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장난질'에 속지 않고 뉴스 읽는 방법은?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③] 뉴스와 사람들의 관계

등록 2011.07.14 19:55수정 2011.07.1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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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특강을 하고 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특강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어떤 대기업 노조가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을 하다가 결렬되어 파업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어떤 언론이 이 뉴스를 다루면서 '연봉 7000만 원이나 받는 것들이 무슨 임금인상이냐'는 식으로 쓰기 시작합니다. 분명 합법적인 파업임에도 언론이 저렇게 쓰면 조직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언론이 쓰는 뉴스를 읽고 사안을 파악한다. 그 뉴스는 항상 진실일까? 왜곡됐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뉴스는 그 안에서 언급되는 당사자 이외에도 국민 등과도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언론의 뉴스 묘사 속에는 해당 언론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7월 13일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강의에서 "뉴스를 둘러 싼 주체들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뉴스를 둘러싼 지형이 변화한다"며 "어떤 계기로 뉴스에 대한 여론이 변하거나 어느 지점에서 언론이 '장난질'을 치면 뉴스로 인해 구성됐던 기존의 관계가 역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강생들에게 "그런 맥락들을 파악할 수 있어야 비로소 뉴스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 읽어야 뉴스 맥락 보인다"

 

매일 올라오는 대부분의 뉴스 속에는 어김없이 사람 이름이 등장한다. 뉴스의 주인공도 사람, 뉴스를 전하는 이도, 보는 이도, 영향을 받는 이도 모두 사람이다. 김씨는 뉴스의 주체를 '사람' 혹은 '사람들'로 규정하고 "여기서 사람은 뉴스 당사자이기도 하고, 언론이기도 하며, 국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셋 모두 입장과 이해관계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이 얽히고설키면서 일종의 지형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힘의 관계를 형성합니다. 이해관계가 비슷한 사람들은 세력을 형성하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고 하지요. 뉴스는 이 안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이걸 볼 수 있어야 뉴스의 맥락을 읽을 수 있습니다."

 

김씨는 뉴스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설명하며 지난 2010년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었던 개헌문제를 예로 들었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다른 형태의 권력구조로 개편하는 개헌을 찬성하는 '한나라당 친 이명박 계열' 대 개헌 반대인 '한나라당 친 박근혜 계열과 야권'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었다. 

 

어쨌든 개헌은 실패로 돌아갔다. 친 이명박 계열 정치인들의 개헌 시도는 왜 실패했던 것일까?

 

"당시 권력구조 개편은 크게 '미국식 4년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 세 가지 안이 있었습니다. 친이계가 추진했던 것은 분권형 대통령제였지요. 그런데 개헌을 찬성하는 70%의 국민들 모두가 이 안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가장 많은 국민들은 4년 중임제를 선호했지요. 결국 여론조사 수치 70%는 허수였던 셈입니다."

 

김씨는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이 높았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국민들의 지지율은 더 낮았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얼핏보면 개헌 반대론자인 박근혜 의원이 여론의 정 반대 방향으로 돌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여론의 질도 결정한다. 김 씨는 "세종시 수정안 때도 여권이 필사적으로 밀어붙였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비록 수도권에서는 수정안 찬성여론이 높았지만 그것이 결사적인 여론이 아니었던 반면, 충청도민들의 원안 고수 여론은 결사적 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자 원안 고수를 강력히 주문했고, 그 결과 수정안이 폐기되자 수도권의 지지율에는 별 변화가 없었지만 충청 지역에서는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을 맛봤다.

 

"결국 정치인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요. 재미있는 것은 얼마 전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박 의원의 입장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 때나 개헌 때처럼 '죽어도 밀양' 혹은 '죽어도 가덕도'라는 식으로 신공항 입지에 대한 입장을 뚜렷하게 밝힌 적이 없습니다. 양쪽 여론이 모두 필사적이었기 때문에 박 의원이 한 쪽을 고르는 순간 나머지 한 쪽을 잃게 되거든요. 박 의원이 거기서 중립을 지켰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뉴스 볼 때는 언론의 의도적 '물타기' 조심해야

 

김씨는 이날 강연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언론에 따라서 뉴스의 크기 자체가 결정된다"며 "뉴스가 전달하는 과정에서 언론은 그 사안을 증폭시키거나 희석시킨다"고 설명했다. 언론이 어떤 입장으로 뉴스에 개입해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뉴스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뉴스 성격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령 예전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건 같은 경우는 시작할 때는 사찰 자체가 많은 국민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중간에 더 이상 심증을 뒷받침해줄 사실들이 조달되지 않으면서 사건의 본질이 여권 내 권력다툼으로 변해버렸거든요. 뉴스 성격이 바뀌자 국민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동기를 상실하게 되었지요."

 

김 씨는 "예전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폭로를 하자 한 언론이 김용철 변호사가 부천에서 노래방 불법 영업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는 보도를 했다"며 "기사를 썼던 기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이 깨끗한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언론이 뉴스의 본질을 흐릴 때 쓰는 전형적인 '물타기'의 예"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언론의 뉴스 묘사의 배경에는 언론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깔려있다"며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여론이 형성되며 뉴스 당사자 간의 관계도 계속해서 조정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뉴스 본질을 흐리는 언론의 '장난질'은 다양한 지점에서 다양한 양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언론들이 '장난질'을 칠 수 있는 지점을 모두 고려하면서 뉴스를 봐야 비로소 입체적으로 사안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2011.07.14 19:55ⓒ 2011 OhmyNews
#김종배 #뉴스가이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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