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권하면, 여자들은 잠자리 먼저 묻더라"

[지금은 공정여행 시대③] 공정여행을 통해 얻은 것

등록 2011.07.13 17:31수정 2011.07.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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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민주연대와 <오마이뉴스>는 세계 거대 여행 사업체들에 돌아갈 돈을 현지인들에게 주자는 취지의 '공정여행'을 널리 알리고자 '지금은 공정여행 시대' 기획 기사를 내보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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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차마고도, 구름이 머무는 소수민족의 나라 '윈난(차마고도)'은 국제민주연대의 대표 프로그램이자 국내 공정여행 첫 프로그램이다. ⓒ 국제민주연대


여행지, 그 지역에 대해 전혀 모르고 갈 때와 조금이라도 알고 갈 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의 차이는 많다. 올여름 국제민주연대가 계획한 공정여행은 모두 15회차. 첫 공정여행(7월 16일~24일)을 1주일 앞둔 지난 8일, 사전 모임이 있었다. 중국 윈난(차마고도) 지역을 비롯하여 내몽골, 귀주, 백두산 등 국제민주연대의 주요 공정여행지인 중국 소수민족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참고로, 외국의 경우 여행에 앞서 몇 차례 사전모임을 통해 공정여행을 할 곳에 대해 사전 공부를 하고 간단다. 그 지역과 지역 사람들의 생활, 문화, 풍습 등을 알고 가면 그만큼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리라.


'이왕 하는 여행, 이왕 쓰는 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 6월 13일. 우연히 공정여행을 알게 됐고 공정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여행이고 공정여행이고 전혀 생각하지 않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느닷없는 선택인지라 얼떨떨했지만 공정여행의 이와 같은 취지와 그 프로그램들을 알아가는 동안 종종 설렜다.

하지만 한편으론 막막하고 불안했다. 해외여행이 워낙 평범한 세상이지만, 이제껏 해외여행 한 번 해보지 못한 터라 설레는 한편 시시때때로 불안해지곤 했다. 어떤 옷들을 가져가야 하는지와 같은 소소한 것들부터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그렇게 참석하게 된 공정여행 사전모임. 사전 모임에 앞서 두 공정여행자와 '공정여행, 그 뒷이야기'를 했다.

5~6살 어린이부터 70세 할아버지까지... 그리 힘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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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팀이 만난 소수민족들. ⓒ 최정규


- 어떻게 공정여행을 알게 됐는가.
심영주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취지가 좋아 보여 나도 참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한겨레21과 프레시안에서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을 소개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가고 싶었던 프로그램은 이미 인원이 모두 차 갈 수 없어 아쉬웠다. 그래서 다음 공정여행이 발표되자마자 바로 신청해 내몽골을 갔다 왔다. 여러 사람이 함께 가는 것은 패키지 여행과 같은데 내용은 전혀 달랐다. 참 좋았다. 그래서 차마고도(윈난)와 귀주도 얼른 신청했다."

최정규(국제민주연대 공정여행 총 기획자) "그 여행(내몽골), 참가자가 적어 적자였다(웃음) 16명이 갔나? 수익 생각하면 취소해야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우선 당장만 보면 적자였지만 그때 다녀온 분들 대부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여행으로 공정여행을 권했고, 이후 그 분들이 다른 프로그램들도 참가했기 때문에 꼭 적자는 아닌 것 같다."


김경미 "난 공정여행을 다녀온 지인이 권해서 가게 됐다. 처음 간 곳이 귀주인데 어찌나 덥던지. 40도는 보통인데, 신기하게도 금방 적응하더라. 그때 여행이 좋아서 윈난(차마고도)도 갔다 왔는데 이번에는 시간을 낼 수 없어 가지 못해 좀 아쉽다."

-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민박에서 자고,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 힘들 것 같다.
심영주 "걱정하실 것 없다. 솔직히 나도 가기 전에는 좀 걱정했는데 참 깨끗했다. 지인들에게 공정여행 권하면 여자들은 다 잠자리를 묻는다(웃음) 사실 쉴 수 없는 여행이고, 쉬지 않는 여행이다. 비행기보다는 버스, 버스보다는 트레킹. 이렇기 때문에 힘든 면도 없잖아 있다. 11시에 숙소로 돌아올 때도 많았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사람들이 그런 걸 더 즐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정이 좀 빡빡하고 버스로 몇 시간씩 이동하고, 버스가 고장 나 고쳐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걸어가야 하고. 그런데 하나도 힘이 들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이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튼 공정여행에는 오묘한 그 무언가가 있다."

김경미 "5~6살 어린이부터 70세 할아버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이런 분들도 그다지 힘들어 하지 않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난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좀 걱정했는데, 연령이 다양한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된 것 같다. (영주씨를 보며)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6학년 아이 셋 데리고 간 00언니는 떠나는 날과 돌아오는 날 빼고 하루도 아이들 챙기지 않았다잖아!"

심영주 "맞아. 그 언니 함께 간 사람들이 아이들을 먼저 챙기고 했기 때문에 정말 편하게 여행했다고 하더라. 누구랄 것도 없이 가족들이 함께 여행하면서 챙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돌보게 되더라. 여행을 떠나는 첫날에만 해도 전혀 모르는 남남으로 서먹했는데 여행을 하면서 가족과 같은 그런 끈끈한 정 같은 것이 생긴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 나라 음식 하나 먹어보지 못하는 그게 무슨 여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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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마을 가는 길...차가 고장나도 우리는 즐거워라 ⓒ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하는 공정여행


-우연히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하는 공정여행(http://cafe.daum.net/yunnanfair)'이란 카페에 가보니 버스는 고장 나서 이끄는 사람들과 기사는 난감해 하는데 여행자들은 춤을 추고 노는 광경이 참 인상 깊더라.
김경미·심영주 "아 그거?(웃음) 가끔 버스가 고장 난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워낙 오지기 때문에 길도 그다지 좋지 않고 버스도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행자들 누구도 그런 것들을 불편해 하거나 짜증내지 않더라. 오히려 차가 고장났기 때문에 주변 풍경을 좀 더 맘껏 살필 수 있어서 좋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 오히려 더 즐기는 것 같다. 아마도 국내 여행을 하다가 그런 일을 당하면 시간이 아깝다며 짜증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공정여행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해외여행이 처음인데다가 가기로 한 윈난(차마고도)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좀 걱정이다. 말도 전혀 모르고.
김경미 "좀 알고 갔더라면 좀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없잖아 있었다. 어느 정도 좀 알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심영주 "난 꼭 그렇게까지 알고 갈 필요가 있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마음 열 준비만 된다면 부담 가질 필요 없이 그냥 가볍게 떠나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역사, 풍습 등 필요한 것들은 함께 가는 작가님(여행기획자 최정규)이나 다른 선생님들이 그때 그때 설명해 줬기 때문에 그다지 아쉽지 않았다. 그리고 말은 어떻게든 통한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웃음)"

-우리와 달리 외국은 공정여행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한다. 아쉽다.
심영주 "우리 과 사람들은 내가 여행 간다고 하면 이젠 당연히 공정여행 가는 걸로 안다. 주변 사람들에게 틈만 나면 권하는데, '유럽이나 중남미 등을 여행하는데 500만 원도 아깝지 않다는 사람들이 주로 아시아, 그것도 중국에 가는데 뭐가 그리 비싸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저가 여행상품들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중국의 번화가나 유명한 곳만 가면 백만 원 안 들이고 갈 수 있는 상품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공정여행은 일반 패키지 여행들과 정말 질적으로 다르다. 난 3번 갔는데, 갈 때마다 내용이나 체험에 비해 오히려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경미씨에게)

김경미 "나도 그런 이야길(가까운 중국 가는데 왜 그리 비싸냐는) 많이 들었다. 질적으로 다른 공정여행과 저가 패키지 여행을 돈만 가지고 비교하는 것이 참 속상하더라. 그리고 사실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지는 한국에서 중국 가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곳들이다. 이런 점까지 계산하면 훨씬 싸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는 동안 프로그램 하나 만들려고 참 많은 노력을 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 팍팍 전해지곤 했다. 해외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도 많이 가는데 그 사람들이 그러더라. 일반 여행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들도 많다고. 또 일반 패키지 여행은 여행지에서의 그 외 지출들이 참 많은데 군것질 값 조금하고 선물 값이 아주 약간, 그 정도밖에 안 들었다. 그러니 오히려 싼 것이다."

심영주 "나도 패키지 여행 좀 가봤는데, 사실 패키지 여행 같은 경우 비용 중 30~40%는 여행사와 현지 식당, 쇼핑센터 등에서 나눠 갖는다. 여행자들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 여행을 하면서도 한국 식당들만 다니며 한국 음식들만 먹기 일쑤라는 거다. 한국의 여행사와 가이드, 현지 식당이나 쇼핑센터 등이 한 가족이거나 잘 아는 사람들인 경우도 많다는 이야길 들었다(아는 사람이 얼마 전 해외여행 며칠 동안 한국에서 먹던 한국 음식만 먹었다는 사례를 들려주며). 그 나라 음식 하나 먹어보지 못하는 그게 무슨 여행이야? 안 그래요?"

-여행 중 음식도 참 중요하다. 음식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김경미·심영주 "맛이 없어서 고민스럽진 않았다. 그보다 너무나 많은 음식들을 내놓는 바람에 곤란할 때가 많았다. 자기들은 기껏해야 두세 가지 정도만 먹는다는데,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 차마 남길 수 없어 다들 고민했던 것 같다. 깻잎 장아찌 같은 것을 가져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말리고 싶다. 입맛에 맞는 음식이 한두 가지는 반드시 있기 때문에 그거 먹으면 된다. 도리어 살이 쪄서 돌아온 사람들도 있다. 00씨는 살이 쪘다는데?"

"배려심 커져... 공정여행이 그렇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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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어 세번 참가한 심영주씨와 지인의 권유로 두번 참가한 김경미씨. ⓒ 국제민주연대와 함께 가는 공정여행


- 본인에게 공정여행이란 무엇인가?
심영주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들? 사는 방법을 배우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김경미:"비운 만큼 채울 수 있는 그 무언가. 세상을 향해 나를 열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여행 전과 공정여행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심영주 "예전의 나는 나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공정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남에 대한 배려도 많아지고 생각도 많이 넓어진 것 같다. 예전 같으면 그다지 관심두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그것들을 알려고 나도 모르게 노력을 하고 있다. 공정여행이, 함께 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다."

김경미 "일정한 틀에서만 살다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세계와 깊이를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낯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편이었다. 이 때문에 공정여행의 취지가 좋지만 막상 떠나려니 두려웠다. 하지만 서로 어울리고 또 나이 많은 사람들은 나이어린 사람들을 이끌어 주는 여행을 통해 그런 낯가림이 없어졌다. 이제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교류가 즐겁다."

김경미·심영주 "여행을 함께 갔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사는 지역이나 알리고 싶은 곳을 테마로 공정여행을 만들어 초대도 하고, '번개팅'도 하고 그러는데 이런 것들도 참 좋더라. 건전한 여행문화에 이바지하는 것 같아 뿌듯하고, 함께 갔던 사람들 생각하면 기분 좋고 그렇다."

이야길 나누는 동안 참가자들이 한 둘 계속 들어오고 사전 모임 시간이 되어 아쉽게 이야길 접어야만 했다. "아직 좀 더 물어볼 것들이 있는데?"라며 아쉬워하자 "마음을 열 자세만 되어 있으면 그냥 무조건 참가해 직접 느껴보는 것이 최고의 답"이라며 찡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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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에 앞서 열린 사전 모임(7월 8일 오후 7시~). 어린이 참가자들도 많다. ⓒ 김현자


어른들과 함께 온 아이들 몇 명도 보였다. 마침 내 앞에 어떤 분이 남매를 데리고 왔기에 물었더니 큰애(11살)와 먼저 참가해보고(귀주, 7월 30일~8월 7일) 좋으면 가족 모두 참가할 거란다. 공정여행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여행 안내지를 우연히 봤고, 패키지여행보다 아이들 데리고 가면 좋을 것 같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고.

공정여행에 대한 첫 기사를 쓴 후 공정여행의 취지도 좋고 프로그램도 흥미롭지만, 중국 소수민족들이 사는 곳이라 선택이 쉽지 않다는 이야길 좀 들었다. 그런 분들에게 내 기사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올해 국제민주연대가 계획한 공정여행 프로그램은 예전보다 좀 많다. 공정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의 입소문과 일부 진보 언론들의 보도로 지난해 몽골 대기자가 워낙 많았기에 그에 호응하고자 늘렸다고. 국제민주연대의 공정여행 일부 프로그램은 아직 마감 전이다. 자세한 것은 국제민주연대 홈페이지에.
#공정여행 #국제민주연대 #도덕여행 #윈난(차마고도) #책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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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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