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디카와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 이야기

[발칸에서 진주 찾기 ⑨] 소피아의 상징 세르디카와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

등록 2011.08.17 12:42수정 2011.08.1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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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성벽유적 세르디카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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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디카 유적 ⓒ 이상기


세르디카는 트라키아 계열의 세르덴 사람들이 만든 도시로 현재 소피아 구도심 지역에 위치한다. 세르디카의 문화는 기원전 4세기 경부터 마케도니아, 로마 문화에 흡수되었으며, 로마 트라야누스 황제(98-117) 때 전성기를 누렸다. 광장, 극장, 목욕탕 같은 공공건물이 들어섰고, 사원도 세워졌다. 그리고 2세기 말에는 도시를 둘러싼 성벽도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지하에서 발견되는 유적 대부분은 기원후 로마시대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 유적은 현재 지하에 있다. 그것은 2004년 대통령궁과 정부청사 그리고 구 공산당 본부로 연결되는 지하도를 건설하다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동문으로부터 300m쯤 떨어진 곳에서 두개의 원형경기장이 발굴되었다. 2세기에서 4세기까지 건설된 것으로, 5천에서 만 명 사이의 관중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현재는 이들 원형경기장 중 세르디카 아레나 호텔이 있는 동쪽 일부만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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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디카에서 출토된 항아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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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디카의 쌍둥이 ⓒ 이상기

바닥에는 대리석이 깔려 있고, 벽은 붉은색 벽돌로 쌓아올렸다. 벽 사이로 문을 만들었는데 둥근 아치형태다. 그리고 지하 공간에는 이곳에서 출토된 석재와 항아리 등 유물을 전시해놓고 있다. 석재는 로마의 영향을 받은 것 같고, 항아리는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와 다르게 이들 유적 안에 기념품 가게들이 있다. 세르디카 유적 벽에 물건을 걸어두기도 하고 벽 앞에 진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산다. 소피아를 소개하는 책자도 하나 사고 기념품도 구경한다. 기념품은 목재, 도자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역시 장미 비누도 보이고, 장미오일과 장미수도 보인다. 이들을 보고 나오는데, 부모 손을 잡고 가는 쌍둥이 아이들이 보인다. 녀석들 정말 똑같이 생겼다. 일란성 쌍둥이다. 나도 쌍둥이를 키워 남의 일 같지 않다. 내가 사진을 찍으려 하니 두 녀석들 쑥스러운 듯 포즈를 취해준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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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 ⓒ 이상기


우리는 이제 세르디카 밖으로 나와 정부청사 건물과 공산당 본부 건물을 보고 공원을 지나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으로 간다. 가면서 보니 일본과 불가리아 수교 몇 주년을 기념해 심은 벚나무가 보인다. 그곳에는 일본인들이 즐겨 만드는 종이학이 걸려 있다. 이들을 지나가니 웅장한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이 나타난다. 오늘은 어제 저녁과 달리 관광버스들이 아주 많이 와 있다. 성당을 관광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우리는 외관을 한 번 돌아본다. 네오 비잔틴 양식으로 1912년에 지어졌으며, 중앙 돔의 높이는 47m나 된다. 성당 전체 면적이 3170㎡로 5000명이 동시에 미사를 볼 수 있다. 돔과 종탑을 포함해 4층으로 되어 있으며, 정문 3층 윗부분에 러시아 황제의 수호성인인 알렉산드르 네프스키의 모자이크화가 그려져 있다. 53m나 되는 종탑에는 서로 다른 크기의 종이 12개나 매달려 있으며, 이들이 내는 종소리는 30㎞까지 퍼져나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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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제대 ⓒ 이상기


성당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한 부부가 아이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가족에게 즐거운 일이 있어 그것을 축하하거나 축성하는 증명서를 받은 모양이다.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성당 정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니 정면 제대가 보인다. 가운데 문이 있고, 양 옆으로 예수와 마리아 그림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동방정교에서 모두 그렇듯이 최후의 만찬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들 제대 위에는 화려한 아치가 감싸고 있다.

성당 내부 세 개 돔 안에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성부는 하느님을 말하고 성자는 예수를 말한다. 성령은 하느님으로부터 예수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하늘로부터 뻗어내려 오는 빛의 형태로 표현했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은 외적인 크기, 내적인 예술성 그리고 종교적인 위상 등에서 불가리아 최고의 성당이다.  

벼룩시장과 조각작품 구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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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화 ⓒ 이상기


성당을 나온 우리는 성당 옆 공원에 있는 벼룩시장으로 간다. 이곳에는 불가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물건들이 많이 나와 있다. 시계, 모자, 은수저 등 생활용품도 보이고, 총, 칼, 수통 같은 군대용품도 보인다. 그러나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이콘화다. 지금까지 성당에서 본 것보다는 좀 더 원색적이고 사실적이다. 예술성은 좀 떨어지는 듯하지만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들 이콘화 중 가장 많은 것이 성모자상과 예수상이다. 그리고 역사 속의 성인 그림도 많다. 상대적으로 성인 게오르기의 그림이 눈에 많이 띈다. 다른 성인의 이름도 키릴문자로 표기해 놓았지만 읽을 수 없어 누군지 확인할 수가 없다. 이들을 보고 공원 쪽으로 가니 조소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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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상 ⓒ 이상기


어떤 사람이 무릎을 꿇고 양손을 치켜 든 채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무언가를 소망하는 강렬한 절규로 보인다. 그 옆에는 군상들이 보이는데, 이들의 포즈가 가지각색이다. 머리를 숙이고 고뇌하는 사람, 한손을 이마에 대고 고민하는 사람, 두 손을 들고 소원을 비는 사람, 칼이나 막대기를 들고 앞으로 나가는 사람, 어깨를 서로 감싸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이 때 아내가 작품 속으로 들어가 함께 포즈를 취한다. 그러자 일종의 행위예술이 된다.

이들 조소상 옆으로는 불가리아 독립영웅처럼 보이는 위인이 깃발을 들고 서 있다. 알파벳이라면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키릴문자라서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콘스탄티노플에 있던 하기야 소피아 성당을 모방해 만든 바실리카 하기야 소피아 근처에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밥을 먹고 나면 이제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로 떠난다.

불가리아를 떠나 세르비아로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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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검문소 ⓒ 이상기


소피아에서 베오그라드까지는 386㎞다. 제대로 된 고속도로라면 4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소피아에서 세르비아의 니쉬에 이르는 150㎞의 길이 좋지 않아 5시간은 잡아야 한다. 거기다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국경을 통과하는 시간을 1시간으로 잡는다면, 약 6시간쯤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베오그라드 시내에 들어가서도 우리가 머물 지라(Zira) 호텔까지는 30분 정도 걸릴 테니 이래저래 오후 내내 버스를 탈 수밖에 없다. 버스로 국경을 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발칸에 와서야 알 수 있었다.

소피아를 떠난 버스는 드라고만을 거쳐 1시간 15분 만에 국경에 닿았다.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국경은 발칸산맥에 있기 때문에 도시나 마을이 없다. 오로지 국경 검문소만 있다. 국경검문소는 대형차와 소형차를 구분하고, 대형차도 화물차와 버스를 구분한다. 우리는 버스가 통과하는 줄에 선다. 다행히 우리 앞으로 버스가 없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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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검문소 ⓒ 이상기


보통 하나의 창구에 2명의 국경경찰이 근무하지만, 그들은 협력한다기보다 교대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1명이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들의 일은 여권을 대조해 입국허가 도장을 찍는 것으로 1인당 1-2분의 시간이 걸린다. 우리 일행이 30명이니 빠르면 30분, 늦으면 1시간이 걸릴 수 있다. 만약 앞에 단체 버스가 한두 대라도 있으면 한두 시간 늦어질 수 있다. 또 경찰이 까다롭게 굴면 시간은 한없이 지연된다. 국경 통과시간은 정말 예측할 수가 없다.

이곳 검문소는 다른 곳보다 절차가 까다롭다. 우리 모두가 차에서 내린 다음 검문소에서 여권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먼저 여권검사를 받은 나는 국경 주변을 살펴본다. 세르비아 공화국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그 뒤로는 발칸산맥을 형성하는 산들이 펼쳐진다. 버스 통과노선 옆의 화물차 노선으로는 터키와 독일 화물차들이 계속 지나간다. 화물차들은 기사 하나만 여권검사를 받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수속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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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소 근처 휴게소 ⓒ 이상기


우리도 비교적 양호하게 1시간 만에 여권검사가 끝났다. 이제 정말로 세르비아 땅에 들어선 것이다. 모두들 긴장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우리는 국경통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잠시 국경 근처의 킹(King) 휴게소에 들른다. 이곳에서는 피자와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고,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그리고 공중전화도 있다.

나는 이곳에서 6개 국가로 분할된 유고슬라비아 지도를 하나 산다.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은 1991년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의 분리 독립을 시작으로 6개국으로 나눠졌다.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가 차례로 독립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만이 유고연방을 지키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2006년 결국 유고 연방은 6개의 독립국가로 나눠지게 된다. 우리는 이제 마케도니아를 제외한 다섯 개 나라를 관광하려고 한다.  
#세르디카 유적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성당 #이콘화 #조각상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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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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