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도? 그건 국가적 치욕

[주장] 안현태와 그들은 심의 대상도 아니다

등록 2011.08.09 10:07수정 2011.08.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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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공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씨의 발인식이 열린 28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재향군인회원들이 고인의 영정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5공 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씨의 발인식이 열린 28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재향군인회원들이 고인의 영정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5일 국가보훈처가 고 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의결하더니 다음 날인 6일에는 기습 매장을 감행했다. 주지하듯이 안현태씨는 5공 군사반란세력의 일원이자 5공 비리의 책사였다. 이런 인물을 국립묘지 안장 심의 대상으로 삼은 것부터가 미심쩍은 일이었는데, 이후 안장 결정도 편법으로 내리더니, 이어 단 하루 만에 그것도 토요일을 이용하여 기습적으로 안장 처리까지 감행한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처음부터 이번 사안을 불법적으로 심의하고 결정했다. 정부 당연직 8명과 민간위원 7명 등 15명으로 구성된 국립묘지안장심의위원회는 두 차례 회의에서 의견이 크게 엇갈린 상태였는데, 보훈처가 난데없이 서면을 통한 표결로 안장 여부를 결정한 것이다. 물론 이는 안장 심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위원 3명이 "갑작스러운 서면심의 강행 처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장 결정과 기습 안장을 5일과 6일 연일로 밀어붙여 버린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조직적인 음모가 없이는 벌어지기가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뭔가 믿는 구석이 없이 이토록 파행적으로 대담하게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이 사건은 안현태씨 특정인에게 한 일이 결코 아니다. 이 사건에는 한국 사회의 비정의성과 이명박 정부의 불법성, 그리고 이에 편승하여 발호하는 독재 부패 세력의 파렴치성 등이 복합되어 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역사'와 '정의' 등을 거론하면서 공분하곤 했다. 하지만 대체로 그것뿐인 수가 많았다. 이런 일에는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유사한 사태의 재발이나 확대를 예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금고1년'과 '영예성'에 담긴 오류

 군사쿠데타 주역 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기습안장된 대전 현충원. 8일 오전 대전 지역 단체들은 '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사쿠데타 주역 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기습안장된 대전 현충원. 8일 오전 대전 지역 단체들은 '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재완


이런 노력을 1차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의무는 언론의 것이다. 그런데 답답하게도 이런 일에 보이는 한국 언론의 태도는 거의 유형화돼 버렸다. 그들은 사태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보다는 찬성 아니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소임을 다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는 차후에 벌어질,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5공 반란군과 비리인사들의 국립묘지 행을 막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왜 5공세력이 국립묘지에 가면 안 되는지'를 논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 사안을 먼저 법률적으로 검토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거의 모든 언론이 국가보훈처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 처럼 '안현태씨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기본 자격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지난 6월 25일 지병으로 숨진 안씨는 육군 소장으로 예편해 (국립묘지 안장)자격은 있지만 금고 이상 형을 받은 바 있어 이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만 안장될 수 있다."(조선일보)


"6월 25일 지병으로 숨진 안 전 실장은 육군 소장으로 예편해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는 준장 이상의 장관급(將官級) 장교이지만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심의위의 심의를 거쳐야만 안장될 수 있다."(동아일보)

"지난 6월 25일 지병으로 숨진 안씨는 육군 소장으로 예편해 국립묘지 안장 자격은 있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바 있어 이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했다."(중앙일보)

"지난 6월 25일 지병으로 별세한 안씨는 육군 소장으로 예편해 국립묘지에 안장될 기본 자격은 있지만, 금고 이상형을 받아 국립묘지 안장 대상인지를 놓고 5·18 관련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연합뉴스)

한국 보수언론을 대표한다는 조중동과 <연합뉴스>의 관점은 거의 같다. 요컨대 안현태씨는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있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기 때문에 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국립묘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관점을 취하는 것은 비단 보수언론만이 아니다.  

"지난 6월25일 지병으로 숨진 안씨는 육군 소장으로 예편해 원칙적으로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이 있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사전심사를 받도록 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심의위원회 운영규칙에 따라, 이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안장이 가능하다." (한겨레)

"현행 국립묘지법에는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국립묘지 영예성을 훼손한 경우에 안장 비대상으로 심의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프레시안)

언론들의 법리 해석에는 저의 또는 오류가 있어 보인다. 언론들이 보도 근거로 삼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겠다.

안현태 전두환 노태우는 안장 심의 대상조차 아니다

a  국립대전현충원의 현충탑

국립대전현충원의 현충탑 ⓒ 국립대전현충원


이 법률은 제5조-1에서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는 요건 13가지를 규정해 놓고 있다. 그 중 편의상 5공세력과 관련되는 항목만을 들면,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또는 헌법재판소장의 직에 있던 자(가항)', '무공훈장 수여자(라항)', '장관급(將官級,) 장교(마항)' 등 세 가지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에 있었던 전두환과 노태우는 물론 화랑무공훈장을 받고 육군 소장이었던 안현태씨는 일단 안장 대상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는 사람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1.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 다만, 제1항제1호나목 및 자목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

2. 제1항제1호다목의 사람(「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4조제1항제3호나목과 같은 항 제5호나목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외한다)으로서 복무 중 전사 또는 순직 외의 사유로 사망한 사람

3.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제1항제1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 다만, 수형 사실 자체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의 공적(功績)이 되는 경우에는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다.

4. 탄핵이나 징계처분에 따라 파면 또는 해임된 사람

5. 그 밖에 제10조에 따른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榮譽性)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사람

*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중에서(굵은 글씨는 필자가 강조하기 위한 것임)
그러나 그 아래 제5조-4에서는 안장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안장될 수 없는 경우 5가지'를 명백히 제시해 놓고 있다. 그 중 5공세력 관련 항목은 세 번째로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제1항제1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아무리 국가유공자라 하더라도 7가지 법률, 즉 국가보안법, 국헌문란, 살인, 폭력, 미성년자 약취 유인, 성폭력과 함께 공무원뇌물죄(특가법 제3조) 등으로 실형이 확정된 자나 1년 이상 금고 확정자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 안현태씨의 경우는 공무원뇌물죄로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되어 복역했으니 명백히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그리고 전두환과 노태우도 국헌문란죄와 공무원뇌물죄로 실형이 확정된 자이니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없다.

자격이 명백히 상실된 사람은 당연히 국립묘지 안장의 심의 대상조차 될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다만 이것의 하위법인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금고 1년 이상의 형 확정자는 해당 여부의 심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도 5공세력과는 무관한 조문으로 보아야 한다. 상위법에 분명히 안 되는 7가지 경우가 따로 적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심의위원회가 주장하는 이른바 '금고 1년 이상 실형 확정자'라는 것은 상위 법조문에 명시된 7가지 죄목이 아닌 다른 죄로 실형이 확정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예전에 심의위원회가 도박죄나 무고죄를 범한 사람을 심의하여 안장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안장 자격이 있었다. 애초부터 안장 자격이 없는 안현태씨와 전두환 노태우 등의 경우와는 성격이 별개인 사안이다.

일부 진보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 형평성을 따지는 것은 비법률적이며 오히려 안현태씨가 심의 대상 자격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아쉬운 대목이다. 굳이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려면 차라리 안현태씨처럼 법적인 안장 자격이 없는 김재규를 거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터이다. 

故 안현태 육군 소장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심의·의결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위원장 : 국가보훈처 차장)는 지난 6월 25일 사망한 고 안현태 육군 소장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8월 5일 심의·의결하였다.

위원회는 그간 두 차례에 걸쳐 고 안현태 육군 소장의 안장여부를 충분히 논의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해 부득이 표결처리하게 되었다.

또한 그간 장성의 경우 시신 안장 등의 이유로 개별 서면심의를 해 왔고, 고인의 유족이 49재(8.12) 이전까지 안장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서면심의를 하였다.

위원회는 고인이 지난 1996년 특가법(뇌물, 뇌물방조)위반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았으나, △ 1997년 사면법에 따라 잔형 집행면제를 받고 1998년 복권이 된 점 △ 육사 17기로 임관, 1964년 베트남에 파병되어 국위를 선양한 점 △ 1968년 1.21사태 시 청와대 침투 무장공비를 사살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점 △ 전역 후에는 대통령 경호실장을 역임하는 등 국가안보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했고,

아울러 위와 같은 고인의 행적에 따라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장,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장,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 육군사관학교 17기 동기회장, 대한민국 성우회장 명의의 건의서와 그 동안 월남전에서 전사(1968년)한 동기생 7명의 가족들을 보살펴 자녀들을 모두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점, 그리고 이들 가족 등이 보내온 탄원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국립묘지 안장대상자로 심의·의결하였다.

- 보훈처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글


또한 안현태씨가 사면·복권되었으니 안장 자격을 회복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률에는 실형이 확정된 자는 안장 자격이 상실된다는 조문만 있지, 사면· 복권된다고 해서 안장 자격을 회복한다는 조문은 없다. 보훈처에서도 사면·복권되었기 때문에 안장 자격이 있다고 확실히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만 민주화운동처럼 실형 사실 자체가 공적이 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조문만 있을 따름이다.

상위법과 하위법이 충돌할 때에는 상위법을 우선하며, 법을 유추해석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조문에 적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야만 하는 것은 법 해석의 기본 사항이다. 따라서 만약 사면·복권되었다고 해서 안장 자격이 회복되었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것은 법 해석의 기본을 무시한 유추해석 또는 자의적 해석이며, 이것은 장차 전두환, 노태우의 국립묘지 행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일부 언론이 말하는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 자는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규정도 안현태씨와는 무관한 조목이다. 이 조목은 일단 안장 자격이 있는데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해칠 경우 비안장의 심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옳다.

예컨대 5공 군사반란 핵심인물이었던 유학성씨의 경우 대법원 형 확정판결 2주 전에 사망하여 공소가 기각되었으니 법적으로는 안장 자격이 있었다. 이런 경우 그가 군사반란 세력의 주모자로서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보았다면 비안장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심의위원회는 그렇게 하지 않아서 그는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결국 심의위원회는 심의를 해야 할 사람은 하지 않고 이번에는 정작 안 해도 될 사람을 심의한 꼴이 된 것이다.

'친일파 묘역', '독재자 묘역' 따로 두어야 할지도

a  전두환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 권우성

국립묘지에 경건성이 없다면 더 이상 국립묘지라고 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한국의 국립묘지는 적잖이 오염되어 버렸다. 그곳에는 친일파도 묻히고 독재자도 묻혀 있다. 여기에 반란군인과 5공비리 인사까지 들어간다면 우리 국립묘지는 공원묘지 수준의 경건성마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는 역사의 순리를 뒤집는 모반이며, 그곳에 잠들어 있는 지사 선열들에 대한 모독이다.

안현태씨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 '장군의 묘역'으로 들어갔다. 이미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를 비판하는 수많은 댓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런 식이라면 국립묘지에 아예 '친일파 묘역', '독재자 묘역' 그리고 '비리자 묘역' 등을 따로 두어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라는 누리꾼도 있었다.

역사와 법률을 거슬러 국립묘지로 보낸 안현태씨의 유해는 되돌리는 것이 순리다. 무더운 여름 아무리 볼썽사납더라도 우리에게는 이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그의 유해를 되돌리는 것만이 장차 전두환 노태우가 국립묘지에 가는 국가 사회적 치욕을 예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뿐 아니라 우리 후손이 사람답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 더할 나위 없이 긴요한 일이다. 삶보다는 죽음이 더 기나긴 법이다. 모름지기 죽음을 조작하는 삶에 어찌 미래가 있겠는가.
#안현태 #국립묘지 #전두환 #노태우 #국립묘지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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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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