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보내기 무서워" vs "그래도 해병대 보낼거야"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 부모가 바라본 '해병대 총기사건'

등록 2011.07.07 21:56수정 2011.07.0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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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조건 보낼 거야."


이주영 인턴기자의 아버지 이아무개(48)씨는 확고했다. 얼마 전에 일어난 해병대 총기사건에도 그는 "내 아들도 해병대에 보낼 것"이라 말했다.

순간 어머니 박아무개(50)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머니는 "죽어도 내 아들은 해병대에 못 보낸다"고 이미 말한 터였다. TV에선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곧 발표한다고 알렸다. 화면 속 긴장감이 방안까지 감돌았다.

"구시대 사고가 변해야 해. 요즘 남자애들도 얼마나 감성적인데. 다양한 인성을 보듬어주지 않으니 왕따가 생기는 거고, 결국엔 그런 일까지…."

이씨의 어머니는 가슴의 명치 부분을 퉁퉁 쳤다. 해병대 총기사건 뉴스만 보면 마음이 먹먹해진단다.

"솔직히 자식을 둔 부모로서 군대 보내기가 무서워. 내 아들도 그런 왕따 당하면 어떡해. 아니면 왕따 당했다고 보복하는 '죽일 놈'한테 총 맞으면 어쩌고."


그는 군대문화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해병대는 '결사반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소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현빈을 대단하다고 여겨온 이씨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해병대에 가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박씨를 보며 "해병대에는 '특별한' 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기사건은 '기강'이 해이해져서 발생한 거야. 위계질서가 바로 서면 그런 일도 안 생길 텐데 말이야."

그는 자신의 아들을 해병대에 보내 협동심과 단결, 인내심을 배워오게 하고 싶단다. 때마침 TV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평창 확정' 사실을 알렸다. 이씨의 아버지는 강원도 현장 중계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봐. 현장에 젊은 애들은 하나도 없잖아. 요즘 애들은 자기만 생각한다니깐."

이씨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뉴스를 뒤로한 채 방을 나섰다.

"딸만 둘 낳은 게 정말 다행"

a  강화도 해병대 해안소초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로 희생된 고 이승훈 중사, 고 이승렬 병장, 고 박치현 병장, 고 권승혁 상병의 합동영결식이 6일 오전 경기도 분당 국군수도병원 연병장에서 해병대사령부 주관으로 열렸다. 운구행렬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 해병대원이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화도 해병대 해안소초에서 발생한 총기사고로 희생된 고 이승훈 중사, 고 이승렬 병장, 고 박치현 병장, 고 권승혁 상병의 합동영결식이 6일 오전 경기도 분당 국군수도병원 연병장에서 해병대사령부 주관으로 열렸다. 운구행렬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 해병대원이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해병대 총기사건을 바라보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 부모의 의견들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획일화된 군사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군대란 조직 내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긴 힘들다"는 반론도 있었다. 다만 모두 '사건 자체는 가슴 아프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석 인턴기자의 어머니 주아무개(54)씨는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군대문화와 가해자인 김 상병의 정신적 문제가 겹쳐져 벌어진 일 같다"며 "하지만 모든 것을 개인의 정신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주씨는 "김 상병도 사회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생활했을지도 모른다"며 "군대에 맞지 않은 사람도 군대를 가야 하는 현실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윤성원 인턴기자의 아버지인 윤아무개(52)씨는"군대의 폐쇄성은 군대가 가진 고질적인 질병"이라며 "회복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 기자의 어머니인 도아무개(52)씨는 "나는 아들을 못 낳고 딸만 둘 낳아서 평생 죄지은 느낌이었다"며 "하지만 요즘엔 내가 딸만 둘을 낳은 게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선방안을 둘러싸고 '획일화를 강요하는 군사문화를 반대한다'는 의견과 '다양성을 존중하다보면 군대 기강이 해이해질 것'이란 의견으로 갈렸다.

도씨는 "군대를 잘 알지 못하지만 이런 사건으로 보면 (군대가) 굉장히 폐쇄적인 곳으로 보인다"라며 "획일적인 군대 내 문화를 개선해야 총기난사와 같은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인턴기자의 어머니 박씨는 "군대 무서워서 아들 보내겠느냐"며 "내성적이거나 개성이 뚜렷한 사람들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손형안 인턴기자의 아버지 손아무개(57)씨는 "군대라는 조직이 돌아가려면 기강이 필요하고, 따라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영 인턴기자의 아버지 이씨도 "군대가 나태해져서 (총기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그럴 때일수록 위계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성과 조직성을 중시하는 문해인 인턴기자의 어머니 윤아무개(51)씨는 "문제 사병은 군대에서 잘 관리했어야 한다"고 '문제사병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14기 인턴기자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취재해 쓴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14기 인턴기자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취재해 쓴 글입니다.
#총기사건 #기수열외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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