 다음날 아침 여전히 풀잎이 누울 정도로 거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거칠게 몰아치는 태풍을 집 주변의 산과 나무들이 보호해 주었습니다.

푹풍이 불던 다음날 아침 여전히 풀잎이 누울 정도로 거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거칠게 몰아치는 태풍을 집 주변의 산과 나무들이 보호해 주었습니다. ⓒ 송성영


주말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없었고 작은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조차 없는 바닷가 산속 외딴집에는 우리 세 가족과 온통 비바람뿐이었습니다. 거친 파도 소리뿐이었습니다.

큰 비로 논두렁이 무너질 것을 대비해 물꼬를 적당히 터놓고 다락방에 기어들어 왔습니다. 요즘 풀밭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나마 태풍 덕분에 겨우 일손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저녁마다 나섰던 바다낚시도 접었습니다. 전날 밤새 작업에 시달렸던 몸뚱아리를 울렁울렁 바람 먹은 장판에 눕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자다 깨다 했습니다.

집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와 보니 태풍은 짙게 깔린 어둠을 온통 휘젓고 있었습니다. 잠시 마당 한가운데 서 있다 보니 오롯이 대자연 앞에 꼼짝없이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은 도서관에는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인상이는 대낮부터 엄마의 눈총에 붙들려 작은 도서관에서 뭔가 책을 펴놓고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고 그 옆댕이에서 재봉질을 하고 있던 아내는 지난해 태풍 때도 그러했듯이 부지런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우리 집에 피해가 없도록 무사하게 해달라고.

집 밖에서 거친 비바람에 몇 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문득 산 짐승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맨 몸으로 태풍과 맞서야 하는 그들은 우리보다 더 강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늦은 아침. 비는 점점 그치기 시작했지만 바람은 여전히 거칠게 불어대고 있었습니다. 논 물꼬의 이상 유무를 살펴보고 무성한 풀들과 몸을 비벼대고 있는 밭작물들 또한 별 일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할 일없이 빈둥거리다가 작은 도서관에 들어가 보니 아내와 인상이가 전날과 똑같은 위치에서 제 할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상아! 우리 바다에 나가자 비는 그쳤지만 파도는 셀겨. 너 태풍 부는 바다에 가 본적이 없지?"
"인상이 이제 금방 책상에 앉았는데 한 시간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나?"

시험공부에서 해방되고 싶은 인상이 녀석이 바다로 나가자는 말에 두 귀를 쫑긋 세우자 아내가 시간을 늘려 놓습니다. 할 일 없이 기다리고 있기가 따분해 모처럼 만에 스마트폰을 컴퓨터에 연결해 인터넷을 뒤적거려 보았습니다. 이번 장맛비로 우려했던 4대강 사업의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들만의 하나님은 죽기 살기로 믿어가며 눈앞에 빤한 재앙을 보지 못하는 눈 뜬 장님들. 그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이명박 장로는 하나님의 하나만 알고 있지 삼라만상의 모든 것, 그 자체가 바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연과 하나님은 둘이 아닌 하나, 그 존재가 바로 하느님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일까요?  그들 말대로 하자면 모든 것을 다 내려다보고 계신다는 하느님을 짓 까뭉개고 있었으니 그 재앙은 이미 예견된 것입니다.

눈에 빤히 보이기 시작하는 4대강의 재앙을 그들은 또 뭐라 변명할까요?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태풍 핑계를 대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태풍이 곧 그들이 믿고 있는 하나님의 위력 중에 하나임을 까마득히 모르고 말입니다.

a  지난 밤 부터 버려진 천조각과 스카프를 재봉질 해 만들어 몸에 걸치고 온 아내의 옷가지가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다리를 절룩거리고 다녔던 인상이 녀석은 멀쩡하게 해변을 걸어 다닙니다.

지난 밤 부터 버려진 천조각과 스카프를 재봉질 해 만들어 몸에 걸치고 온 아내의 옷가지가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다리를 절룩거리고 다녔던 인상이 녀석은 멀쩡하게 해변을 걸어 다닙니다. ⓒ 송성영


가족들과 함께 동네 앞 해수욕장으로 나섰습니다. 전날 밤의 태풍을 가늠해 주듯 해수욕장 앞에 서 있던 후박나무 한그루가 뚝 부러져 있었습니다. 파도는 여전히 거칠었고 그 거친 파도가 몰고 온 바닷바람은 모래사장을 할퀴고 다녔습니다. 지난 밤부터 버려진 천조각과 스카프를 재봉질해 만들어 몸에 걸치고 온 아내의 옷가지가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다리를 절룩거리고 다녔던 인상이 녀석은 멀쩡하게 해변을 걸어 다닙니다.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파도에 쓸려 선명하게 단층을 만들어 냈고 곳곳에 쓰레기들이 뒹굴어 다녔습니다. 쓰레기들 사이에 제법 쓸 만한 목재가 보였습니다.

"야 저거 가져가서 벤치 만들면 좋겠다."

아내가 해변가에 나뒹굴고 있는 목재에 눈독을 들였습니다.

a  전날 태풍으로 단층을 이룬 해수욕장 모래사장과 쓰레기들과 함께 파도에 밀려 온 목재. 재활용하기 위해 집에 가져 갔습니다.

전날 태풍으로 단층을 이룬 해수욕장 모래사장과 쓰레기들과 함께 파도에 밀려 온 목재. 재활용하기 위해 집에 가져 갔습니다. ⓒ 송성영


a  죽은지 오래된 상꽹이 한마리가 해변에 떠밀려 왔습니다.

죽은지 오래된 상꽹이 한마리가 해변에 떠밀려 왔습니다. ⓒ 송성영


"좋긴 한디 너무 길어서 차에 들어가지 안겠는디, 이따가 엔진 톱 들고 와서 어떻게 해봐야 겠네."
"아빠, 일루 와 봐 큰 물고기가 죽어 있어!"

늘 그래왔듯이 해변 가로 밀려온 목재 쪼가리며 쓸 만한 물통 등을 줍고 있는데 인상이 녀석이 소리칩니다. 쇠 돌고래라 불리는 소형고래의 일종인 상쾡이 사체 같았습니다. 죽은 지 이미 오래되어 온몸이 바닷물에 퉁퉁 불어 있었습니다. 녀석이 죽어 해변 가로 밀려 온 이유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 엔진 톱을 들고 나와 해변 가에 나뒹구는 길 다란 목재를 차에 옮겨 실을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잘랐습니다. 재활용 할수 없는 목재는 땔감으로 쓰고 바닷물에 절여 있는 쓸만한 목재는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일수 있습니다. 아내는 벤치를 만들자고 하지만 그동안 바닷가에서 주어와 모아놓은 목재와 대나무를 이용해 작은 도서관 옆에 생태 화장실을 만들 때 쓰면 좋은 것 같았습니다.

태풍이 불면 종종 쓸 만한 목재가 떠내려 오기에 이번에는 집 앞 해변으로 나섰습니다. 작년 여름 태풍에 쓸려 나갔다가 1년 내내 자갈 언덕을 쌓아 올렸던 파도가 다시 그 자갈 언덕을 반쯤 쓸어갔습니다. 해변 곳곳에는 양식장에서 쓰다가 버려진 대나무들이 널려 있었지만 재활용을 할 수 없는 쓰레기들이 더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바다에 함부로 버린 온갖 쓰레기들입니다.

하지만 바다는 다시 인간들에게 그 쓰레기들을 되돌려 주고 있었습니다. 바다가 아닌 우리가 감담해야 할 쓰레기들입니다. 해변의 널린 쓰레기들은 인간들이 버린 오물을 바다가 다시 토해 놓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 줍니다.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4대강이 큰 재앙으로 인간들에게 되돌려 주고 있듯이 말입니다.

a  바다가 토해 놓은 온갖 쓰레기들이 해변에 널려 있습니다.

바다가 토해 놓은 온갖 쓰레기들이 해변에 널려 있습니다. ⓒ 송성영


a  우리집 앞 해변에는 머리 부분이 형체를 알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상한 또다른 상꽹이 사체가 밀려왔습니다. 상꽹이가 죽은 원인은 바다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집 앞 해변에는 머리 부분이 형체를 알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상한 또다른 상꽹이 사체가 밀려왔습니다. 상꽹이가 죽은 원인은 바다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 송성영


우리 집 앞 해변 한 구석에도 역시 또 다른 한 마리의 상쾡이 사체가 몸을 팅팅 불리우고 있었습니다. 죽어 있는 채로 무엇인가에 심하게 뜯어 먹혔는지 머리 쪽 부분은 아예 형체를 알 수 없을 만치 상해 있었습니다. 녀석들은 왜 죽었을까?

또 다른 상쾡이 사체가 발견된 우리 집 앞 해변은 해안선을 따라 동네 해수욕장과 불과 1킬로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어쩌면 녀석들은 내가 암벽에서 낚시를 할때 만났던 그 녀석들일지도 모릅니다. 암벽 낚시터 주변에서 자맥질을 하거나 팔뚝만한 물고기를 낚아 채며 수면위로 튀어 올랐던 상꽹이를 몇 차례 목격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 씩이나 죽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자연사가 아니라면 인간과 관련된 그 어떤 원인이 있을 것이었습니다.  바다가 쓰레기를 인간 세상으로 토해 놓듯이 상쾡이 사체를 인간세상으로 밀어 올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다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다는 말이 없습니다. 여전히 태풍의 여파가 남아 있는 바다는 다만 거친 파도를 몰아쳐 인간들의 세상을 향해 간간히 쓰레기 토해 놓고 있습니다. 받는 대로 되돌려 준다는 준엄한 경고장처럼 말입니다. 

a  바다는 인간에게 받는 대로 되돌려 줍니다.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4대강이 큰 재앙으로 인간들에게 되돌려 주고 있듯이 말입니다.

바다는 인간에게 받는 대로 되돌려 줍니다.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4대강이 큰 재앙으로 인간들에게 되돌려 주고 있듯이 말입니다. ⓒ 송성영

#태풍 #바다 #4대강의 재앙 #상쾡이 사체 #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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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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