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 혼인신고...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제주피스보트] 한군·복태 커플의 에코프러포즈... 친환경 웨딩드레스 등 눈길

등록 2011.07.26 18:17수정 2011.07.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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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저 시계로 30분이 되면 이 꽃을 들고 한 명씩 내려가. 그리고 드레스 입은 여자 분께 전달해주면 돼. 알았지?"

장미꽃을 보고 호기심에 몰려든 아이들에게 꽃을 전달하는 한군(본명 한겨례, 21)의 손이 바빴다. 제주피스보트에 참여한 대중음악교육 사회적 기업인 유자살롱과 함께 공연자로 참가한 한군은 잠시 뒤에 있을 잊지 못할 이벤트 준비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a  한군이 복태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하고 있다

한군이 복태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하고 있다 ⓒ 김민지


유난히 더웠던 지난 20일, 생태와 평화의 기치를 걸고 250여 명의 참가자들을 태우고 인천항을 출발한 제주피스보트 내 곳곳에서는 사회적 기업들이 준비한 모둠별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었다. 워크숍이 마무리되어 가던 즈음 4층 넓은 홀에는 멋진 정장을 차려입은 한군이 서 있었다. 그의 연인 복태(본명 박선영, 29)를 위해 준비한 이벤트를 앞둔 한군의 얼굴은 제법 긴장돼 보였다.

어느새 소문을 듣고 몰려온 많은 참가자들로 4층과 5층에는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시간이 되자 한군의 부탁을 받은 아이들은 한 명씩 내려가 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한군의 그녀, 복태에게 장미꽃을 건넸다. 모든 장미꽃 전달이 끝나자 뒤이어 내려온 한군은 그녀 앞에 긴장한 듯 섰다. 한군의 손에는 조그마한 악기(우쿨렐레)가 들려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a  한군이 복태에게 우쿨렐레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한군이 복태에게 우쿨렐레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 김민지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긴장 때문인지 한군의 우쿨렐레 연주와 노래는 서툴렀다. 해바라기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르는 한군의 얼굴은 쏟아지는 눈물에 어느새 흠뻑 젖었다. 그런 한군을 보는 복태도 역시 눈물을 흘렸다. 노래를 마친 한군이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프러포즈하는 순간 전지 크기의 혼인서약서가 펼쳐졌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두 사람은 혼인서약서에 두 손을 맞잡고 사인을 했다. 이어지는 두 연인의 입맞춤 때에는 축하의 박수와 함께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a  한군과 복태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입맞춤을 하고 있다.

한군과 복태가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입맞춤을 하고 있다. ⓒ 김민지


"당시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꽃을 들고 내려가는데 주변 사람들의 시선들이 느껴져서 창피했어요. 근데 복태 앞에 서서 막상 노래를 시작하니 주변의 시선이 아무 상관없어 졌어요. 어느 순간 복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그간의 역경들이 생각나서 감격의 눈물이 나왔어요." - 한군


"알고 있었기에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프러포즈를 받게 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한군의 모습에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진심이 느껴져서." - 복태

한군과 복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 사랑을 키워왔으며, 실제 올 10월에 결혼 예정이다. 이날의 선상 프러포즈는 제주피스보트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준비한 에코웨딩이었다. 친환경 웨딩드레스,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를 들고 친환경 서약을 하는 아주 특별한 프러포즈는 생태와 평화의 배, 제주피스보트이기에 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두 사람은 이 특별한 프러포즈 뒤에 더 사랑이 두터워진 느낌이라며 축복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


a  한군과 복태가 혼인신고서에 서로의 손을 잡고 서명을 하고 있다

한군과 복태가 혼인신고서에 서로의 손을 잡고 서명을 하고 있다 ⓒ 김민지


두 연인의 사랑과 낭만을 실은 제주피스보트는 21일 오전 제주항에 닻을 내렸다. 연령대별 팀으로 나뉘어 12색 에코투어와 강정마을 방문, 피스콘서트 등의 일정을 마친 제주피스보트는 23일 다시 제주를 출발해 24일 인천항에 도착했다. 이 행사는 2011 제주피스보트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트래블러스 맵과 제주생태관광, 노리단, 리블랭크 등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들이 함께 진행했다.
#제주피스보트 #에코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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