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초비에 젖은 백련초꽃...
이명화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백련초에게 다가갔습니다. 해풍을 맞고 자란 백련초라 살아 낼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던 까닭일까요. 그냥 내키는 대로 손바닥보다 더 작은 모종 화분에 심은 뒤로 한 번도 옮겨 심지 않았습니다. 진작에 좀 넉넉한 집을 마련해줬어야 하는 것을. 비좁은 화분 흙 속에서 그래도 살아내겠다고 옆으로 발 뻗을 곳이 없어 위로만 발돋움했나봅니다.
제 생긴 모양대로 제 자라지 못하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이상한 모양으로 키만 껑충합니다. 기형적으로 자라서 누가 봐도 이것이 백련초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래도 정말 기특합니다. 제가 마라도 갔다 온 것을 상기시켜 주는 이 어린 녀석이 그 비좁은 화분 속에서 살아내겠다고 온 힘을 다하고 아직까지 죽지 않고 제 존재를 가만 가만히 드러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마음이 짠하더군요. 그래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자, 하고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곧 제 한 몸 마음껏 자랄 수 있도록 제 집과 토양을 넓혀줄 생각입니다. 이 어린 것이 좀 더 자라면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노란 꽃을 피울까요? 백련초는 꽃이 지고 나면 짙은 보라색 열매를 맺는데 우리 몸에도 유익하다고 하지요?
나의 백련초도 죽지 않고 무럭무럭 자란다면 어쩌면 꽃도 보고 열매도 볼 수도 있을까요. 꽃을 안 피우면 또 어떻겠습니까. 잘 자라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감사하지요. 섬 속의 섬 마라도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산책길에 만난 백련초꽃 덕분에 늘 가까이 있어도 그림자인 양 잊고 있었던 나의 백련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오늘도 그림자처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제 모양대로 살아가거나 자라지 못하고 기형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마음 눈을 열고 보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면 고맙게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이곳엔 백련초꽃이 황홀하게 피었습니다. 곧 열매도 맺겠지요. 오늘은 백련초꽃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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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의 소중한 사람, 잊고 있는 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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