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필통이 1만5000원... 왜 이리 비싼가 했더니

디자인 문구 쇼핑몰 수수료 35~40%... 소비자 가격 부담으로 이어져

등록 2011.08.27 11:06수정 2011.08.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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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부터 같은 공책에 일기를 써온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씨. ⓒ MBC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씨는 한 토크쇼에서 20대부터 지금까지 써온 일기장을 공개했다. 단순한 무제공책이지만 그에게는 일상을 적고 싶은 유일한 공책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글씨가 잘 써진다는 이유로 한 브랜드의 파란색 펜만을 고집했었다. 거의 매일 쓰는 만큼 맘에 들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문구류는 한 번 구매하면 일정기간 쓰게 되는 만큼 디자인, 성능, 가격 등의 요건을 따져 사게 된다. 그중에서도 디자인에 무게를 두고 제작된 게 '디자인 문구'다. 디자인 문구는 2000년대 초반 등장해 20대를 비롯한 성인들의 문구 수요를 충족시키며 성장해왔다. 실제로 디자인 문구를 활용해 책상 위를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미는 '데스크테리어족'(데스크 [desk]+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이 등장했을 정도다.

디자인 문구 비싼 건 순전히 '디자인 값'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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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점의 디자인 문구 코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구를 살펴보고 있다. ⓒ 박주희


디자인 문구를 유통·판매하는 한 대형 서점을 찾았다.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샘플용으로 구비된 노트나 카드지갑, 필통을 꼼꼼히 살펴보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 역시도 깔끔한 원통형의 필통 지퍼를 열어보며 구경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가격표. 아뿔싸, 1만5000원대다. 다이어리는 대부분 1만 원 이상이고 손바닥만한 얇은 노트는 3000원 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디자인 문구를 살펴보던 직장인 최영주(24)씨는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며 "디자인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비싸다고 느껴진다, 솔직히 종이재질은 비슷한데 앞에 뭐가 그려져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지차이 아닌가"하고 되물었다.

대학생 김은지(22)씨는 가격은 매우 비싼 편이라면서도 "문구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맘에 드는 건 구매한다"고 했다. 최하연(가명, 24)씨 역시 꽤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디자인 값'이라 생각하고 구매한다고 말했다. 제각각 취향은 다르지만 디자인 문구가 비싸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디자인 문구의 비싼 가격은 정말 '디자인 값' 때문만일까?

35~40% 가량의 비싼 '쇼핑몰 수수료'... 업체 "가격에 수수료 반영"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고 있는 디자인 문구들 ⓒ 사이트 화면 캡쳐


보통 디자인 문구 업체들은 온·오프라인 디자인 상품 쇼핑몰에 물건을 위탁한다. 인지도와 회원수 모두를 쥐고 있는 쇼핑몰에 입점하면 상품을 더 많이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문구 회사들은 쇼핑몰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불한다. 쇼핑몰이 물건을 직접 매입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후 상품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건 쇼핑몰의 몫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ㄱ디자인 업체의 관계자는"보통 쇼핑몰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평균 (판매가격의) 35~40% 정도이며 그 이상도 있다"고 밝혔다. 수수료가 30%인 쇼핑몰에 1만 원짜리 문구를 위탁하면 30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셈이다.

ㄴ업체도 ㄱ업체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수수료 수준이 높다는 데 동의했다. 문구류 가격과 수수료와의 관계에 대해 묻자 업체는 "문구류 가격은 쇼핑몰들이 요구하는 평균 수수료를 반영해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쇼핑몰이 요구하는 높은 수수료가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 친화적인 문구를 판매하는 ㄷ업체 역시도 가장 낮은 수수료가 30% 정도이고 통상적으로는 35%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수수료는 문구회사엔 부담이 되는 액수다. 쇼핑몰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기타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제조업체에 돌아가는 액수는 얼마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수수료에 대해 이의제기를 한 업체는 없을까? ㄷ업체 관계자는 기존의 거래 관행을 들어 설명했다.

"대부분 디자인 문구회사들이 수수료가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거래업체들이 쇼핑몰이 정해놓은 수수료로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수료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이 없어 누가 나서서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 시정은 힘들 것 같다." 

수수료 협의 창구 마련해 적정 수수료 찾아야

수수료가 높다는 주장에 대해
디자인 문구를 취급하는 A 쇼핑몰 관계자는 "수수료를 비롯한 수익 구조는 내부 사안이라 공개하기가 힘들며 회사의 사정과 기준으로 매긴 수수료인 만큼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B 쇼핑몰 관계자 역시 자세한 사정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말과 함께 "문구를 매입하는 경우 재고분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수수료는 적당한 편이라 본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디자인 문구에 관심을 갖고 구입하는 상황에서 수수료 가격이 비단 디자인 회사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문구류를 구매하는 소비자 역시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방안으로 수수료 상한제나 수수료 공개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전에 쇼핑몰과 디자인 회사가 수수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협의 창구를 통해 적정 수수료를 모색하고 고민한다면 소비자들도 좀더 합리적인 가격의 디자인 문구를 만나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주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주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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