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몰표의 저주? 서울시민은 위대했다"

[스팟인터뷰] 배옥병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

등록 2011.08.25 11:01수정 2011.08.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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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배옥병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가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을 바꾸자, 시민 한마당'에 참석해 "친환경무상급식과 민주주의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옥병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가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을 바꾸자, 시민 한마당'에 참석해 "친환경무상급식과 민주주의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배옥병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 상임위원장)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두 아들이 초등학생이었던 1995년부터 배 대표는 10년 넘게 급식운동을 해왔다. 그 상징성 때문일까. '친환경 무상급식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지난 6·2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배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 받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의 운명이 갈리는 주민투표가 시행된 24일. 서울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 차려진 상황실에서 개표현황을 지켜봤다는 배 대표는 "마지막 끝나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나타났던 '강남 몰표의 저주'가 또 다시 재현될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최종투표율 25.7%로 오 시장의 '패배'가 결정된 이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배 대표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이날 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을 바꾸자, 시민 한마당'에 참석한 배 대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1년 넘게 한나라당과 보수단체에서 끊임없이 왜곡된 홍보들,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짧은 투표운동 기간 동안 그러한 것들을 바꾸는 게 힘들었다"고 지난 한 달 여를 떠올렸다.

이번 운동기간 동안 "애들 밥 먹이는 것 가지고 이렇게까지 한다는 게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고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워"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던 배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주민투표는 큰 심판"이라면서 "이제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려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배 대표는 발언을 위해 시청광장 무대 위로 바쁘게 달려갔다. 다음은 배옥병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강남구, 서초구 정말 무섭더라...마지막 순간까지도 불안"

- 투표 결과를 보니 어떤가.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이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서울 시민들이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투표거부운동을 하면서 워낙 저쪽(오세훈 시장 측)에서 관권·금권을 동원해 너무나 부정한 행위를 많이 해서 불안했었다. 오늘 오전 상황 보면서 '(33.3%를) 넘지는 않겠구나' 안심은 했지만 그래도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나 지난해 서울시장선거에서 모두 막판에 강남에서 뒤집히니 않았나. 마지막 끝나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 이번 주민투표에서 서초구와 강남구에서만 33.3%가 넘는 투표율이 나왔는데. 
"무섭더라. 참. 이렇게 이 사람들이 대단한 결집력을 갖고 있구나. 제가 학부모들 만나보면 그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부자급식을 왜 해야 하나'다. 그런데 저는 부자급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나라당 봐라. '부자급식 왜 해야하나'라고 하면서 부자감세 100조 원씩 하고 있다. 이게 얼마나 잘못된 거냐. 그 사람들 세금 제대로 내게 하고, 공교육의 장에서는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들 '그게 맞다'고 한다."

- 투표율이 25% 넘은 걸 보면 그래도 오세훈 시장이 내세운 프레임이 일부 유권자들에게는 공감을 얻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지방선거 끝난 이후 한나라당과 보수단체에서 끊임없이 '부자까지 왜 무상급식을 줘야하나', '무상급식 하면 급식 질 떨어진다', '학교 현장에서는 무상급식 때문에 시설 개·보수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그런 이야기 하더라. '행정실에서 토너가 떨어졌는데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돈이 안 내려와서 토너를 안 사줬다. 한 달 동안 복사 못했다'. 그런 것들이 다 허위였다.


(보수진영이) 이런 식으로 너무나 지나치게 의도적·악의적인 홍보들을 1년 넘게 해왔기 때문에, 그걸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바꾸는 게 참 힘들었다. 투표율이 25.7%가 나온 것은 이들이 왜곡된 홍보, 거짓말을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투표를 거치면서, 저희들이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무상급식이 어떠한 가치를 갖는가'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

"무상급식 또 다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큰 저항 맞게 될 것"

- 지난해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 이번 투표운동을 하면서 눈물을 많이 보였는데.
"애들 밥 먹이는 것 가지고 이렇게까지 한다는 게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고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웠다. 당연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줘야 하는 일인데 이걸 가지고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오 시장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 너무 많은 서울시민들이 갈등과 분열을 겪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이 책임을 져야한다."

- 곽노현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해 2학기부터 초등학교 5, 6학년에 대해서도 무상급식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주민투표에서도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의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저희 역시 서울시에 시의회가 지난해 통과한 무상급식 예산 집행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생각이다. 이미 친환경 무상급식은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또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큰 저항을 맞게 될 것이다. 이번 주민투표 역시 상당히 큰 심판이지 않나.

오세훈 시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선별복지가 좋은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라고 주장하는데 친환경 무상급식이야 말로 참 좋은 복지, 지속가능한 복지다. 애들 건강 살리고, 밥상 살리고, 국민 전체의 밥상을 살리고, 농업을 살리고, 환경 살리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려나가려고 한다."

-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에서 오세훈 시장이 사실상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말도 안 된다. 당연히 즉각 사퇴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 서울시민들한테 본인이 나서 약속한 것이라면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
#배옥병 #오세훈 #주민투표 #무상급식 #나쁜투표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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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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