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은행나무
김종길
천년 전 마의태자의 전설이 서린 은행나무굳이 동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는 말이 아니더라도 용문사 은행나무를 직접 보니 그 위용은 소문대로 대단했다. 가지마다 무성하게 돋은 잎들은 천년의 시간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푸르렀다.
저마다 주장이 다른 이 나무의 나이는 대략 1100년 이상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놓은 것이 자랐다고도 하고,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에 심었다고도 한다. 그 사실이야 어떠하던 간에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은행나무는 거룩해 보였다.
이 나무는 오랜 세월과 전란 속에서도 불타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아 천왕목天王木이라고도 불렀으며, 조선 세종 때에는 정3품 이상에 해당하는 당상직첩을 받기도 했다. 높이 41m, 가슴둘레가 11.2m로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