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콘텐츠진흥원 스튜디오에서 박원순 후보, 박영선 민주당 후보,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단일후보 선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권우성
[1신 : 9월 30일 오후 9시 15분]박영선 "한 손에는 채찍, 한 손에는 기부금"박원순 "선의 한꺼번에 무시, '엄마 서울' 힘들 듯"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사흘 앞둔 30일, 처음이자 마지막 방송토론에 임하는 박영선 민주당 후보, 박원순 시민사회 후보,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는 비장했다. 이 한 번의 토론으로 야권단일화 경선의 30%를 차지하는 패널조사 결과가 갈릴 상황이다. 후보들은 '네거티브 경선'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서로의 약점·허점을 지적하는 데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서울 상암 DMC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 주최 TV 토론회에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박원순 후보와 이를 바짝 뒤쫓고 있는 박영선 후보 간의 설전이 날카롭게 이어졌다.
'대기업 후원' 문제 놓고 공방 치열박영선 후보와 최규엽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운영한 아름다운 재단에 대기업이 후원한 문제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최 후보는 "삼성이나 론스타 등 (에게 받은 기부금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기업의 장물같은 돈인데, 그런 돈으로 착한 서민을 위한다는 게 진정 행복을 줄 방법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박영선 후보 역시 "나는 경제부 기자 시절부터 재벌 특혜 반대를 부르짖었는데 박 후보는 재벌 후원을 받으며 고맙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며 "또, 나는 2007년 대선 당시에 BBK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이명박 후보와 끝없이 맞서고 핍박 받았는데 박 후보는 (당시) 이명박 후보를 아름다운 재단 명예고문에 모시고 훌륭한 분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후보는 이 같은 공격을 예상한 듯 적극 반격했다. 그는 "기업이 법률을 지키게 하는 것과 함께 사회 공헌을 하게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기부 문화를 뿌리 내리게 한 장본인으로서 부끄러운 게 없다"며 "재벌 개혁에 있어서는 내가 원조로 1990년대 후반에 소액 주주운동 등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재벌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 기금을 만들어서 전기세·수도세를 못 내는 수 만 세대를 지원했고 싱글맘을 위해서 희망가게도 만들었다"며 '기부금'이 서민에게 돌아갔음을 강조했다.
그는 "나도 국정원에서 사찰을 받고 억압을 받았다, 살아가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그것을 한마디로 정리해버리나 서운하다, 박영선 의원이 정치하면서 혼자 정의를 세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자 박영선 후보는 "재벌지배구조를 고치려고 노력한 것은 잘 알지만, 박 후보는 한 손에는 채찍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후원금을 받았다"며 "민주당은 저를 포함해 가족과 식구들이 모두 탄압받았지만 박 변호사가 말하는 국정원 탄압은 MB 측근이 사장으로 있는 은행으로부터 후원금 끊긴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그는 "안철수 돌풍 당시 박 변호사의 지지율은 5% 였는데 (안철수의 양보 이후) 10배 이상 불어났다, 혹자는 '박원순 풍선'이라고도 한다"며 "그런데 안 교수와 박 후보가 같은 사람인가, 안 교수는 재벌의 시혜적 기부를 부정했다"고 재공격에 나섰다.
박원순 후보는 "안 교수는 아름다운 재단 이사이고 아름다운 가게 일도 도왔다, 안 교수의 선의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곤란하다"며 "사람들의 선의를 한꺼번에 무시하는데 그런 식으로는 서울 시정을 포용하는 엄마 서울을 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영선 의원은 마치 자신만 억압당한 듯 말하는데, 국정원으로부터 소송 당하는 게 어떤 심정이 되는지 알았으면 한다"며 "그런 정서와 감성을 가지고 시민을 보듬는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박원순 "'나홀로 정치?' 민주당 지원 않겠다는 거냐"박-박 후보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생각을 달리했다. 박원순 후보는 "기존의 큰 정당을 두고 왜 안철수씨를 지지할까 생각해야 한다"며 "오늘 정당 정치가 시민들 마음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민주당에 몸담고 있는 박영선 의원을 향한 지적이다.
박영선 후보는 "안철수 돌풍은 제도권 정치가 깊이 반성할 기회를 줬다"면서도 "시민단체는 비판·감시기능에서 나홀로 정치가 가능하지만 정당정치는 상대를 인정해줘야 한다"며 '정당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박원순 후보는 "이번 경선은 야권 단일후보를 뽑는 경선이다, 나홀로 시장은 안 된다고 말을 하면 이번 경선에서 내가 통과되면 민주당은 지지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라며 발끈했다.
그러자 박영선 후보는 "민주당의 지지를 받으려면 철학을 같이해야 한다,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갖고 시정을 운영할지 검증이 있어야 적극 지지할 수 있다"며 "그런데 박 후보는 때로는 한나라당 혹은 민주당 같은 행보를 한다"며 정체성에 의문을 던졌다.
그는 "박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했더라, 한 분은 토건 행정을 하겠다는 사람이고 한 분은 보안사 출신인데 민주당의 철학과는 전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후보는 "지원 유세를 한 것은 한나라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였다, 또 보안사 출신이 좋은 시장·구청장이 되지 못한다는 법이 있느냐"며 "어떤 후보가 토건을 주장했다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지원 유세를 한 분은 토건 시장을 대체할 분이었으며 민주당 후보와 풀뿌리 후보들에 대한 지원 유세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후보의 '정체성' 문제를 계속 연결시켜 "(박원순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탄핵 소추가 가결된 것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한 탓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는 "언론에서 난 일들에 대해 본인에게 확인하거나 조금은 조사를 해보고 말하는 게 좋다"며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영선 후보는 "(언론기사가 아니라) 2007년 3월 라디오 방송 스크립트"라고 맞섰고, 박원순 후보는 "경선을 한다고 해도 이렇게 지엽말단적 얘기를 놓고 삶 전체를 해석한다는 건 무리"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원순 후보 캠프 측은 TV 토론이 끝난 후에 당시 인터뷰 전문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배포해 박영선 후보의 해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 후보 캠프는 "박원순 후보의 인터뷰 발언은 노 대통령의 권한남용이 아니라 국회의 권한 남용을 지적하는 완전 반대 되는 발언이었다"며 "당시 한 인터넷 보수매체가 발언을 왜곡해 낸 기사를 기정사실화해서 박원순 후보를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경선이야말로 정책 얘기를 많이 하는 게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밝힌 박원순 후보는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에 대한 후보자들의 생각을 물어 보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는 박영선 후보에게 "박 후보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이미 80% 공사가 진척돼 이것을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공사가 80% 진척됐다는 근거가 뭐냐"고 물었다.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 의회 자료에 나와있다"고 답하자 박원순 후보는 "그것은 서울시의 주장이고 서울시의회의 생각은 다르다, 공사 진척 80%는 상황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한강 운하 사업과 지천 사업 등 아직도 많은 것들이 예정돼 있다, 계획된 것들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 후보는 다른 후보자들과 함께 '시장이 돼도 버스·수도·전철 요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박영선 후보는 "MB 측근인사들이 연루돼 부패한 매트로 등의 부정을 척결해야 한다"고, 박원순 후보는 "지하철 공사 등의 경영 혁신을 통해 비용을 낮추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최 후보는 "현재 준 공영제인 버스요금을 완전 공영제로 바꾸고, 수돗물 판매 정책 등을 중단하면 요금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 직후 패널조사 결과 발표... 야권단일후보 결정하는 분수령 될 듯 1시간 30분 가량 이어진 토론회에서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세 후보는 모두 약속한 듯 '나 OOO이 만든 서울시의 모습'을 강조했다. 박원순 후보는 "시민들은 큰 건물을 짓고 부수는 시장이 아니라 삶을 토닥여줄 시장이 필요하다"며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여당을 확실히 이길 후보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후보, 박원순"이라고 강조했다.
최 후보는 "서민사랑으로 평생을 살았다"며 "서민 특별도시 최규엽이 할 수 있다,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영선 후보는 "꿈은 누구나 꿀 수 있고 변화에 대한 희망은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누가 실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젊은, 엄마, 감동 서울 만들어서 따뜻한 서울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이 끝난 직후 1400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곧장 이뤄지고 이 결과는 자정에 발표될 예정이다. 패널 조사결과는 야권단일후보 경선에 30% 반영돼 10월 3일 야권단일화 경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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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54%, 박영선 44%, 최규엽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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