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공격한 이집트 경찰

이집트 시민혁명 후기

등록 2011.07.06 14:23수정 2011.07.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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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화요일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이미 혁명의 상징이 된 타흐리르에서 매주 금요일 열리는 대소규모의 집회들이야 으레 그러려니 받아들여진 지 이미 오래였지만 이번 만큼은 전과 같지 않았다.

화요일 밤부터 카이로 시민들은 밤하늘을 가르며 끝없이 달려가는 구급차 소리를 들어야 했다. 텔레비전을 켜도 당장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도가 되지 않아 답답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수요일 매우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이집트에 들어와 있는 외신들로부터 지난 밤 타흐리르에서 벌어진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 화요일 이집트 국내의 정치단체들과 시민들은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미지근한 처벌문제와 혁명 당시 시민들을 살해한 경찰들에 대한 재판 문제 등을 강력하게 항의하며 타흐리르에 집결했다. 하지만 시위를 자제하라고 달랠 줄 알았던 경찰들이 뜻밖에 강제 무력진압을 하면서 시민들과 경찰들 간에 심각한 유혈 충돌이 일어났다.

인터넷에서는 이른 아침까지도 타흐리르에서 최루탄에 쫓기는 시위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국영방송에서는 시위에 동원된 일부 오토바이들을 '괴한들'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참여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았고 시위는 타흐리르에서 벗어나 국영 텔레비전방송국이 있는 마스페로 거리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새 트위터에서는 난리가 났다.

"우리는 경찰의 공격에 희생된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후송하고 있었다. 우리는 괴한도 폭도도 아니다!!"

하지만 혁명의 진전이 전무한 데다 느린 정의의 실현과 치안 결여 그리고 이집트정치와 경제적 미래에 대한 각 단체의 입장과 해석이 판이해 이날 제대로 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다른 희생자만 양산했다.

이집트 국내의 14개 정당과 운동단체들은 오는 7월 8일 금요일 다시 한 번 타흐리르에서 집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사회정의와 안보의 실현,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처리문제, 그리고 경찰의 인권유린과 고질적인 뇌물관행을 척결하기 위해 내무부를 재건하고 수상에게 보다 큰 힘을 실어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이슬람 정당들은 이번 집회에 보이콧을 선언하여 시선을 끌고 있다. 한편 <아즈하라 학자들의 국제연대> 회원 아하맛 헬라엘은 이집트 최대의 저항지 <알 마스리 알 윰>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진정한 이슬람국가를 요구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느닷없이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금주 이집트 주식시장은 바닥을 쳤고, 경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너무나도 회의적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난 화요일에 있었던 시민과 경찰들 간의 유혈충돌에 어째서 군이 개입하여 희생을 막지 않았는지를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카페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카페에도 실립니다
#이집트혁명 #타흐리르광장 #서주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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