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군, 명예회복 시작?

군사반란 주역 안현태, 국립묘지 기습 안장...저항군인 장태완 장군 앞에 묻혀

등록 2011.08.09 09:13수정 2011.08.0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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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처장 박승춘, 육사 27기, 제9군단 군단장 역임)는 12·12군사반란과 광주시민학살의 주역인 안현태의 국립묘지 안장 결정이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음날(6일) 기습적으로 유해를 대전국립묘지에 안장했다. 12·12군사반란군들의 명예회복이 시작된 것이다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 일부 심의위원들은 안현태의 서면심의에 반발하며 위원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위원회는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었는지 의심할 수 있을 정도로 표결 처리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두며 안장을 최종 결정했다.

안현태는 12·12군사반란의 주역인 군부대 내 사조직 하나회 출신으로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공수여단장으로 시민을 학살했다. 또한 예편 후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내며 기업인을 불러 협박하는 등 천문학적인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5공 비리의 주역이며 뇌물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았다.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 저승에서 놀라 깨어나겠다

a  국립 대전현충원 제2장군 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안현태의 묘. 그 바로 뒤로 '장태완' 장군의 묘가 보인다.

국립 대전현충원 제2장군 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안현태의 묘. 그 바로 뒤로 '장태완' 장군의 묘가 보인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안현태가 묻힌 곳 바로 뒤에는 이 시대의 참군인이자 저항군인의 상징인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 묘가 있다. 장태완 장군은 반란군에 저항하였으나 무력으로 제압당하여 구속·고문을 당했다. 그 결과 장군의 부친은 충격을 받아 운명하였고, 서울대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은 우울증에 시달려 자살했다. 이후 장군은 신장질환을 앓아 죽음의 문턱까지 갔으나 수술에 성공하여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군사반란의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했고 그의 노력으로 12·12군사반란 주역들에게 반란죄가 인정되었다.

그런 그의 묘소 앞에 느닷없이 반란군의 주역이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있으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장군 제1묘역 오른쪽에는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 묘와 반란군의 '수괴' 유학성의 묘가 나란히 있다. 왼쪽에는 김구 선생 암살의 배후 김창룡 특무대장의 묘가 있다. 그 건너편 애국지사 묘역에는 김구의 모친 곽락원 여사와 아들 김인 선생의 묘가 있다.


이승만은 자신의 정권 유지를 위해 자유당을 만들었으며 친일파를 중용했다. 그 결과 친일파들 일부는 애국지사로 인정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한나라당은 그 전신인 민주자유당이 비록 12·12군사반란군을 재판에 회부해 법원이 반란죄로 단죄하게 했으나, 그 뿌리는 전두환이 만든 민주정의당에 두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친일파가 득세하여 수많은 애국지사를 빨갱이로 몰아 학살하였고 친일파를 독립유공자로 만든 자유당 정부나, 전두환 정부에 협조한 인물을 중용하고 군사반란죄로 최종 판결 받은 반국가사범들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여 국립묘지에 안장함으로써 스스로 12·12군사반란을 옹호하고 광주민중항쟁를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는 한나라당 정부나 다를 바가 무엇인가?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책임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광복회와 광주민중항쟁 유족에도 있다. 광복회는 자신들이 해야 할 애국지사의 얼을 본받거나 친일세력을 규탄하는 일에는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다. 그에 관련된 연구소 하나 없는 것 보아도 광복회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시민들이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파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리기 위해 민족문제연구소를 세웠을까?

광주만중항쟁 관련 단체도 마찬가지다. 과거 광주민중항쟁은 대한민국 모두의 것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전라도의 것이 되었다가 지금은 그들만의 것으로 되고 있다. 하나로 뭉쳐 한 목소리를 내도 기득권을 대하기 힘든데 스스로 사분오열하고 있다. 그러니 대통령도 기념식에 가지 않고, 합천에는 그들을 학살한 전두환을 위한 공원도 생기고, 국립묘지에는 광주학살을 저지른 군사반란자들이 안장되는 것이 아닐까?

기다리자, 희망은 있다

국립묘지 한 쪽은 반민족행위자와 친일파의 묘가 들어서 있고, 다른 한쪽은 애국지사의 묘가 들어서 있다. 국립묘지 한 쪽은 군사반란 관련자의 묘가 들어섰고 앞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다른 한쪽은 군사반란 저항군인의 묘가 있다. 아니 그들은 섞여 있다.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다는 것은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라는 뜻이다. 국립묘지를 보러 오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나라가 어려워지면 김창룡 같은 인물이 되라고 가르쳐야 할까? 아니면 김구 선생이나 곽락원 여사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까?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시민을 학살해도 좋은 군인이 되라고 가르쳐야 할까? 아니면 시민을 위한 군인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까?

비록 군사반란 세력에 그 뿌리를 두었고 후안무치한 한나라당 정권이지만 애국자로 포장되어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친일파의 서훈을 박탈하였다. 그들이 국립묘지에서 퇴출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권력은 10년을 가지 못하고 꽃은 열흘을 붉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제 정권이 바뀌면 그들의 운명도 바뀌리라.

대망의 2012년이여! 어서 오라.
#안현태 #군사반란 #장태완 #국립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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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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