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 감상하고 인권센터 설립도 돕고

9월 8일~19일 기획전 '대지의 꿈' 열려... 대표적 리얼리스트 작가 작품 전시

등록 2011.09.10 21:13수정 2011.09.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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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꿈' 기획전에서, 한 관람객이 신학철의 <한국현대사>를 바라보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꿈' 기획전에서, 한 관람객이 신학철의 <한국현대사>를 바라보고 있다. ⓒ 선대식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꿈' 기획전에서, 한 관람객이 신학철의 <한국현대사>를 바라보고 있다. ⓒ 선대식

10분 동안 그림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강의 풍경을 배경으로, 소의 뒷모습과 총을 들고 있는 손이 복합된 초현실적인 물체가 그려져 있다. 처음엔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전시기획자이자 미술평론가인 김준기씨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의 제목은 <한국현대사>(신학철, 2011). 총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파괴를 의미했다. 그렇다면, 그림의 배경인 아름다운 강은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진 낙동강이고, 소는 2008년 촛불 시위를 불러일으킨 '광우병 사태'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림이 사회를 보여주는 하나의 도구임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지난 8일부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인권운동단체 '인권재단 사람'이 주최하는 기획전인 '대지의 꿈'이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리얼리스트 작가 26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오는 19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이날 전시회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하루 평균 500여명이 찾고 있다, 알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인사동의 다른 갤러리를 살펴보다가 이곳에 와서 그림과 인권센터 건립의 의미를 느끼는 분들도 많다"며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관람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인 12월 10일 개관을 목표로 하는 인권센터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래군 상임이사는 "인권침해나 차별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인권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최초의 민간 인권센터를 만들려고 한다"며 "이를 돕기 위해 리얼리스트 작가들이 본인들의 가치 있는 작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리얼리즘 시각예술 감상하고, 인권센터 설립도 돕고

 

a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꿈' 기획전에서, 한 관람객이 오윤의 <통일대원도> 앞을 지나가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꿈' 기획전에서, 한 관람객이 오윤의 <통일대원도>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선대식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꿈' 기획전에서, 한 관람객이 오윤의 <통일대원도>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선대식

이번 전시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수작부터 젊은 리얼리스트 작가들의 최근작까지 망라한다. 김준기씨는 "이 전시는 민중미술 계열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한국 리얼리즘 시각예술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민중 미술의 거장인 오윤(1946~1986)의 <통일대원도>(1985)는 전통회화와 현대미술을 접목하고자 했던 그의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미군부대 주변의 기념사진들을 모아 분단현실의 속살을 드러낸 김용태의 <DMZ>(1989)는 많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잡아놓는다.

 

40대 젊은 작가들은 최근의 사회 문제를 날 것 그대로 화폭에 옮겼다. 이윤엽은 <용산 재개발의 아침>(2009), <민주경찰>(2009)에서 에두르지 않고 용산 참사를 그렸다. 용산참사 현장에 내걸렸던 걸개그림의 원화인 희생자들의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사진작가 노순택은 <배후설;메가바이트산성의 비밀>(2008)을 통해 카메라로 2008년 촛불 시위의 현장을 담았다.

 

관람객 김윤한(53)씨는 "우리가 딛고 있는 땅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작품들"이라며 "집에 저금통을 가져가 인권센터 건립을 위한 기부금을 성의껏 모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래군 상임이사는 "판화가 이철수는 작품 27점을 내놓았다, 원래 가격보다 20~30% 싼 70만~170만 원 수준에서 판화를 판매해 인권센터 건립기금으로 사용할 생각"이라며 "많은 분들이 전시회에 참여해 수준 높은 작품도 감상하고 인권센터 건립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대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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